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의 면접 스피치 레슨

‘말 잘하는’ 튀는 인재?‘잘 들을 줄 아는’ 하이브리드형 인재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카메라, 하이브리드 화장품… 요즘 ‘하이브리드’형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하이브리드’란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진 것을 말한다. 장점을 합쳤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업의 인재상도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한 사람의 장점과 또 다른 이의 장점을 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팀워크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1순위’로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면접관들이 아무리 ‘도사’라 한들 지원자의 팀워크 능력까지 단박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업들은 다양한 면접 방법을 개발해내고 있다. 모둠 프레젠테이션 면접, 놀이공원 등에서 하루 종일 어울리며 평가를 하는 다차원 면접, 사원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사원 면접 등이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선별해내기 위한 방편으로 ‘토론 면접’이 자주 이용된다. ‘토론 면접’에서 호감을 주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Column] 조직이 원하는 건 뭐?
상대가 들어올 틈을 주어라

말발(?)이 화려한 지원자를 보고 지레 겁먹는 경우가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혼자서 말을 많이 하는 지원자가 토론 전반을 이끄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모습에 주눅 들어 발언할 기회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반대로 내가 그런 지원자라고 생각해보자. 나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지원자들이 토론에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면?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있는 틈을 주어 편안한 토론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 더 좋은 팀워크 능력이다.

면접관은 이 모든 점을 체크한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공유해 더 좋은 내용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가진 이에게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상대방 의견도 소중하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생각한다. 특히 토론 면접에서 한마디라도 더 해서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고 중간에 개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게 아니고” “제 생각에는” “그런데”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의견이 더 소중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자는 오히려 감점 대상이다. 팀워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독단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네,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등과 같은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더 나은 의견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끌어내라

토론 면접은 ‘말 잘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의견만 개진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마치 토크쇼의 사회자가 된 것처럼 다른 지원자의 의견을 끄집어내는 역할도 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말이 적은 지원자에게 “그쪽 분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는 여유를 가져보라. 여러 가지 이유로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한 그에게도 분명히 좋은 의견이 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이 조직이 원하는 진정한 ‘하이브리드형 인재’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내 의견을 표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것은 ‘조직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 순조롭게 융합해 미완성 퍼즐을 완성시키는 사람’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Column] 조직이 원하는 건 뭐?
이민영 아트스피치연구원 부원장

HRD·스피치 전문가.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박사과정 수료. 건국대, 순천향대, 한국사이버대 등 출강. 기업 인력개발·교육 관련 콘텐츠 연구와 함께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