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상·박재훈·이다훈 ‘트램스’ 공동창업자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역발상으로 만든 ‘포닝’… “착한 소셜 커머스 정착시킬 겁니다”
평균 나이 27세. 젊은 패기로 뭉쳤다. 대기업의 잘나가는 신입사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험난한 길 ‘창업’을 선택했다. 소셜 쇼핑 서비스 ‘포닝’을 만든 3명. 이다훈, 박재훈, 한승상 씨(사진 왼쪽부터)의 얘기다.

이들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모두 처음부터 창업을 꿈꿨던 건 아니다. 각기 다른 진로를 계획하고 있었다. CEO를 맡고 있는 한승상 씨는 원래 CFA 자격증을 준비하던 펀드매니저 지망생.

이다훈 운영부 이사는 경제학과에서도 학점 좋기로 손꼽히던 모범생으로 한국은행 입사를 희망하고 있었다. 박재훈 기획부 이사는 신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창업을 결심한 것은 ‘창업과 경제’라는 교양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다. 직접 사업기획서를 만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고, 여러 창업가를 만나면서 마음속에 서서히 결심이 섰다.

“언젠가는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 창업이라는 길이 내 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창업의 세계를 접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는 걸 알았어요.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젊은 창업가들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없는 것을 보고 ‘작은 일도 부딪치고 배우면서 할 수 있구나’ 하고 용기를 냈습니다.”

“젊으니까 할 수 있다”

스마트(SMART)의 영문 철자를 거꾸로 읽으면 트램스(TRAMS)가 된다. ‘역발상을 하는 스마트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지은 업체명이다. 이들은 소셜 쇼핑 서비스 ‘포닝(PONING)’으로 소셜 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닝은 ‘실시간 쿠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항상 새로운 쿠폰이 나오고 바로 쓸 수 있다는 생생함을 강조한 이름이다.

“처음엔 소셜 커머스라는 개념도 몰랐어요. 친구들끼리 당구를 치면서 ‘좀 저렴하게 할 수 없을까’ 장난처럼 얘기하다가 관련 업계가 있는 것을 알았고, 알아보니 시장이 팽창하고 있더라고요.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하면 되겠다 생각해서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어요.”

포닝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엔 볼 수 없던 형태다. 역발상으로 만든 독특한 방식이다.

“기존의 쿠폰북과 소셜 커머스의 특징을 반대로 가지고 있어요. 소셜 커머스는 한 번에 많은 숫자를 모으는 공동구매 형식이라면 포닝은 시간대별로 소량의 쿠폰을 발행해요. 업주가 웹사이트에 직접 할인을 원하는 시간, 수량, 메뉴 등 발행 조건을 입력하는 거죠.

그럼 이용자가 다운받아 사용하는 오픈 플랫폼 형식입니다. 쿠폰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소셜 커머스와 차이가 있고요. 쿠폰북과도 달라요. 쿠폰북은 보통 할인율이 10% 미만인 반면 포닝은 50% 이상이에요.”

이들은 평소 회의를 할 때도 뒤집어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남들이 10% 할인을 하니까 우리는 20~30% 할인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것을 뒤집어 “70~80%는 어때?”라는 의견을 내놓는 식이다. 실제로 ‘통큰 할인’이라는 80%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아직 재학 중인 사람이에요. 젊다 보니 겁이 없어요. 장벽에 가로막힐 때 돌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 것 같아요. 전통적인 방법도 있지만 저희는 젊은 회사니까 다른 방식으로 하려고 해요.”

포닝은 ‘착한 소셜 커머스’를 지향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했던 생각이다. 소매점주에게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역발상으로 만든 ‘포닝’… “착한 소셜 커머스 정착시킬 겁니다”
우정 마케팅으로 홍보비용 ‘0원’

“경제 공부를 하면서 시장 기능이 영세 업체에 어떻게 하면 순기능적으로 발휘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소셜 커머스는 한 번에 많은 이용자를 모아서 파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수수료로 수익을 내고요. 그런데 수수료가 높아 영세업자들은 많이 팔수록 손해예요. 포닝은 비용 없이 업체의 마케팅이나 신규 고객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상생을 추구하고 있어요.”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를 염두하고 기획을 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해 함께 일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현재 트램스에는 6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모두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고 한다.

최근 소셜 커머스가 난립하면서 가격대를 부풀려 할인율을 낮추는 꼼수도 등장하고 있다. 트램스는 가격을 속이는 업체와는 거래를 끊어버리는 결단을 했다. 정직하게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당찬 행보다.

트램스는 지난 2월 법인 설립을 마쳤다. 처음 0원에서 출발, 점차 자본금을 마련해 5000만 원 규모로 법인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곳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부모님의 지원이 있었고 후에는 서울시,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손을 잡아줬다. 현재 트램스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강북청년창업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다.

“사업 준비 기간에는 용돈으로 생활을 했어요. 돈을 모아서 컴퓨터 한 대 사고 또 돈을 모으는 식으로요. 돈이 없어서 사업을 못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팀만 꾸려도 투자해주는 곳이 많아요. 기술보증기금에서는 사업의 장래성을 보고 기술 평가를 잘 해줬어요.”

처음 포닝을 홍보할 때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친구가 자신의 연락처에 있는 지인에게 트위터, 카카오톡, 문자 등으로 홍보를 해준 것. 그렇게 친구의 친구, 또 그들의 친구 연락처를 모아서 다단계 식으로 홍보를 했다.

친구 600명이 동원돼 총 2만여 명에게 포닝을 노출했다. 돈 들이지 않고 ‘우정 마케팅’을 한 셈. 젊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 에피소드는 벤처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탄 결과 법인 설립 3개월 만에 회원 수 20만 명 이상, 가맹점 400곳 이상을 모으는 성과를 이뤘다. 포닝 애플리케이션은 인기 앱 순위에서 라이프스타일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벤처기업협회에서 벤처 인증도 받았다. 여세를 몰아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회원 확보에 주력했다면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광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수익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브랜드를 상대로 유료화 모델을 만들어 얻고 있는데, 조만간 든든한 투자자도 생길 전망이라고.

“지난 1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뿐 아니라 많은 성장을 했어요. 일희일비하면서 지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것을 깨달았죠.

어려운 상황에서 한계치 이상으로 노력해야 할 때가 많았지만 힘든 동시에 즐거웠어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낼 때마다 내가 얼마만큼 잘할 수 있는지 역량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