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대구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감독 성준(유준상 분)은 서울에 놀러와 종로구 북촌에 사는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 분)를 만나려고 하지만 영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성준은 전에 알던 여배우를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인사동까지 내려와 혼자 막걸리를 마시다 앞좌석에 앉은 영화과 학생들과 합석하게 되고, 술에 많이 취한 성준은 옛 여자 친구 경진(김보경 분)의 집으로 간다. 마침내 선배와 연락이 된 성준은 영호의 후배이자 영화과 교수 보람(송선미 분)과 함께 술집 ‘소설’에 간다. 술집 주인 예전(김보경 분)은 성준의 옛 여자 친구와 너무 많이 닮았다. 연이어 전직 배우(김의성 분)도 이 모임에 합류하게 되고, 성준은 어느 순간 술김에 예전과 키스를 나눈다.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설레면서 몽환적인 사랑의 잔상 북촌방향
‘북촌방향’은 홍상수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다. 최근 홍상수 감독의 제작 방식이 그러하듯, 비교적 한정된 장소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가뿐하게 촬영했다. 그 와중에 영화라는 인공적인 만듦새가 제공하기 힘든 순간을 넘어서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북촌방향’이 촬영 중이던 작년 겨울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눈이 쏟아지던 겨울날, 홍상수 감독은 촬영 도중 우연히 쏟아지는 눈발을 거듭 카메라에 담아낸다. 눈은 ‘북촌방향’에서 북촌이라는 악몽 혹은 길몽으로 들어가는 신비스러운 입구 혹은 술집 ‘소설’의 기묘한 입구만큼이나 어떤 몽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눈이 쏟아질 때 보람은 성준에게 은근히 마음을 고백하고 성준은 예전에게 갑작스레 키스하며 눈이 올 때 처음으로 거의 모든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촌을 걷는다.

통상적인 영화의 흐름으로 보자면 ‘북촌방향’은 5일 정도의 시간 동안 차근차근 벌어진 일로 이뤄진 것 같다. 하지만 희미하게나마 날을 구분할 수 있는 구두점 역할을 하는 술집 ‘소설’ 장면들을 보면 시간별로 ‘북촌방향’을 정리하는 작업에 자신이 없어진다. 처음엔 둘이, 그 다음엔 셋이, 그 다음엔 넷이 ‘소설’에 앉아 술집 여주인과 똑같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나눴던 대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척 사교적 응대로 취급하거나 혹은 진심으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전날 일어났던 일은 꿈이거나 ‘오늘’의 기억과 뒤섞인 ‘어제’의 대략적인 재구성에 불과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영화의 현재 시점은 언제인가. 마지막 순간, 카메라 앞에서 얼어붙은 성준의 뇌리에 스쳐간 서울에서의 나날의 재구성인가. ‘북촌방향’은 시간 순서를 모호하게 헝클어뜨리며 그 안에서 북촌이라는 공간, 그중에서도 음식점 ‘다정’과 술집 ‘소설’ 속으로 천천히 나선형을 그리며 파고든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순간을 더 깊게 만드는 작업, ‘북촌방향’은 블랙홀이다.

도가니
감독 황동혁 출연 공유, 정유미, 김현수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설레면서 몽환적인 사랑의 잔상 북촌방향
무진 자애학원, 청각 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르는 곳이다. 새로 부임한 미술 교사 강인호(공유 분)는 무진인권운동센터 간사 서유진(정유미 분)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나넬 모차르트
감독 르니 페레 출연 마리 페레, 마크 바르베, 다비드 모로
Photographies de plateau / "N?nnerl Mozart" de Ren? F?ret
Photographies de plateau / "N?nnerl Mozart" de Ren? F?ret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게 누이가 있었다는 사실은 종종 잊히기 쉽다. 그의 누나 나넬(마리 페레 분)은 모차르트보다 앞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주목받았다. 남매는 3년간 유럽 순회 공연을 함께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어느 날 나넬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프랑스 왕자를 만난 뒤 작곡에 눈뜨게 된다.


컨테이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마리온 코티아르,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설레면서 몽환적인 사랑의 잔상 북촌방향
단 한 번의 접촉으로도 전염돼 수일 내에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순식간에 죽음을 부르는 공간으로 변한다. 전 세계적으로 전문 의학팀이 꾸려져 이 질병의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글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