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첫째는 ‘딴짓을 부추기는 프레젠테이션’이다. 자신감 없는 옹알이 말투로 국어책 읽기에 열심인 프레젠테이션이 여기에 속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기에 지루함은 극치에 달한다. 이런 종류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시계’다. 듣는 이들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라는 심리에 1분이 멀다 하고 시계를 쳐다본다. 따라서 발표가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이 정도로 끝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의미다. 이와는 다르게 ‘딴짓하면 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프레젠테이션도 있다. 청중과 지속적으로 눈을 마주치며 명확한 어조로 얘기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여기에 속한다.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내용에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종류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발표자’다. 그의 손짓, 표정과 발표 내용에 사람들은 주목한다. 따라서 발표가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은 발표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어떤 프레젠테이션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당장의 수업 발표뿐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설득의 상황’에 대비하려면 후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성공 PT를 위해 꼭 알아둬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기억하자.
<YONHAP PHOTO-0250> Apple Inc. CEO Steve Jobs introduces the iPad 2 on stage during an Apple event in San Francisco, California March 2, 2011.  Jobs took the stage to a standing ovation on Wednesday, returning to the spotlight after a brief medical absence to unveil the second version of the iPad. 
  REUTERS/Beck Diefenbach  (UNITED STATES - Tags: SCI TECH BUSINESS)/2011-03-03 04:53:5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pple Inc. CEO Steve Jobs introduces the iPad 2 on stage during an Apple event in San Francisco, California March 2, 2011. Jobs took the stage to a standing ovation on Wednesday, returning to the spotlight after a brief medical absence to unveil the second version of the iPad. REUTERS/Beck Diefenbach (UNITED STATES - Tags: SCI TECH BUSINESS)/2011-03-03 04:53:5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사람이 파워포인트보다 아름다워

많은 사람이 좋은 발표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훌륭한 파워포인트’를 떠올린다. Y대에 재학 중인 강정인 씨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밤을 꼬박 새워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다. 발표 당일, 조명을 모두 끈 교실 안에서 파워포인트만 띄워둔 채 어둠 속에서 간신히 원고를 읽어 나갔다.

파워포인트 페이지가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에 학우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처음 몇 분뿐이었다. 화면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슬슬 졸기 시작했다. 간신히 발표가 끝나자 교수가 한마디 던졌다. “목소리도 녹음해서 틀지 그랬어?”

사람들은 ‘끝내주는’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하지만 파워포인트의 존재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다. 파워포인트는 청중이 발표자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한 글귀, 그래프, 사진, 표 정도만 띄워두면 그걸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발표자가 파워포인트에 묻히면 안 된다는 점이다. 파워포인트는 발표자의 부속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박수진 피티원 대표는 “발표 자료가 청중을 설득하는 경우 청중은 화면만 본다”며 “이럴 경우 청중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발표 대본을 화면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글자투성이의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 “한 슬라이드에 여러 개의 메시지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전했다. 한 페이지에 두 개 이상의 메시지가 혼재돼 있으면 청중은 발표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화면을 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긴장을 압도한다

‘쟤는 어쩜 저렇게 긴장도 안 하고 능청스럽게 발표를 잘할까’라고 생각되는 발표자들이 있다. 미소 띤 얼굴로 한 명 한 명 자연스럽게 아이 콘택트하고 목소리에도 떨림이 없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부럽다’와 ‘비결이 궁금하다’다.

‘톰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를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연설자에는 긴장하는 사람과 긴장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사람 두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긴장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같다는 얘기다. 문제는 긴장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긴장을 이겨내느냐는 것이다.

박 대표는 “스스로의 발표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이 긴장을 이겨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긴장이 드러나는 이유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혹 상대가 내 발표의 허점을 알아채진 않을까’ ‘돌발 질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걱정이 발표 내내 떠오른다.

이때 긴장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발표자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 중 하나로 꼽히는 ‘팔짱 낀 자세’가 방어 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내용과 논리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중에게 이를 공격받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자신도 모르게 자세로 표현되는 것이다.



관객에게 나의 연습량을 알리지 마라

긴장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연습이다. 수차례 연습을 통해 발표를 익히면 긴장을 덜 수 있다. 이는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넘어질 것이 무서워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지만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면 긴장이 풀려 손을 놓고 타거나 앞발을 드는 묘기까지 선보일 수 있다. 발표도 마찬가지로 많이 연습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어 실전에서 긴장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연습을 많이 했더라도 그것을 티내선 안 된다. 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하나하나 계산된 듯한 제스처를 보이는 발표자에게 설득당할 사람은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치 ‘애드리브’처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선 처리도 기계적이어서는 안 된다. 일상 대화에서 한 상대에게 정확히 3초를 응시하고 그 옆 사람에게 또 3초를 응시하면서 말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응시하고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된다.

자연스러움을 가장 방해하는 신체 부위는 ‘손’이다. 가만히 두자니 어디선가 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고 들은 것 같고, 이리저리 움직여보자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인 T. J. 워커는 “(세계적 수준의 발표를 꿈꾸지 않는 이상) 손을 움직이든 말든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이 말할 때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는 의미다. 단, 파리처럼 두 손을 문지르거나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등 ‘나 긴장했어요’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된다.



꼭 알아둬!
1.겸손의 멘트는 필요 없다 개그맨이 “이거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면, 열에 아홉은 정말 재미가 없다. 발표도 마찬가지다. “잘하진 못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같은 멘트로 겸손을 표하거나 동정심을 얻으려 하지 마라. 발표자에게서 자신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청중은 금세 질려 한다.

2. 노래방에서처럼 마이크 잡지 마라 노래방에서처럼 마이크를 잡는 사람 열에 한둘은 꼭 있다. 가끔은 새끼손가락을 편 채로 마이크를 잡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잡으면 안 되는 이유는 얼굴을 가릴뿐더러 소리가 다소 울리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가슴 앞에 두되 소리가 작게 느껴진다면 위로 조금씩 올려 조절하면 된다.

3. 사투리 억양을 억지로 고치려 하지 마라 개그콘서트의 ‘서울 메이트’ 코너처럼 웃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억지로 표준어 억양을 구사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러운 것이 최우선이다. 청중이 발표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오케이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