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컬처 아지트


존재만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들이 있다. 번듯한 간판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계속해서 사람이 모여드는 곳. 그 투박함이 정겨워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때때로 그들과 즐거운 ‘작당’을 벌이게 되는 곳. 개성 강한 이 시대 청춘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 시내의 숨은 카페 세 곳을 찾아갔다.
들여다볼수록 궁금한 ‘그 동네 그 카페’
따뜻한 짜이 한 잔과 재능을 나누는 사직동, 그 가게
들여다볼수록 궁금한 ‘그 동네 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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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고즈넉한 사직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알싸한 짜이(인도 전통차) 향과 알록한 소품이 가득한 ‘사직동, 그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티베트 난민 지원단체 ‘록빠(rogpa)’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인도에서 직접 공수해온 차와 기부 받은 커피, 티베트 여성작업장에서 만든 인형, 지갑 등 소품들을 판매한다. ‘록빠’의 취지에 공감한 자원봉사자 12명이 가게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수익금은 ‘록빠’로 보내져 티베트 난민을 돕는 데 쓰인다.사직동 그 가게에서 열리는 각종 워크숍과 행사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티베트 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티베트 인형 나눔 모임, 매듭 팔찌 만들기, 가정식 인도요리 교실 등 아기자기한 워크숍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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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멜로디 잔치’와 물물교환 장터는 이제 사직동 주민들도 찾아와 즐길 만큼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모든 행사가 지역 예술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뜻깊다.

‘사직동, 그 가게’ 매니저 남지연 씨는 “우리 공간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워크숍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며 “이곳이 누구나 쉽게 찾아와 티베트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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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오전 12시 ~ 오후 8시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 짜이, 바나나라씨, 이발사커피, 커리 등
전화번호 : 070-4045-6331
위치 :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 배화여고 근처
11월의 행사 : 10번째 멜로디 잔치 (11월 13일 예정)



삶의 활력을 디자인하는 하하허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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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1층엔 ‘삶의 활력 공동체’라는 문구가 적힌 ‘하하허허 카페’가 있다. 널찍한 나무 테이블과 천 조각으로 이뤄진 인테리어가 조화로운 이 공간은 ‘코아페’라는 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코아페(c^o^afe)’는 사회적 기업 워크숍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단체. 대표 김정두(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 4) 씨를 비롯해 카페를 운영하는 3인이 모두 20대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이 카페를 지역 기반의 ‘문화 사랑방 카페’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각양각색의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하하허허 목공방, 재봉 워크숍, 칼림바(아프리카 악기) 배우기 등 카페 내 기기들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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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삶디모임(삶을 디자인하는 모임)’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10명 내외의 사람이 모여 ‘좋은 삶’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나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초청해 소규모 좌담회를 열기도 한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법을 익히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20대 여성들이 주로 참가한다.

‘하하허허 카페’ 운영자 김정우 씨는 “좀 더 창의적으로 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 사랑방으로 이 공간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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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오전 10시~ 오후 7시 (일요일,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 전통차, 허브차, 발효빵 등
전화번호 : 02-2677-9200
위치 : 2·5호선 영등포구청역 4번 출구 하자센터 신관 1층
11월의 행사 : 삶디 워크숍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지금 이 순간 가진 것으로도 충분한 이너프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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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살롱(Enough Salon)’ 앞을 지나는 사람은 꼭 한 번씩 뒤를 돌아본다. 빽빽한 LP판들과 아기자기한 도자 컵이 함께 놓인 작고 노란 공간,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알 수 없는 이곳의 정체에 호기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너프 살롱은 ‘손님이 주인이 되는 카페’다. 팔 물건이나 전시할 작품, 운영 방식과 시간, 가구 배치, 가게 이름까지 모두 손님이 직접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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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최대 5일까지 공간을 빌릴 수 있는데 대여비는 따로 없다. 매출의 30%를 사용수수료로 내면 된다. 유일한 규칙이 있다면 실제 카페처럼 일반인에게도 오픈된 공간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가진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카페의 모토. 운영자 김정은 씨는 “대단한 능력 없이도 자신이 가진 감성과 재능, 아이디어로 충분히 가게를 오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채화 카페’를 열어 커피 대신 ‘수채화 그리는 법’을 팔았던 미술 전공생이 그 사례. ‘네일아트’가 취미인 한 직장인 여성은 동생들과 함께 주말 카페를 열고 ‘일일 네일 아티스트’로 활약하며 만족을 얻기도 했다.

김정은 씨는 이너프 살롱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든 한 번쯤 꿈꾸어본 ‘자신의 가게’를 만들고 즐기며 자신을 찾아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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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주인 마음대로
대표메뉴 : 주인 마음대로
전화번호 : 010-3433-0458
위치 : 6호선 광흥창역 4번 출구 신수중학교 근처
11월의 가게 : 소모의 두번째 살롱 (11월 19일)
기부모금 바자회 ‘Funation’ (11월 25~27일)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사직동 그 가게·하하허허 카페·이너프 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