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지난해 한 IT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에 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개인 정보를 스스로 공유하고자 하며, 그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변화시킨 사생활 영역을 언급했던 그의 발언은 당시 큰 논쟁거리가 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취업시장에서도 ‘사생활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취업시장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업의 길을 찾는 청춘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키워드, 바로 SNS다. SNS, 기업과 대학생 잇는 징검다리로
캠퍼스 잡앤조이가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에게 물었다. 채용 관련 SNS를 운영하고 있는가? 372명의 응답자 중 30.1%가 그렇다고 답했다.
27.3%는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 LG, SK, CJ 등 일부 대기업은 이미 채용 SNS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채용 트위터의 팔로어 수는 1만 명이 넘는다. CJ, SK그룹도 채용 트위터에 수천 명의 팔로어가 있다. 채용이 진행되지 않는 비수기에도 이들과 소통한다.
채용시장에 SNS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것이 있다. 일방적으로 채용을 ‘공지’하던 기업과 수동적으로 그것을 ‘수용’하던 구직자의 모습이다. 이제 지원자와 인사담당자는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이들의 관계가 수평적인 관계로 바뀌면서 채용도 더 원활해졌다. 기업의 채용 트위터 운영자들은 “SNS로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경직된 인사팀의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SNS를 채용 정보 제공 채널로 활용할 뿐 아니라 아예 전형에 도입하기도 한다. 신영증권은 올해 신입사원 모집에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운영하는 SNS 주소를 적고 소개하라’는 문항을 추가했다. 광고대행사 하우즈크리에이티브는 지난해 인턴사원을 뽑을 때 ‘트위터에 연재소설 쓰기’ 전형을 실시했다. 지원자들이 SNS 안에서 어떤 모습인지 보기 위함이다.
지원자의 SNS를 평가 요소로 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사담당자의 대답이 엇갈렸다.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는 지원자의 SNS를 들어가보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하며 “전부 보지 못할뿐더러 본다고 해도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SNS 확산과 함께 불거진 사생활 침해 논란을 염려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익명 응답이 가능한 설문조사에선 인사담당자의 55.1%가 ‘지원자가 운영하는 SNS를 방문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44.1%는 ‘SNS의 내용 및 활용 능력을 채용 결정에 참고한다’고 했다.
기업이 탐내는 스펙 ‘소셜 활용력’
일부 취업준비생은 이와 같은 변화에 난색을 표한다. “보여주자니 보여줄 게 없고, 보여주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런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SNS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다.
“오프라인 인맥을 중심에 둔 미니홈피에 익숙한 대학생들은 트위터 같은 ‘오픈형 SNS’를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 SNS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들은 SNS를 개인적 비밀을 털어놓는 공간으로 여기기보다 자신의 관심사와 전문 분야를 어필하는 공적 영역의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SNS는 비밀 없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사제도의 특성상 정보 공개를 꺼리던 기업들이 모두에게 열린 정보를 제공하는 SNS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이 시대 대학생들도 갈림길 앞에 섰다. 문을 걸어 잠그고 변화를 피할 것인가, 아니면 문을 열고 세상에 나가 똑똑하게 자신을 어필할 것인가. 당신의 인생 2막은 ‘SNS’라는 문을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달라질지 모른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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