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호 이투스 창업자(現 스픽케어 부사장) - 창업동아리연합 PEUM

[CEO탐방] 벤처 성공의 노하우? 불편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것!
2000년대에 수능 시험을 치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드 교과서’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참고서로 발간 당시부터 주목받았던 누드 교과서는 지루하고 딱딱한 기존 형식을 과감히 탈피, 참고서계의 핫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발간 2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됐다.

‘누드 교과서’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비호 씨다. 서울대 재학 시절 ‘SNU 벤처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누드 교과서를 발간한 그는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의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이투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되면서 그도 함께 자리를 옮겨 이러닝 혁신 그룹장으로 근무했다. 2008년엔 SK에서 퇴사한 후 온라인 영어 교육업체 ‘스픽케어’를 설립했다. 벤처기업가와 직장인의 삶을 모두 경험한 뒤 다시 창업의 길을 택한 것이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스픽케어 사무실에서 진행된 ‘누드 교과서 창안자’와 ‘누드 교과서 세대’의 만남에선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 역시 창업 당시 이야기부터 대기업 근무 경험, 다시 창업의 길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친 뒤 문 밖까지 따라 나와 PEUM 회원들을 배웅하며 “항상 꿈을 잃지 말고 또 보자”는 말로 격려했다.

PEUM 이투스 창업 동기가 궁금하다.

[CEO탐방] 벤처 성공의 노하우? 불편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것!
이비호
고등학교 때 정석으로 수학 공부를 하면서 ‘왜 이렇게 책이 어렵고 딱딱할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 대학에 들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고 ‘쉽고 재밌는 수학책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 시작이었다.

기존의 참고서 제작 업체들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지만 변화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굳이 변화하지 않아도 책이 팔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가진 인프라는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원고 쓰기부터 조판, 인쇄까지 모든 출판 과정을 하나씩 물어보며 해결해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데 그 당시는 ‘하면 된다’는 객기가 있었다. 처음부터 성공을 바란 것은 아니었고, 우리 생각을 실현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PEUM ‘누드 교과서’를 낼 당시의 이야기를 해달라.

이비호
처음에 냈던 수학 참고서 ‘매스포유’는 사실상 절반의 성공이었다. 풀어 설명하는 콘셉트는 오히려 사회과학 과목에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꾼 것이 ‘누드 교과서’였다.

당시 한국사회에선 대학생이 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다. 교육업계에선 ‘학생들이 만든 책을 어떻게 믿나’하는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성적이 오른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밀리언셀러가 됐다.

PEUM 누드 교과서의 성공으로 회사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이비호
직장생활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열정만으로 일했기 때문에 팀원 간 신뢰도 높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벤처기업의 운영 체계가 허술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은 구조상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는 반면 벤처기업은 유동성 있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EUM 직원들을 이끌 때 어떤 철칙이 있는가.

이비호
나는 스스로 하드워킹(hard working)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장이라고 해서 ‘나는 편해야지’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리더는 일이 많다. 그것은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도 마찬가지다.

직원들과 정보 공유를 확실히 한다. 매주 월요일 전체회의를 하는데 작은 회의실에 모든 직원이 모인다. 끝나고 나면 모두 땀범벅이 된다. 하지만 회의를 하고 나면 일처리가 굉장히 빨라진다. 오해가 다 풀리기 때문이다. 직원 수가 30명 이상이 될 때까지는 계속 이 체제를 유지할 것 같다.
[CEO탐방] 벤처 성공의 노하우? 불편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것!
PEUM 2005년 이투스가 대기업에 인수 합병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비호
아쉬움보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당시 회사 내부 상황을 봤을 때 계속 소규모로 가면 경쟁에서 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교육 분야에서 2위 업체로 성장하면서 다른 교육업체들과 경쟁이 심화된 상태였고,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불똥이 튄 탓도 있었다.

창업할 때 투자받은 자금도 회수해야 했기에 회사를 좀 더 키워줄 사람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인수 합병 뒤 SK에서 투자를 많이 했고, 아직까지도 사이트가 살아 있다. 만일 그 당시 우리 힘으로만 계속 회사를 끌고 가려 했다면 지금 같은 결과는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PEUM 합병 후 SK에서 일했으니 창업과 취업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이비호
취업은 창업에 비해 위험 부담이 적고 안정적이다. 영업이익 100%를 내도 내 월급이 100% 오르는 건 아니고 실패해도 내가 빚지는 게 아니다. 창업은 성공하면 손꼽히는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PEUM 대학생들에게는 취업과 창업 중 어느 것을 먼저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은가?

이비호
창업을 하고 싶다면 우선 인턴십을 하면서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졸업 후 취업을 하려면 앞으로 종사하고 싶은 업종의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쌓는 게 좋다. 경력을 쌓고 나면 어느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 그때 창업을 해도 늦은 건 아니다.

PEUM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이비호
벤처의 핵심은 실행에 있다.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나도 아이디어는 많은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회를 잡는 건 결국 실행하는 사람이다. 창업을 꿈꾸면서도 막상 방학 계획을 물어보면 평범한 취업준비생들처럼 시간을 보내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경험해봤으면 한다. 선배를 찾아다니며 인맥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낯선 선배를 만나는 게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불편함 속에서 역설적으로 힘이 나온다. 편하게 살다 보면 과거의 모습이 유지될 뿐 발전이 없다. 껄끄러운 일, 익숙하지 않은 일, 불편한 일을 찾아서 하루 일과를 구성해야 발전이 있다.

PEUM 참가자
김대현(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 4)
이정진(중앙대 경제 4)
이경민(동국대 경영 4)
이동건(동국대 경영 4)
최민호(홍익대 정보산업공학 2)
이정인(홍익대 경영 1)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