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은행은 금융업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부문으로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의 시중은행, 농협중앙회·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의 특수은행, 부산·대구·경남과 같은 지방은행이 그것이다.

은행은 의외로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우선 고객에게서 예금을 받아 모인 돈을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을 준다. 대출금을 회수할 때 이자를 받는데, 여기서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를 차감하고 남은 것이 은행의 수익이 된다.

즉 여신(대출하는 것)과 수신(예금받는 것) 사이의 금리 차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것인데, 이를 예대마진 혹은 순이자이익이라고 한다. 예대마진은 평균 2.7% 수준이며, 국내 은행들은 전체 수익 중 90%가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

남은 10%는 수수료 및 기타 수익이다. 반면 영국이나 미국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이 40% 수준에 달한다. 한국의 은행보다 수익구조가 넓고 다양하다는 의미다.

은행업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데 특히 내수·부동산 경기는 은행업황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내수 및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대출이 증가하면서 자산과 순이자 마진 역시 커지지만 불황기에는 자산과 순이자 마진이 감소하고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수익이 감소한다.
[Industry View] 은행은 지금 ‘짝짓기 무한경쟁’ 중
누가 골리앗이 될 것인가

2010년 상반기 이후 지금까지 금융 관련 키워드를 하나 뽑으라면 단연코 인수합병(M&A)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금융기관의 덩치 키우기’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이 인수합병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유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는 많은 금융 상품이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상품은 ‘수시 입출금 통장’과 같은 보통 예금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언제든 입금과 출금이 가능하지만 낮은 이자를 주는 것이다. 저금리라는 측면에서 다른 말로 ‘저원가성 예금’이라고도 부른다.

보통 예금자들은 자신의 소득·지출 수준에 맞춰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금액만큼 저원가성 예금에 묶어둔다. 통장 하나에 들어 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것이 하나둘씩 모이면 굉장한 규모가 된다.

국내 은행들의 보통 예금 잔액 총계는 65조8000억 원(2010년 6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이 30조3000억 원, 신한은행 15조6000억 원, 우리은행 12조5000억 원, 하나은행 7조2000억 원 수준이다.
[Industry View] 은행은 지금 ‘짝짓기 무한경쟁’ 중
저원가성 예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은행에는 이득이다. 예금자에게 이자를 적게 줘도 되기 때문이다. 즉 싼 값에 돈을 빌려와 제 값에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원가성 예금을 통해 1%의 차익만 남긴다고 가정해도 KB국민은행은 3300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은행이 서로 합쳐지면 고객은 그만큼 늘어나고 저원가성 예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예대마진이 국내 은행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나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왜 금융기관들이 인수합병에 혈안이 돼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Industry View] 은행은 지금 ‘짝짓기 무한경쟁’ 중
메가뱅크 ‘약이냐 독이냐’

‘메가뱅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인수합병이 매력적인 이유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메가뱅크는 시중 은행, 즉 상업 은행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자산 규모가 대단히 큰 은행을 뜻한다. 자산 규모가 얼마나 돼야 한다는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세계 50위권 내의 은행이 메가뱅크로 인식되고 있다.
[Industry View] 은행은 지금 ‘짝짓기 무한경쟁’ 중
자산 규모가 크면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어 범위의 경제도 실현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대규모의 해외 수주, 혹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을 할 때는 보통 금융기관이 지원하는데, 국내 금융기관의 규모가 작은 탓에 사업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이른바 ‘메가뱅크 주창자’들이 앞세우는 근거이기도 하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우량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쓰러진 은행들은 대부분 메가뱅크였다.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국내 메가뱅크 반대론자들은 ‘저축은행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현실인데 메가뱅크의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하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메가뱅크에 대한 열망은 여러 금융기관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이다. 하지만 전자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이 문제가 되며 답보 상태에 빠졌고, 후자는 금융위가 산은금융의 인수 참여 반대를 밝히면서 무산됐다.

표류하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금감원 하나은행 외환은행 인수 무기한 연기 침울한 하나은행./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512....
금감원 하나은행 외환은행 인수 무기한 연기 침울한 하나은행./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512....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붉어져나오며 불투명해졌다.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이 불분명하게 되며 이를 근거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판단을 유보했던 금융위는 ‘인수 불가’로 기울 수 밖에 없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절반 이상인 2조4553억 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인수가 지연되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하나금융의 신용도가 저하될 수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외국계 자본인 론스타가 4조7000억 원(7년간 수익률 약 200%)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거두며 발을 빼는 것을 우려하는 것. 정치권 역시 여론을 의식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란?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김병언 기자 misaeon@ 20100614..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김병언 기자 misaeon@ 20100614..
우리금융지주는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2001년 부실 금융기관이었던 한빛·평화·광주·경남 은행과 하나로종금이 편입돼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이들 기관을 회생시키는 데 공적자금 12조8000억 원이 투입됐다.

즉, 민간 은행의 부실을 국민의 세금인 국가 재정으로 살려준 것.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는 57%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란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을 민간에 팔아 투입됐던 공적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작업이다.

민영화의 당위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산이 300조에 달하는 우리금융지주를 거둬들일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또 우리금융지주 자체가 우리투자증권 등 일부 자회사를 제외하고는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비은행 부문 육성이 시급한 KB금융지주가 잠재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으며, 외환은행 인수가 결렬될 경우 하나금융지주도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