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 vs 삐딱이 vs 이기주의자

상당수 사람들은 재테크 최고의 성공 요인으로 ‘정보’를 꼽습니다. 돈 되는 정보를 미리 알고, 먼저 투자해놓고 기다린 후 수익을 올린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해보면 이 정보라는 것이 상당히 애매합니다. 일단 재테크 관련 정보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가짜 정보도 많고요. 특히 거짓 정보도 문제이지만 비슷하게 맞는 정보는 재테크에 더 치명적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 땅값 오른다” 같은 식인데요, 실제로는 이 지역 중 아주 일부분만 오르는 경우가 많죠.

실무자가 ‘넌지시’ 전하는 100% 확실한 정보가 있지 않느냐고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활용해 재테크(투자)를 할 경우 대부분 불법거래가 됩니다. 주식 투자에서 ‘내부자 거래’는 그야말로 큰 죄죠. 이런 건 결코 ‘정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재테크가 아닌 범죄입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시각각 쏟아지는 수많은 재테크 정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이에 대해 “재테크 이기주의자가 돼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보통 이기주의자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재테크만큼은 반드시 이기주의자가 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재테크를 하는 개인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재테크 삐딱이, 재테크 팔랑귀, 그리고 재테크 이기주의자입니다.
[Money_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재테크 만큼은 이기주의자가 돼라
‘재테크 삐딱이’는 재테크 자체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유형입니다. 재테크 회의론자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들은 아파트 투자는 부동산 투기이고, 주식은 외국계 자본이 합법적으로 개인의 코 묻은 돈을 빼앗는 수단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재테크 삐딱이를 “돈이 전부냐?” 식의 투덜이로 오해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만의 신념과 정교한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재테크 팔랑귀’는 수많은 정보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사람입니다. 신문에서 ‘○○주식이 좋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매수 주문을 넣고, 집값이 급등할 것이란 옆집 아줌마 주장에 집값의 40% 이상을 대출로 채우면서 집을 구입합니다. 매번 흥분해 일을 저지르는 것만도 아닙니다. 세계경제가 공황에 빠질 것이란 정보가 세간에 가득하면 앞뒤 재지 않고 펀드를 환매해 버리기 일쑤죠.

그런데 재미난 건 재테크 삐딱이와 재테크 팔랑귀의 재테크 성적표입니다. 재테크 삐딱이들은 실패를 하지 않습니다. 도전을 하지 않기에 실패도 없죠. 반면 재테크 팔랑귀들은 재테크에서 백전백패입니다.

한편 재테크로 돈 좀 모았다는 사람들은 모두 ‘재테크 이기주의자’ 유형에 속합니다. 이들은 재테크에 대한 정보와 분석, 전문가들의 전망을 자기중심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연 120% 수익률 중국펀드에 대해서는 호들갑 떠는 전문가 대신 비관론자의 말을 신뢰하고, 반면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밑으로 붕괴했을 땐 “지금이 일생일대 투자 기회”라는 긍정론자의 말에 따라 움직입니다.

재테크 이기주의자들은 주위 누군가가 돈을 벌었네 잃었네 하는 것에 동요하지 않습니다. 증시가 폭등한다느니, 대폭락이 올 것이라느니, 대한민국 부동산이 폭락할 것이란 말에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저 이런 분석들을 놓고 자신이 어떻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예시 : “앞으로 국제 금값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

재테크 삐딱이 돌덩이에 불과한 금이 도대체 뭐라고! 거품이야, 거품! 한번 크게 당해야 정신 차리지.

재테크 팔랑귀 아, 어떡하지? 있는 돈 모두 긁어모아 금에 투자해야겠다. 아, 이러다 더 오르면 어떡해. 대출이라도 더 받아서 금을 살까?

재테크 이기주의자 음, 현재 온스당 1650달러니까 일단 적립식으로 투자를 시작해보자. 목표수익률은 1년 내 20%, 1550달러까지 빠지면 손절매하자.

20대 여러분은 지금부터 재테크 이기주의자가 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평생 재테크가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보를 해석하는 통찰력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가령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는 뉴스를 보고 앞으로 어떤 여파가 올지 스스로 해석해보는 것이죠. ‘국내 자동차 업종 주식이 최고로 좋다’고 강조하는 전문가가 있다고요? 한번 그 사람이 주장하는 논거를 조목조목 부정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때 ‘통찰력’은 결코 정답 맞히기 게임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맞고 틀리냐가 아니라 재테크 정보를 해석하는 나만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목표 수익과 목표 손실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해당 재테크 정보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최대 수익률, 평균 수익률, 그리고 상존하는 위험과 이 경우 발생할 손실 규모에 대해 사전에 기준을 정하는 것이죠. 재테크 이기주의자의 필수 자세입니다.

셋째는 지속적인 메모 습관이 필요합니다. 재테크는 늘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경제 주기도 거의 비슷한 사이클로 움직이고요. 국제 유가가 오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올림픽 같은 국제 행사가 있을 때 땅값은 어느 정도 상승하는지, 은행 금리가 상승할 때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 이후 6개월 정도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기록하세요. 그리고 이와 유사한 상황이 왔을 때 다시 직접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만약 결과가 달랐다면 왜 달랐는지를 함께 기록하면 좋습니다.

넷째는 역설적으로 ‘내가 하는 모든 재테크는 성공한다’는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정보를 더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거든요. 여러분, 왜 내가 투자하는 주식은 늘 올라야 합니까? 물론 오르면 좋지만, 더 중요한 건 하락할 때의 대응입니다. 그리고 이런 위기의 순간에 대응을 잘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재테크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고요.

재테크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모든 사람이 웃어도 나 홀로 통곡할 수 있고, 다들 공포에 빠져 있지만 나는 남몰래 희망을 품을 수 있죠. 여러분, 실력 있는 재테크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Money_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재테크 만큼은 이기주의자가 돼라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