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간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여름방학을 맞아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이 많다. 외국 경험을 해본 대학생이라면 학위를 받는 유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마련. 실제로 최근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계획하는 이가 크게 늘었다.

미국 국제 교육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은 2009~2010년 기준 7만2153명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4% 정도 줄어든 수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75%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이 가운데 32.4%가 대학원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잡아 2만3000명이 넘는 한국인 학생이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는 의미다.
[Special ReportⅡ] 전공별 랭킹 다 달라…‘퍼블릭 아이비리그’ 급부상
미국 대학원 유학은 철저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 특히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올바른 이해가 필수다. 똑같은 대학인데도 한국에 알려진 것과 미국 현지의 평가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명문’으로 알려진 학교가 미국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명문이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Special ReportⅡ] 전공별 랭킹 다 달라…‘퍼블릭 아이비리그’ 급부상
한국에서 학교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부터 보자. 미국 공대 순위 24위인 버지니아 공대(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는 몇 년 전 일어난 총기 사건 영향으로 한국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다.

예컨대 한국인이 이 학교에 가면 인종 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는 이 사건을 한국과 연결 짓지 않는다. 사건 당시 AFP통신은 미국 네티즌의 의견을 전하면서 “조승희는 총기 소유가 가능한 미국 시민이다. 그가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맴돌았던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퍼듀대(Purdue University)는 공대(Engineering)가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사람들은 퍼듀대에 다닌다고 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의 대학에 합격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퍼듀 공대는 미국 공대 순위 11위에 올라 있는 훌륭한 학교다. 단, 퍼듀대 자체는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평범한 주립대로, 모든 전공 분야가 상위에 랭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한 사이트에 올라 있는 퍼듀대에 대한 글 중에는 “퍼듀에 다닌다고 다 공대생인 줄 아냐?”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미국인은 공대를 제외한 다른 전공 분야에 대해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셈이다. US뉴스가 선정한 미국 대학원 랭킹에 따르면 퍼듀대 교육학과는 50위로 공대보다 40계단 정도 하위에 있다.

US뉴스의 의과대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펜실베이니아대는 법학과, 경영학과 등이 랭킹 5위권에 속하는 자타공인 명문이다. 그런데 이 학교 예술 분야만은 50위 정도로 다른 분야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인이 생각하는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한국에서 명문이라고 알려진 미국 대학들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학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예일대(Yale University),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 등 일명 아이비리그(Ivy League) 대학들이다.

이 대학들은 미국에서도 이름만 나와도 탄성을 지르는 명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미국 교육 시스템의 특징이다. 입학은 그리 어렵지 않은 반면 졸업이 어려워서 졸업생 수가 입학생 수에 비해 적다는 사실이다.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것이 대단한 게 아니라 졸업을 해야 비로소 대단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무조건 아이비리그 학교만이 좋은 학교라는 생각은 버리자. 사실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원으로 입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비리그가 아니더라도 좋은 학교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대학은 전공 분야가 매우 세분화돼 있어서 분야별 랭킹도 다양하다. 한국처럼 서울대의 대다수 학과가 전국에서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pecial ReportⅡ] 전공별 랭킹 다 달라…‘퍼블릭 아이비리그’ 급부상
등록금 수준+교육 프로그램 ‘우선 체크’

등록금 수준도 간과할 수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유명한 만큼 학비가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학생들은 대체로 저렴한 학비와 교육 프로그램 가치가 뛰어난 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아이비리그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학비 수준과 훌륭한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비리그와 주립대들을 비교해보자. 아이비리그는 유학생과 시민권 학생들을 불문하고 연간 1억 원에 가까운 학비를 내야 하는 곳이 많다.

단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므로 유학생에게도 장학금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주립대의 대학원들은 아이비리그보다 낮은 학비를 받지만 해당 주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유학생에게 돌아가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학비가 저렴하면서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요즘 미국에서는 퍼블릭 아이비리그(Public Ivy League)라는 별명의 주립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합리적인 학비와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주립대를 말한다. 법학 분야라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과대라면 템플 주립대, 경영학 분야는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학교들은 4000개가 넘는 미국 대학 중에서도 분야별 랭킹 50위 안에 속하는 ‘좋은’ 학교라 할 수 있다. 미국 전체 대학을 기준으로 한다면 해당 분야에서 상위 2% 안에 드는 학교들이다.
[Special ReportⅡ] 전공별 랭킹 다 달라…‘퍼블릭 아이비리그’ 급부상
‘간판’ 아닌 ‘전공별 랭킹’을 보라

퍼블릭 아이비리그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높이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대학을 말한다. 최근 미국에서도 퍼블릭 아이비리그가 주목을 받으면서 특히 더 각광받는 대학들이 있다.

뉴욕 빙햄튼에 위치한 뉴욕주립대(SUNY-State University of New York)는 오래전부터 미국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미국 뉴스,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 3년째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학교’로 선정될 정도다.

‘키플링거 경제매거진’의 경우 SUNY를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학교’로 정하면서 “SUNY는 학습 프로그램 수준이 높고 비교적 낮은 등록금을 받는다. 특히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1년 2800달러의 비교적 낮은 수준의 학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뉴욕주립대는 MBA석·박사 프로그램을 학부 과정과 함께 5년 안에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인기다.

미국 대학원 진학 준비는 이렇게!
[Special ReportⅡ] 전공별 랭킹 다 달라…‘퍼블릭 아이비리그’ 급부상
미국 대학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석·박사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자신이 어느 대학 어떤 전공에 잘 맞을지 꼼꼼하게 알아보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US뉴스는 ‘교육(Education)’ 섹션에서 미국 대학, 대학원의 랭킹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미국 대학원은 한국과 달리 전공별로 요구하는 시험이 다르다. 지원 분야에 따라 준비 과정도, 시험 종류도 다른 것이다. 또 학교에 따라서 요구하는 서류나 조건이 다를 수 있다.

공학, 건축 및 미술분야 등은 GRE 점수를 요구하지만 법학, 의학, 경영학 등은 각기 다른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필기시험은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하지만 한국의 수능처럼 시험 하나로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은 아니다.

학부와 마찬가지로 대학원 역시 에세이, 추천서 등 서류가 중요하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켰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필하는 것이 포인트다. 추천서는 지원자가 누구인지, 어떤 행동과 활동을 통해 인정받을 만한 사람인지를 지인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므로 학교에서 매우 중요하게 본다.

당사자가 사전에 읽거나 볼 수 없도록 추천인이 학교로 직접 발송하게 하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인지도나 신뢰를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 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학교의 공통된 바람이다.

따라서 리더십, 봉사활동, 사회성 등 자신의 장점을 살려 잘 연출해 보여주면 합격에 큰 도움이 된다. 단 지나친 자기 자랑처럼 보인다면 마이너스 요인이 되므로 주의할 것.

미국 대학원은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어떤 활동을 했느냐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갈라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부에만 공을 들일 게 아니라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스펙’을 쌓는 것이 좋다.

성적 관리에 급급해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번 여름방학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봉사활동, 기발한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활동들이 미국 대학원 입학의 비결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퍼블릭 아이비리그

[Special ReportⅡ] 전공별 랭킹 다 달라…‘퍼블릭 아이비리그’ 급부상
법학과(Law School)
펜실베이니아 주립대(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미국 법대 순위 50위
학비 : 약 36,450달러
LSAT 평균점수 : 156~162

의과(Medical School)
템플대(Temple University)
미국 의대 순위 40위
학비 : 54,048달러
MCAT 평균점수 : 10.4

경영학과(Business School)
러트거스 주립대(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
미국 경영학과 순위 55위
학비 : 약 35,350달러
GMAT 평균점수 : 638

공학(Engineering School)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
미국 공대 순위 24위
학비 : 35,771달러
GRE 평균점수 : 745

건축 및 예술(Architecture/Art School)
미시간 주립대(University of Mlchigan)
미국 건축 및 예술학 순위 37위
학비 : 약 43,424달러

학비가 저렴하면서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요즘 미국에서는 퍼블릭 아이비리그(Public Ivy League)라는 별명의 주립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 이병인 인턴기자(미국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 3)│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