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월세 똑똑하게 고르기

얼마 전 제대를 하고 2학기에 복학할 예정인 정oo 씨(고려대 2학년 휴학)는 최근 한 부동산 정보사이트 게시판에 상담을 요청했다. 울산에서 올라와 학교 근처에 원룸을 알아보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SOS를 친다는 내용이었다. 약 3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의 집값은 한마디로 ‘미친’ 수준이더라는 것. 체감상 30% 이상 뛰었다는 게 정 씨의 하소연이었다.

정 씨처럼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하는 자취족에게 집값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등록금, 물가와 함께 삼중고를 안고 있는 셈. 특히 2009년 4월 이후 100주 연속 전셋값이 오른 여파로 ‘싸고 좋은 집’은 씨가 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신혼부부, 직장인 등이 대학가 원룸촌으로 몰리면서 집값 상승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주머니가 가장 가벼운 대학생들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속 모르는 소리다. 기숙사 입소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비교적 재정이 넉넉한 ‘부자 학교’들도 기숙사 수용률이 10% 미만이다. 고려대 9%, 연세대 6%, 중앙대 4.6% 등에 불과하다.

해법은 없을까. 가격 상승세는 어쩔 수 없어도 ‘틈새’는 있지 않을까. 그 첫걸음은 부동산 거래의 ‘기본’을 알아야 한다는 것. 적어도 자취족이라면 ‘부동산’을 외면해선 안 된다. 올여름 똑똑하게 집을 구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자.
[Better Life] ‘틈새’에 ‘싸고 좋은 집’이 숨어 있네
우선 집의 형태부터 보자. 전세·월세가 흔한 임대용 부동산에는 아파트, 원룸, 다세대·다가구 주택, 오피스텔 등이 있다. 아파트의 경우 거주 환경이 쾌적하지만 전세·월세 금액 부담이 크다. 서울에서는 제아무리 소형이라도 보증금 수준이 1억 원이 넘는다. 보증금이 싸다면 월세가 그만큼 비싸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를 구하고 싶다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또는 소형주택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를 눈여겨보면 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서울 강남·송파·강동 지역에 많다. 지은 지 오래됐지만 리모델링 등을 통해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한 아파트가 적지 않다.

특히 교통 등 생활 여건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앞에 있는 둔촌주공1단지 26㎡의 경우 전세 5000만 원 또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의 조건에 나와 있다.

원룸은 대표적인 대학생 주거 형태라 할 수 있다. 보증금과 월세 금액이 다른 임대 상품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 구해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려는 대학생이 많다.

원룸을 고를 때는 건물주가 한 건물에 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인 거주 여부에 따라 건물 관리 상태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불편사항 개선을 위해서도 건물주가 함께 사는 게 낫다.

원룸을 고를 때는 낮에 방문해 채광이 좋은지 확인해야 한다. 원룸 밀집지는 건물 간 거리가 좁아 채광이나 프라이버시 보호가 약한 경우가 많다. 또 도배·장판 상태와 상하수도 시설 등 기본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반지하나 옥탑, 1층 주택은 방범 혹은 주거 환경에서 만족도가 낮다는 점을 기억하자. 여학생이라면 외진 곳에 위치하지 않았는지 밤에 다시 한 번 가보고 계약을 하는 게 안전하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에도 대학생 수요가 많은 편이다. 서울 지역이라면 뉴타운 예정지에서 비교적 저렴한 집을 고를 수 있다.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은 이주·철거에 이르기까지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임대 물량이 많고 가격이 낮은 편이다. 신촌 지역 대학생이라면 북아현 뉴타운, 아현 뉴타운에 관심을 둘 만하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고르는 원칙은 원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밤과 낮의 환경을 잘 살펴야 한다. 재개발 조합 등에 이주 및 철거 일정을 알아보고 계약하는 것은 기본. 보일러 등 기본 설비도 꼼꼼하게 살펴보자.

오피스텔은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빌트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가구, TV, 에어컨, 세탁기 등을 따로 살 필요가 없는 곳이 많다. 주거 환경이 깔끔하고 편리한 데다 치안 시스템도 믿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임대료나 관리비가 비교적 높다는 게 흠. 또 발코니가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공식적인 규모에 비해 실제 공간 면적이 작다는 점도 기억해둬야 한다. 예컨대 50㎡ 오피스텔의 실제 면적은 60% 선인 30㎡ 정도라는 이야기다.

서울 강남권 소형 오피스텔의 경우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을 제외한 관리비가 3.3㎡당 5000원 정도다. 50㎡ 오피스텔인 경우 별도로 월 7만5000원의 관리비를 내야 하는 셈이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

--------------------------------------------------------------

전세·월세 구할 때 기억해!

‘직거래’ 피하고 ‘전입신고·확정일자’ 반드시 받아라
[Better Life] ‘틈새’에 ‘싸고 좋은 집’이 숨어 있네
부동산 거래와는 담 쌓고 산 당신에게 집 구하기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거액이 오가는 거래인 만큼 부담스럽기도 할 터. 하지만 원칙만 잘 지키면 안전하게 전세·월세 계약을 할 수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고수’로 거듭날지,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리서치팀장이 집 고를 때 기억해야 할 점을 조언했다.

‘직거래’를 경계하라 = 부동산 중개수수료 좀 아끼겠다고 ‘oo시장’ 등 정보지를 통해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갖은 범죄가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많은 게 현실. 하자 있는 집을 계약해 마음 고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허가받은 공인 부동산 중개사 사무소에서 거래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라 = 등기부등본에는 집에 관한 일반 사항과 함께 근저당권 등 채무 내용이 기재돼 있다. ‘등기부가 깨끗하다’고 하는 것은 ‘별다른 권리 설정이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집이라면 차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단, 주택 시세에서 우선순위의 근저당권 금액을 뺀 액수가 전세보증금 액수보다 많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입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아라 = 계약을 한 뒤에는 가능한 한 빨리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동사무소에 계약서를 가져가서 확정일자를 받는 것도 잊지 말자. 이는 경매 등 유사시 세입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조치다. 세입자의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을 선택하라 =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제 시간에 보증금을 받아서 이사를 나오기 위해서는 ‘환금성’이 좋은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환금성이 좋은 지역이란 돈이 잘 도는 곳이란 의미.

즉 수요가 많은 지역을 말한다.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세 만기일에 돈이 없다고 버티는 집주인이 적지 않은 만큼, 교통 환경 등이 좋아서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집을 구하는 게 상책이다.

계약서 ‘특약사항’공간을 활용하라 =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에 싼 집이 많다. 하지만 설비가 낡거나 이주·철거 등 특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계약서 특약사항란에 관련 내용을 기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컨대 하자보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하고, 계약 기간 중 이사를 해야 할 경우 이사비 책임 등을 집주인과 합의 하에 기입하자. 만사 불여튼튼!

조민이 부동산1번지 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