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턴사원 현실&희망

대학생·취업준비생에게 인턴십은 ‘애증’의 대상이다. 신입사원 채용문이 턱없이 좁은 현실이라 인턴십을 꼭 뚫어야 하지만, 막상 대우나 업무 내용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인턴십을 확대하고 있어서 외면할 수도 없다. 게다가 많든 적든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십을 내거니 정해진 기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824명의 인턴십 경험자에게 물었다. 인턴십을 통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인턴십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구했다. 대한민국 인턴사원의 현실과 그들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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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사원은 1~3개월 동안 1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으며 단순 사무보조 업무를 한다.”

인턴십 경험자들의 고백을 종합하면 이 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2011년 20대 인턴사원의 평균 모습인 셈이다.

설문 결과 인턴십 기간 중 ‘단순 사무보조 업무’를 했다는 응답이 74.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업무와 관련 없는’ 단순 업무도 12.4%나 됐다. 인턴십 기간은 ‘3개월 이하’가 43.5%로 가장 많았다. 대개 방학을 이용하는 까닭에 2~3개월이 대부분이다. ‘3~6개월’도 33.9%로 적지 않았는데, 휴학생이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턴사원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얼마나 될까. 전체 응답자의 32%가 ‘80만~100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60만~80만 원’을 받았다는 대답도 29.4%였다. ‘100만 원 이상’은 15%였다. 10명 중 6명 이상이 100만 원 미만의 쥐꼬리 월급을 받고 ‘시한부 인턴사원’이라는 명찰을 다는 셈이다.



“인턴십 경험자를 우대하라!”

앞 다퉈 인턴십에 도전하는 이유는 취업에 앞서 직무와 기업을 체험하고, 이를 발판으로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밝은 청사진을 보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인턴십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10명 중 6명 이상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 ‘기업에만 효율적인 제도’라고 답한 이가 32.9%에 달했고, 아예 ‘모두에게 효율성 없다’고 냉정하게 답한 이도 9.8%였다. ‘문제 있는 제도여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답은 8.6%였다. 반면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효율적’이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낸 이는 33.9%였다.

하지만 인턴십과 취업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조금 다른 의견이 나왔다. ‘인턴십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 70% 넘는 응답자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절반 가까운 48.6%는 ‘다소 도움이 된다’, 22%는 ‘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반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10.3%에 불과했다.

사실 인턴십을 경험했다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남들이 뚫지 못한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경쟁률이 하늘을 찌르는 인턴십 전형이 수두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선택받은 루키’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 생각은 좀 달라 보인다. 지난여름 한 시중 은행에서 인턴십을 한 최지혜(휴학생) 씨는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신분이 해제되고, 정규직 채용 범위에 속하지 못하면 탈락자 신세로 돌아갈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 비율을 크게 확대하거나 파격적인 우대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인턴십 경험자를 우대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신입사원 전형 시 인턴십 경험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86.5%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꼭 필요하다’고 절실함을 드러낸 응답자는 30.8%에 달했다.

이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44.3%는 ‘가산점 부여’를, 26.8%는 ‘서류 전형 면제’를, 19.5%는 ‘정규직 전환’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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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직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라!”

엔씨소프트 등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IT·기술 기업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예 모집 공고에 부서별로 필요로 하는 인턴사원의 자질과 구체적인 직무를 명시한다. 업무에 관한 한 기업과 지원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직 ‘드문 케이스’인 게 현실이다. 앞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인턴십 기간 중 ‘단순 사무보조 업무’를 했다는 이가 74.5%에 달한다. 특히 ‘업무와 관련 없는’ 단순 업무도 12.4%나 된다. 실제로 각종 취업 커뮤니티에는 “별로 한 일이 없다”는 인턴십 후기가 흔하다. “오전에는 멍하니 인터넷 서핑, 오후에는 30분 동안 자료 정리한 게 전부”(취업의 달인),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취업뽀개기) 등과 같은 하소연이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무 경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턴십 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41.1%가 이같이 답했다. 또 24.1%는 ‘실제 취업과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고, 20.6%는 ‘보수의 안정성’을 첫손에 꼽았다. 이 밖에 ‘기업 문화를 체험하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11.9%)’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1.6%)’는 의견도 있었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