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캠퍼스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자본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했다. 둘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셋째, 그 결과 세계 굴지의 기업을 탄생시켰다. 창의력이 발휘되려면 ‘재능’이 ‘관심사’를 만나야 한다.

국내에서도 대학생들이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를 발현할 새로운 직업 찾기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창조캠퍼스’ 사업을 통해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자리로 만들고 자신을 직접 고용한다는 취지의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던 2차 면접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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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다루다 보면 가격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요?” “다른 컨설팅 회사도 많은데 중소기업이 굳이 대학생을 마케터로 써야 하는 이유가 뭐죠?”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자 단상에 선 발표자들은 연신 땀을 훔쳤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시선을 피하는 이는 없었다. 강당을 채운 150여 명의 관객도 숨죽이고 이들을 주시했다. 지난 3월 31일 단국대 죽전캠퍼스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 공개 면접 현장의 모습이다. 오후 4시에 시작된 이날 행사는 오후 7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해는 저물었지만 면접장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단국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청강문화산업대 등 10개 대학과 함께 대학생들의 ‘창직’ 활동을 지원하는 ‘창조캠퍼스’ 사업을 시작했다. 창직(創職)이란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활용해 사회적 수요가 있는 분야의 직업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아이디어가 곧 가치가 되는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기회를 마련해줌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직무 능력 개발 효과를 이끌어내려는 취지다.

‘창조캠퍼스’ 사업 대학으로 선정된 10개 대학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창직’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공모전이었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경북대의 경우 10개 팀을 뽑는데 무려 146개 팀이 지원해 14.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5개 팀을 선정한 숭실대에서도 60개 팀이 지원서를 냈다. 10개 대학에서 모인 창직 아이디어는 총 533개. 그중 100개 팀이 최종 선발됐다. 1차 서류 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거치는 동안 아이디어의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 팀원의 열의 등을 고루 살폈다.

참여한 학생들의 전공과 관심사가 각기 다른 만큼 이들이 내놓은 창직 아이디어 역시 다채롭다. ‘캠퍼스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단국대 ‘C&C’ 팀은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집에 쌓여 있는 작품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그림을 구입하고자 하는 카페나 기업을 예술 전공 대학생과 연결해주는 직업이다. 생활 속에서 겪은 불편을 새로운 직업군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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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창직으로 풀어낸 경우도 있었다. 충북대 ‘Philo-Society’ 팀은 ‘생활 디자인 컨설턴트(Life Design Consultant)’라는 창직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철학이 부재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생활양식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일본 대지진을 보며 재난구조 로봇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영남대 ‘Powersupply_HERMES’ 팀은 ‘재난탐사 로봇 개발자’라는 직업을 고안했고, 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에 주목한 청강문화산업대 ‘ECO C.G’ 팀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놀이 지도사’라는 직업을 만들어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쇼핑안내 점자책 제작자(숭실대), 다문화가정·새터민·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문화잡지 제작자(단국대)가 되고 싶다는 이들도 뚜렷한 목표 의식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QR 코드를 활용한 관광정보 시스템 개발자(전주비전대), 여행자를 타깃으로 한 위치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개발자(숭실대) 등 시대 흐름에 맞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관련 아이템을 활용한 직업도 많았다.
An isolated shot of two businessmen reading each other's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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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당선팀은 한 학기 동안 최대 600만 원의 자금과 모임 공간을 지원받는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전문가의 맞춤형 컨설팅과 멘토링도 이어진다.

지난 4월 21일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선 100개의 선정팀 중 4개 팀이 창직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멘토의 조언을 듣는 공개 멘토링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희망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의 창조적 도전을 격려하기도 했다.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은 2학기에도 열린다. 상·하반기에 걸쳐 두 차례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엔 우수팀을 모아 연말 경진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창조캠퍼스 지원단 이기현 사무국장은 “이 공모전이 아니었다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취업을 준비했을 학생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도전해보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에 이 사업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대학생들이 계속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의 창업 프로그램,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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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고용노동부·단국대 산학협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