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김희돈 씨

코리안리는 ‘야성적 인재’를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면접 전형에 등산, 축구 등을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기업에 지원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김희돈 씨는 자기소개서에 ‘도전 정신과 적극적인 태도’를 강조했다고 한다.

기업의 인재상과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으로 들리는 말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진짜 이야기. 지금부터 김 씨의 취업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자.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도전 정신·적극적인 태도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
한눈에 봐도 ‘엄친아’가 맞다. 학점이며 영어며 인턴십, 봉사활동까지 다 섭렵했다.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땐 양복 모델 포스까지 풍겼다. 이 정도 스펙이라면 취업문이 저절로 열리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력서에 쓸 내용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에 도전하고 치열하게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김 씨는 ‘경험’으로 스펙을 만든 케이스다.

“제가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해요. 몸으로 부딪치면서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했고, 매 순간 현실에 충실하면서 살려고 했어요.”

김 씨가 본격적으로 취업을 고민한 것은 군 제대 후. ‘무엇을 해도 외국어 능력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교환학생에 지원했다.

“원래 한 학기 과정인데 비자를 연장해서 총 8개월을 보내고 왔어요.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건 다하려고 했어요. 일부러 골프, 서핑, 라틴아메리카 음악 등의 수업을 찾아서 들었고, 샌디에이고의 시내 문화센터에서 공연도 했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작은 보험중개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도 병행했어요.”

그렇게 8개월의 시간을 꽉 채워서 보낸 결과였을까. 그는 이국땅에서 자신의 적성과 자질을 발견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 바로 ‘영업’이었다.

경험이란 ‘결과’가 아닌 ‘과정’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오니 3학년 2학기 겨울방학.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했지만 당시 영어 점수 이외에 크게 내세울 만한 건 없었다. 자격증? 공모전? 선택의 폭은 넓었지만 김 씨는 ‘봉사활동’을 택했다.

“점수를 만드는 것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봤어요. 봉사활동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았죠.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르신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는 단장도 맡았어요.”

한 번에 한 가지로는 만족을 못하는 김 씨. 봉사활동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도 했다. 교환학생 시절 알게 된 스페인어의 매력을 깊이 느끼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주변에서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왜 다른 걸 하느냐며 염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저에겐 더 중요했어요. 취업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인생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어요.”

김 씨가 ‘현재에 충실하다’고 한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두 달 동안 봉사활동과 스페인어 공부에 그야말로 ‘올인’했다. 한번은 봉사활동 때문에 가족과 함께 간 제주도 여행에서 먼저 올라온 적도 있다. 스페인어 학원에 다닐 때는 술을 마시다가도 수업시간이 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출석률 100%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은 자기소개서에 사례로 활용했어요. 얘깃거리가 많으면 자기소개서에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쓸 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경험이라는 단어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설명된다. 단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줄 쓰는 게 아닌 ‘그때 무엇을 어떻게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를 자기소개서에 잘 풀어쓰는 것은 ‘훈련’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취업 원서를 쓰기 전에 인턴십 준비를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자기소개서를 여러 번 써보니까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느낌이 오더라고요. 처음 인턴십 준비할 때는 왜 자꾸 떨어지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 같아도 나를 안 뽑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김 씨는 자신만의 ‘취업 준비 노트’를 만들었다. 면접을 치르면서 받았던 질문을 다 기록하고 스스로를 점검했다. 다음 번 면접의 예상 질문과 답변도 모두 적었다. 회사 정보도 꼼꼼히 챙겼다.

“적어도 면접 가기 전에 회사의 강점, 약점, 개선 아이디어 정도는 생각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회사에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인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제시할 줄 알아야 하고요.”

면접에서는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그것이 영업이라는 직무가 요구하는 자질이라고 판단해서다.

“영업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무잖아요. 표정과 말투가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도 잘 웃는데 더 많이 웃으면서 프로 영업맨처럼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면접관들도 ‘너처럼 재밌게 면접 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죠.”

김 씨는 현재 코리안리 해상보험부에서 언더라이터를 하고 있다. 보험 요율을 산정하고 타 보험회사의 기업 고객과 협상하는 일이 주 업무다. 부서는 영업 부서로 분류된다.

“상대방이 하는 말 뒤에 깔린 생각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열심히 배워서 앞으로 내가 맡은 분야에서 일등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보험회사에 보험을 파는 재보험회사’ 코리안리의 인재상은?

창의력, 도전 정신, 그리고 프로 정신을 갖춘 세계인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도전 정신·적극적인 태도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 항상 문제의식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며 열린 마음과 긍정적 사고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행동 -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람

자기 계발에 최선을 다하는 행동 - 끊임없는 자기 학습과 연구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발전시켜 자기 분야에서 일류를 지향하는 사람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