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 매거진한경

네버 렛미고, 한나 등

복제인간 3인의 청춘과 사랑 네버 렛미고

1952년 의학계는 불치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발견했다. 1962년 인류의 평균수명은 100세를 넘겼다. 1978년 영국의 기숙학교 헤일셤. 캐시(캐리 멀리건)와 루스(키이라 나이틀리), 토미(앤드류 가필드)는 이곳에 온 게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채 함께 지낸다.

외부 세계와 철저히 격리된 이곳의 학생들은 장기 기증을 목적으로 생산된 복제인간이다. 사려 깊고 차분한 캐시는 예민한 소년 토미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이 둘의 관계를 지켜보며 질투를 느낀 루스가 토미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한다. 이후 16년 동안 세 사람은 아픈 사랑과 이별을 거듭한다.

대전제 하나. ‘네버 렛미고’는 SF 영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익숙한 패턴의 SF와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 복제인간이 주인공이지만 1시간 4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손목에 부착된 어떤 표식을 출입증처럼 사용하는 쇼트를 제외하면, 이들은 아주 평범한 청춘들이다. 자신들을 만들어낸 존재가 과연 누굴까 궁금해 하다가도 “나 같은 존재는 마약중독자, 창녀, 빈민, 죄수에게서 복제됐을 거야”라고 끔찍한 자학을 하며 상처받는다.

인생을 과연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까. 나는 왜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힐까. 나를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캐시, 루스, 토미가 끊임없이 떠올리는 질문은 청춘의 혼란을 거쳐 간 이들 모두가 경험한 고통의 한 자락이다.

단, 이들이 어른으로 살 수 있는 시기는 아주 짧기 때문에 언제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무기력함이 두드러질 뿐이다. “인간들 역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충분히 살았노라 느끼지 않으리라.” 캐시의 마지막 대사는 “복제인간에게도 영혼이 있는지 궁금했다”는 인간들의 무정한 호기심을 향한 필사적인 저항이며, 기성세대의 통념을 거스르는 청춘만의 권위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각광받는 영국의 청춘스타들(엄밀하게 말해 앤드류 가필드는 아버지가 미국인이지만)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으며 ‘오만과 편견’으로 200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키이라 나이틀리, ‘언 애듀케이터’로 201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캐리 멀리건, ‘보이A’와 ‘소셜 네트워크’를 거쳐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새로운 피터 파커 역으로 발탁된 앤드류 가필드까지. 우아하고 모던하게 펼쳐지는 가슴 아픈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최상의 조합이다.

한나

감독 조 라이트
출연 시얼샤 로넌, 에릭 바나, 케이트 블란쳇

열여섯 살 소녀 한나(시얼샤 로넌)는 전직 CIA 출신 아버지 에릭(에릭 바나)에 의해 완벽한 살인 병기로 키워진다. 극비리에 진행시킨 위험한 임무가 시작된 순간 에릭과 헤어진 한나는 정보기관에 납치당한다.

이제 그녀는 탄생의 비밀과 배후 거대조직의 음모에 직면한다. ‘오만과 편견’의 조 라이트가 연출을, ‘러블리 본즈’의 시얼샤 로넌이 주연을 맡았으며 “‘본 아이덴티티’와 ‘롤라 런’이 만난 액션”이라는 해외 평단의 격찬을 받았다.

상실의 시대

감독 트란 안 훙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키쿠치 린코, 미즈하라 키코

와타나베(마츠야마 켄이치)는 절친한 친구 기즈키, 그의 연인 나오코(키쿠치 린코)와 17세 청춘을 함께 보냈다. 그러나 기즈키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기즈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오코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와타나베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러다가 생기발랄한 동급생 미도리(미즈하라 키코)에게서 또 다른 위안을 얻는다. 젊은 날의 눈부신 초상을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이 드디어 영화화됐다.

마셰티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에단 마나퀴스
출연 대니 트레조, 로버트 드니로, 제시카 알바

막돼먹은 노숙자처럼 보이는 마셰티(대니 트레조)는 전직 연방수사관이다. 그에게는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 밀매업자 토레스(스티븐 시걸)와 맞붙는 바람에 가족이 몰살당한 아픈 추억이 있다.

모든 것을 잊고 텍사스에서 새출발하려던 마셰티는 상원의원 암살범으로 몰리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단짝친구이자 ‘씬 시티’ ‘플레닛 테러’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작심하고 만든 ‘막장 B급 액션’의 진수.

글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