[우리들의 컬처 아지트] 그 서점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대형 서점·인터넷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이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작은 서점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발품을 팔면서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취향이 맞는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이야기하고 다른 누군가는 ‘정감 있는 소모임에 참여하는 재미’를 강조한다. ‘문화’와 ‘감성’을 함께 팔며 동네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이색 서점 세 곳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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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동 ‘길담서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풍경 소리가 먼저 반긴다. 널따란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문학, 예술, 환경, 대안 분야의 책들이 진열돼 있다. 문학·사학·철학 등 인문학 서적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형서점에 가면 안 보이는 책들이 보일 거예요.” 이야기를 꺼낸 이는 길담서점의 이재성 학예실장. 그는 전통서원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이름도 ‘서원’으로 했다는 말로 길담서원을 소개했다.

마진율이 낮더라도 ‘좋은 책’을 팔자는 것이 운영 취지다. 한 번 들여놓았던 책도 내용이 좋지 않으면 반품할 정도로 책 선정에 깐깐한 노력을 기울인다. 손님들이 “길담서원에선 눈 감고 아무 책이나 골라도 된다”고 말할 만큼 신뢰를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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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닦던 서원의 정신을 살려 이곳에서는 책 판매 외에도 강독, 세미나, 어학공부 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이 열리고 있다. 모든 모임을 손님들이 스스로 기획해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누군가 ‘이런 문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이들이 댓글을 달고 동참하는 식이다. 길담서원은 그들이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모임공간을 제공한다.

책.여.세(인문사회과학서 독서모임), 책마음샘(음악회), 콩글리쉬(원서 강독모임), 끄세쥬(프랑스어 독서모임) 등 이름만큼이나 다채로운 내용의 소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성 실장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살아 있다는 점이 길담서원의 매력”이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나의 학문 줄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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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약 150m 직진, 우리은행 주차장과 작은 꽃집 사이 골목으로 좌회전 문의 02-730-9949 홈페이지 cafe.naver.com/gildam 운영시간 12:00~21:00(일요일 휴무)



응암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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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간판 하나 없지만 마니아들에겐 이미 많이 알려진 공간이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기발한 소품이 눈에 띈다. 책을 매달아 도르래를 만든 현관문, 거꾸로 가는 벽시계, 책장 사이에 빼곡히 놓인 피규어 인형 등 눈요깃거리가 많다. 호기심 많은 남자 어린이의 방에 놀러온 듯한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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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안쪽까지 동선을 따라 들어가면 추리소설부터 사회과학, 인문, 역사, 예술, 문화, 문학 서적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책의 배치는 운영자인 윤성근 대표의 취향에 따른 것. 그는 책방 안에 있는 4500여 권의 책을 전부 읽어보고 팔만한 책들만 비치해둔다고 말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공간인데, 모르는 책이 있으면 손님과 이야기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손님이 고른 책을 보고 취향에 맞춰 다른 책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알베르 카뮈를 읽었다고 하면 그의 스승뻘인 장 그르니에의 책을 알려주고, 박민규를 좋아한다고 하면 정통 누브르 계열의 소설을 쓴 유럽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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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자주 찾는 이들을 위해 문화 소모임도 열고 있다. 한 달에 두 차례씩 열리는 밤샘 모임 ‘심야책방’과 고전 읽기 모임 ‘막독’이 대표적이다.

윤 대표는 이 공간이 19세기 유럽 살롱 같은 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책 읽고 글 쓰고 토론도 하고….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머물다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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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지하철 6호선 응암역 3번 출구에서 이마트와 서부경찰서 사이 골목으로 우회전, 다복식당 건물 지하 문의 070 -7698-8903 홈페이지 www.2sangbook.com 운영시간 15:00~23:00 (매주 화요일·공휴일 휴무)



상수동 ‘땡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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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책들아(땡스북스)! 귀여운 이름답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서점이다. 한 쪽 벽면에는 커피와 차를 파는 작은 카페 부스가 있고, 나머지 공간을 빙 둘러싼 책장에 디자인, 인문, 소설, 에세이, 실용서 등이 전시돼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따스하게 책들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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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의 설립멤버인 최혜영 북디자이너는 “볼거리가 많은 서점”이란 말로 땡스북스를 소개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금주의 책’ 테이블은 땡스북스의 자랑. 스태프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서 매주 한 권을 엄선해 서점을 찾는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한다. 홍보가 부족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양서들이 이 코너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만났다.
[우리들의 컬처 아지트] 그 서점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갤러리로 쓰던 공간을 개조한 서점답게 매달 전시회도 열린다. 일반 전시회와 차이가 있다면 벽에 거는 미술품 전시회가 아닌, 지정 테이블 위에서 만나는 출판사의 전시회라는 점이다.

이곳과 거래하는 80여 개 출판사의 개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책과 소품, 브로슈어를 함께 전시한다. “땡스북스에서는 모든 책을 총판 거래가 아니라 출판사와의 직거래를 통해 들여오기 때문에 이런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혜영 북디자이너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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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하는 출판사 및 잡지사와 연계해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형 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신진 작가들의 강연회,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종종 열고 있다. 설립 2년차가 되는 올해는 디자인 워크숍, 독서모임 등 자체적으로 기획한 이벤트도 실행해볼 계획이다.

최혜영 북디자이너는 “땡스북스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아와 머무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의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공간, 책뿐만 아니라 다른 볼거리도 많이 제공하는 곳으로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우리들의 컬처 아지트] 그 서점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위치 지하철 6호선 합정역 3번 출구로 나와 보보호텔에서 우회전, 상상마당 쪽으로 내려가는 길 왼편 더 갤러리 1층 문의 02-325-0321 홈페이지 www.thanksbooks.com 운영시간 11:30~20:30

글·사진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