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진 시지온 대표 - 대학생 창업동아리 연합회(PEUM)의 만남


“편하게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국내 IT 분야 제1호 소셜 벤처기업 ‘시지온’의 김범진 대표와의 대화가 시작될 무렵 PEUM의 한 멤버가 그에게 던진 말이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6학번으로 학생들과 비슷한 연배라 그런지 혹은 ‘소통’을 중요시하는 시지온의 문화 때문인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오갔다.
[CEO 탐방] 더 나은 세상 위해 창업 “Never, never give up”
시지온의 대표 서비스는 ‘라이브리’. 개인 SNS 계정을 통해 각 언론사 및 기관 사이트에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현재 700곳 이상의 사이트에서 라이브리를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댓글을 남기기 위해 사이트마다 일일이 로그인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남기는 댓글을 쉽게 관리할 수도 있다. 자신의 SNS 계정과 연동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악플을 자제하게 되고 그 사이 온라인 생태계가 깨끗해지는 효과도 있다.

김 대표는 시지온의 미션을 ‘사람이 행복해지는 인터넷 공간 만들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수익은 그 미션을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돈을 위한 창업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창업’이었기에 시지온의 성공 가도가 더욱 빛나는지 모른다.
[CEO 탐방] 더 나은 세상 위해 창업 “Never, never give up”
‘시지온’은?

대표이사 : 김범진
연혁 : 2007년 시지온 창업 멤버 발기, 2009년 개인 사업자 등록, 2011년 법인 설립
서비스 : 온라인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 커뮤니케이션&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캡틴 팩토리 (Captain Factory)’
홈페이지 : www.cizion.com
[CEO 탐방] 더 나은 세상 위해 창업 “Never, never give up”
PEUM 시지온의 대표 서비스인 ‘라이브리’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김범진 악성 댓글에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악성 댓글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 악성 댓글의 원인으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지목됐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실명제였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싸이월드다. 실명제 기반의 싸이월드에서도 일부 연예인에 대한 욕설이 문제가 됐다. 실명제가 해답이 아닌 것이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의 자신’ 역시 관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악성 댓글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시지온의 온라인 소셜 댓글 서비스인 ‘라이브리’의 핵심이다.


PEUM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김범진 창업하기 전에 ‘과연 내가 창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회사의 대표자로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 아이템에 대한 신념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지게 했다. 댓글의 선기능인 ‘사람 사이의 소통 수단’까지 부정되는 세태를 보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적으로 만연한 ‘댓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사업을 통해 바꾸고 싶었다.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신문방송학 수업을 들었던 것도 창업의 계기였다. 수업에서 교수님이 “사회 문제는 법적, 규범적, 시장 경제적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지만 이것보다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댓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변화시켜 사용자 스스로 댓글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면 악성 댓글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댓글에 접근한 케이스가 없었기에 ‘우리가 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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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M 창업 과정은 어땠나.

김범진‘연세 리더스 클럽’이라는 교내 중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주축이 됐다. 주도적으로 이끄는 멤버가 3명 있었고, 이후에 참여한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 나갔다. 이 중 취업 혹은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던 멤버가 있어 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간 후에 실제로 사업을 진행해나갈 멤버가 갖춰졌다. 대학생 창업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PEUM 화학공학과 재학 중으로 알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분야가 약간 다르다. 화학공학 전공이 지금 일에 도움된 부분이 있나.

김범진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완전히 별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화학공학은 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A분자가 B분자로 변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다. 이것을 온라인에 대입해보니 분자는 온라인상의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온라인에서 사람들 사이의 반응을 살펴보고 파악하는 것에 화학공학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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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M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면.

김범진 실패보다는 실수를 많이 했다. 새롭게 겪는 것이 많아질수록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비즈니스 예절부터 시작해서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의 실수, 마케팅에서의 실수, 경영상의 실수 등 수없이 많은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실수했을 때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창업을 하는 것이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업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는 3~4년 정도 후에 업무 능력이나 사고 방법에서 ‘깊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기업 취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느냐’ 여부다.

PEUM 수익 모델은 어떤 방법으로 구상했나.

김범진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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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수익 모델이다. 라이브리의 수익 모델은 사실 아직 완성됐다고 보긴 힘들다. 앞으로 계속 변화해갈 것 같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수익 모델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우리의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혜택과 가치를 주는지 명확해진다. 그것을 사용료로 환산해 책정할 수도 있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PEUM 가장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김범진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라이브리의 댓글 창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라이브리 댓글 생태계를 만들어 사람들이 댓글을 더 잘 남기고 공유하고 또 알림을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댓글을 관리할 만한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그림이다. 이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내는 것이 우선 당면한 과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PEUM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김범진 처칠이 말한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로 포기하지 마라)”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창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한 발 물러선다거나 시기를 가늠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도 ‘자신이 세운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성공 창업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PEUM 참가자

김대현(서울과학기술대 ITEM), 이경민(동국대 FRONTIER), 정희곤(한국IT전문학교), 박종열(한국IT전문학교)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