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를 만든 이유를 굳이 늘어놓자면, 21세기 지성인으로서 알아두면 언젠가 쓰일 곳이 딱 한 번은 있을 것 같은 인포메이숀과 나운리지를 그대들의 뇌에 심어주기 위함이 첫째며,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지식도 습득하고 있다’는 일종의 오타쿠力을 시전할 수 있게 함이 둘째니, 아아 어찌됐건 닥치고 시작한다. 그 첫 회는 ‘지하철’에 관한 진짜 쓰잘데기 없는 지식이다.

NO. 1서울 1호선의 차량 진행 방향은 좌측통행이다

다른 지하철 노선은 우측통행이지만 1호선만은 좌측통행이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두 시간짜리 수업도 할 수 있지만 롱 스토리 숏으로 짧게 처리하면 1호선은 지하철인 서울역~청량리역 구간과 경원선, 경인선, 경부선 등 기존 철도를 전철화한 노선(국철 구간)을 연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원선, 경인선, 경부선 등은 일제 시대에 건설됐기 때문에 방향이 좌측통행(일본식)인데 이들 노선과 연결해 운영하기 위해서는 1호선 전체를 좌측통행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아예 전체 노선의 방향을 우측통행으로 하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돈’이다. 광복 후 국가 재정비 과정에서 자동차 도로는 우측통행으로 바꿨지만 철도는 방향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의 1호선만 좌측통행이 된 것이다. (4호선의 선바위~오이도 구간도 좌측통행인데 이것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서 다루겠다.) 여하튼 만약 누군가와 1호선을 탈 일이 생겼는데 할 말 더럽게 없는 어색한 상황이라면 이 정보를 말해보길 바란다.



쓰잘데기 없는 지식의 적절한 사용 예시

(두 남녀가 1호선 시청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 : 방학이라 좀 살 것 같아. 이번 학기 너무 바빴어.

남자 : (완전히 무시한 채) 그건 그렇고 너 왜 1호선 전철 진행 방향이 좌측통행인지 알아?

여자 : 어맛. 정말 그렇네? 왜지?

남자 : (남자의 설명이 이어짐) 어쩌고 저쩌고 해서 그런 거야.

여자 : 너처럼 쓰잘데기 없이 똑똑하고 괴상한 남자는 처음이야, 사랑해.

(남녀의 뜨겁고 눈꼴신 포옹이 이어짐.)
NO. 2도솔도레미레도솔 라파라도파미레도 시솔시레솔파미레 미솔레솔도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순환 노선이기 때문에 내선과 외선으로 구분된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위치한 충정로역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내선은 시청 방향이고 외선은 아현 방향을 말한다. 그럼 대체 ‘도솔도레미레도솔 라파라도파미레도 시솔시레솔파미레 미솔레솔도’는 무엇일까. 바로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내선 열차 진입 때 역 내에 흘러나오는 곡의 계이름이다.

‘이렇게 쓰잘데기 없을 수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쓰잘데기 없는 지식이 아닐 수 없지만, 어쨌거나 기자는 이것을 손수 녹음한 후 집에서 기타로 음을 따는 정성을 들였다. 외선은 동요 ‘앞으로’의 인트로 부분 변형이 흘러나온다. 계이름은 ‘도도도도도 (레)미미미미미 (파)솔솔솔솔솔솔라시도 솔 솔라시도 도’. 예전에는 내선과 외선 모두 열차 접근 시 ‘띠로로롱’의 신호음이 울렸으나 지금은 두 선에서 다른 신호음이 나온다. 참고로 환승역 진입 시 열차 내에 울리는 곡은 퓨전 국악 작곡가인 김백찬 씨의 ‘얼씨구야’다.



쓰잘데기 없는 지식의 적절한 사용 예시

(2호선 충정로역에서 왕십리역으로 가는 내선 순환 열차를 기다리는 신입사원과 부장)

부장 : 자네 요즘 일이 많은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건강 조심하게. (이때 열차 진입 신호음이 울린다.)

신입사원 : (부장의 말을 무시한 채) 도솔도레미레도솔♩ 라파라도파미레도♪ 시솔시레솔파미레♪ 미솔레솔도♬

부장 :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아니, 이 신호음의 음계를 정확히 맞힐 정도로 쓰잘데기 없는 절대음감을 가진 훌륭한 신입사원은 자네가 처음일세. 오늘은 그만 퇴근해도 좋아. 내일도 집에서 쉬게!



신입사원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gadd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