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교수의 미국 유학 성공법

학기가 시작되고 첫 수업에 들어가면 교수는 한 학기 교수요목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교수요목에는 여러 가지 규칙과 마감일이 적혀 있다. 교수는 그 내용에 대해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학생은 교수요목에 적힌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교수요목에는 출결에 대한 원칙이 적혀 있다. 대개 여러 번 수업에 빠진 학생은 중도에 탈락하게 돼 있다. 교수는 탈락 사실을 학생에게 굳이 말하지 않는다. 탈락하면 그 학생의 이름을 출석부에서 지울 뿐이다.
[Column] 자립이란? - 스스로 결정하며, 실패까지 받아들인다는 의미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 ‘택’이라는 한국인이 있었다. 매우 열심히 노력하는 똑똑한 학생이었다. 어느 학기에 그는 이른 아침에 수학 수업을 들었다. 자주 지각과 결석을 했지만 그에겐 수업 내용이 쉬웠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간시험을 치르러 강의실에 갔을 때 그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교수는 그가 더 이상 수업 명단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는 이미 열흘쯤 전에 탈락했는데도 그 사실을 몰랐다. 호소해봐야 소용없었다.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는 ‘아웃’된 것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 시점부터 미 이민국에서도 신분을 잃었으며 즉시 4학점 수업을 되찾지 못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학기 중간에 시작되는 과목을 찾아냈다. 그가 원한 강의는 아니었지만 미국 내에서 학생 신분을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탈락한 수학 강의의 수업료를 환불받지 못했으며 새로 선택한 과목의 수업료로 100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게다가 필수과목인 수학을 재수강하고 수업료도 다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곤란에 빠지면 미리 경고해주는 게 당연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 수학 교수가 미리 경고해주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는 학생들에게 잔소리하는 걸 싫어한다. 억지로 공부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스스로에게 ‘잔소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출결 규칙을 정해두었다. 수업이 일주일에 5일 진행되면 한 학기에 결석을 다섯 번 허용하는 식이다. 이따금 내게 “다음 수업 시간에 결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다. 운전면허 시험을 봐야 하거나, 집을 알아봐야 하거나, 공항에 부모님을 마중 나가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댄다.

이런 학생들의 생각은 이렇다. ‘교수가 내 처지를 알면 결석으로 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섯 번 결석하면 탈락한다는 내 원칙은 그대로다. 어떤 사정이든 마찬가지다. 다섯 번이 넘으면 탈락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리포트 등 과제의 마감일도 매우 중요한 규칙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마감일을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달 일어나는 위경련은 응급 상황이 아니다.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한 숙취도 응급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석을 했다면 급우에게서 숙제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논문 마감일이 내일인데 내일 학교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수업에 빠졌다고 마감일이 바뀌지는 않는다.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대학은 함께 경기를 하는 게임과 같다. 게임이 계속되고 있는데 개인 사유로 팀에서 빼달라고 한다면 코치는 뭐라고 말할까? 때맞춰 규칙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학교에서 자신의 임무를 어떻게 소화해낼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학생 스스로의 몫이다.


[Column] 자립이란? - 스스로 결정하며, 실패까지 받아들인다는 의미
수잔 디렌데(Susan diRende)

미국 산타모니카대학 ESL 프로그램 교수.
저술가, 영화감독,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

수잔 디렌데 교수는 지난 12년 동안 한국 유학생을 가르쳐 왔다. 이 칼럼을 통해 미국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