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인쇄물의 여백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동안 많은 이들이 해 왔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 온라인에 광고 플랫폼을 만드는 시도는 나온 적이 없었다.

애드투페이퍼의 전해나 대표는 오프라인 인쇄물의 광고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업화했다.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학과 3학년(07학번)인 그녀는 스물네 살 동갑내기 장선향 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애드투페이퍼를 창업했다.

전해나 대표는 2009년 1학기에 ‘캠퍼스 CEO’란 교양 과목을 하나 들었다. 산학협력단이 선정해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수업은 그때까지 창업은 생각도 안 해봤던 전 대표의 인생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된다. 이 수업의 주제는 ‘기업가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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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으로 의기투합한 두 명의 여대생

팀을 만들어 하는 이 수업에서 전 대표는 자신의 팀에서 택한 아이템보다 다른 팀의 아이템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발표를 본 그녀는 수업이 끝난 후 이 팀에 합류했다. 이 팀이 선택한 아이템이 바로 지금 애드투페이퍼가 하고 있는 사업이었다. 한동안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팀이 뿔뿔이 흩어졌다.

전 대표만 남고 모두가 팀을 나갔다. 그녀는 혼자가 됐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장선향 이사다. 두 사람은 원래 2009년 말 제일기획에서 하는 광고 공모전을 같이 준비한 적이 있었다.

장 이사는 고려대 언론학부 06학번으로 오프라인 인쇄물 광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전 대표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동갑내기 두 여대생은 그해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예비 기술 창업자에 응모, 시드머니 3500만 원을 받았다.

애드투페이퍼는 회사 이름과 이들의 서비스 이름이 동일하다. Add2Paper. 종이에 뭔가를 더한다는 뜻이다. 회사 이름 그대로 애드투페이퍼는 종이에 광고를 하는 사업을 한다. 어떤 종이에?

전국의 100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각자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매번 문서를 출력한다. 그때마다 장당 50원씩 돈을 내야 하는데 인쇄물에 광고를 실으면 출력을 무료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사업 아이템은 아주 심플하다. 어디 가서 설명하기가 그리 어려운 사업도 아니다. 다만 아이디어가 썩 괜찮을 뿐이다. 이것을 이용하기 위해선 애드투페이퍼가 제공하는 광고 프로그램을 플랫폼처럼 PC에 깔면 된다.

학교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면 된다. 학교에서도 나쁠 게 없다. 광고주가 됐든 누가 됐든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생큐다. 돈 안 내고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데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는가.

애드투페이퍼의 회사 소개서에는 이것을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웹 광고 서버(am.add2paper.co.kr)에서 광고를 등록하고, 애드투페이퍼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ClientProgram)이 설치된 환경이라면 어디에서나 사용자들이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이들은 작년 10월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작년 말 모교인 고려대를 시작으로 서울대·연세대·한양대·동국대 등 5개 학교에서 시범 서비스를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4일 숭실대가 추가돼 총 6개 학교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인쇄물 여백에 광고 넣어 수익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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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사업을 하고 보니 어려움이 정말 많더라고요.” 살아온 과정이 당차기 그지없는 전 대표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플랫폼을 만든다고 했는데 막상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죠. 대학 영업을 뛰는 것도 우리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운 일이었어요. 투자 대비 얼마나 수익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돈을 조달하는 것도 당장 발등의 불이었죠.”

결국 요약하면, 프로그래머가 있어야 하고 영업을 잘하는 사람도 필요했고, 초기 지원받은 자금이 떨어지면서 누군가의 투자도 절실했다. 그게 2010년 하반기 애드투페이퍼의 모습이었다. 놀랍게도 이런 문제들은 하나씩 해결됐다. 전 대표와 장 이사가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사업을 할 체질들이어서 그랬을까. 그들의 노력과 진심이 주변 사람들을 움직여서일까.

제일 먼저 해결된 것은 프로그래머였다. 동국대 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김국진 씨가 합류하면서 프로그램 개발이 본격화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해결된 것은 돈이었다.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택경·권도균 대표가 하는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프라이머에 지원, 투자 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택경·권도균 대표는 돈만 투자한 것이 아니었다. 사업의 전반적인 모습을 봐주고 꼼꼼하게 챙겨주며 조언해 줬다.

“프라이머의 이택경·권도균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으면 아마 진작 거리로 나앉았거나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장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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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풀린 것은 사람이었다. 한림대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고(04학번) 졸업 후 대흥기획·한컴 등 광고 대행사에서 일했던 오창훈 씨가 지난 4월 합류했다. 오 씨는 광고 영업을 맡았다.

어려운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일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 6개 학교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9월에는 서비스를 성신여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 등 23개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학교들과는 계약을 마쳤다. 이 정도 인쇄물을 감당하기 위해선 광고주가 확보돼야 하기에 서비스 개시 일정을 시간을 좀 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음·롯데칠성·엔비디아·카페베네·인크루트·롯데월드 등 12개 회사가 애드투페이퍼를 통해 광고를 집행했다.

이들의 서비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도 바로 통하지 않을까. 해외 대학생들도 이런 것을 분명 좋아할 텐데. 전 대표 역시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일단 국내에서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아야죠. 하지만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글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