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교수의 미국 유학 성공법_‘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의 델피 신탁 입구에는 ‘너 자신을 알라!’고 쓰여 있었다. 스스로를 잘 안다면 대학을 선택할 때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선택하기 전 우선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두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대학(college)과 종합대학(university)이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사실 ‘대학(college)’이라는 단어가 좀 더 일반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대학(university)의 대학(college)에 다닌다는 표현이 맞다.

미국인들은 “종합대학에 다닌다”고 말하지 않는다. 종합대학은 대개 물리적인 규모가 더 크다는 의미일 뿐이다. 캠퍼스 내에 ‘공과대학(College of Engineering)’ 또는 ‘간호대학(College of Nursing)’과 같이 단과대학 기능을 하는 더 작은 규모의 대학들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학교는 공립 또는 사립이 있다. 공립 기관들은 해당 시나 지역사회, 해당 주에 속하며 해당 지역의 재산세로 일부 비용이 충당된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세금을 납부하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그만큼 저렴한 학비로 해당 지역의 학교에 다니게 된다.

유학생들도 사립학교보다는 공립학교에 다닐 때 비용이 더 적게 든다. 사립대학들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수준의 비용과 학비를 부과하며 대개 공립대학보다 훨씬 비싸다.

자신의 관심과 희망에 따라 학위 수준은 다음과 같이 달라질 수 있다.

◎ 준학사학위 : 대부분의 시립대학과 지역 전문대학(community colleges)이 수여하는 1년 또는 2년 과정의 학위

◎ 학사학위 : 사립 및 공립 대학이 수여하는 4년 과정의 학위

◎ 석사 및 박사 학위 : 대학원 과정의 학위로서 일부 대학(college)에서 수여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종합대학에서 수여한다.

유학을 준비한다면 교수들의 관심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소규모 대학(college)에서 공부할 때 더 행복할지, 번잡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의 큰 강당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대규모 대학에서 더 행복할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어느 정도의 학비와 기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자문해봐야 한다. 지역 전문대학들의 학비와 학교 내에서 요구하는 기타 비용은 학기당 몇 천 달러 정도인 데 반해 사립대학들은 수만 달러에 이른다.

주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지역 전문대학보다는 거의 10배 많은 경우가 있다. 또 준학사학위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학위가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여기까지 고민을 마쳤다면 이제 더욱 구체적인 문제가 남았다. 대학마다 나름의 문화가 있다. 자신이 어느 대학에 가장 잘 맞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는가? 미국식 강의실에 적응할 수 있을까?

경쟁이 매우 심하며 박학한 지식을 요구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환경이 나에게 적합할까? 다른 준비단계를 거쳐 지역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편이 나을까? 나는 독서를 많이 하나? 분명하게 요점을 밝히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담아 논문을 작성할 만한 실력을 갖추었는가?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준비가 더 필요할 것이다.
[Column] 나에게 꼭 맞는 대학 고르기
‘지역 전문대학에서 명문대로 편입’ 어때?

1~2년 정도 지역 전문대학에 다니다가 규모가 더 크거나 명망 있는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매우 경쟁적인 분위기의 정규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를 할 수 있다.

지역 전문대학의 수업은 대체로 교수가 한다. 대규모 종합대학은 1, 2학년 수업을 대학원 조교들이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지역 전문대학에서 경험 많은 교수와 공부할 기회가 더 많은 것이다. 특히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아직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적극적인 대학생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지역 전문대학은 학비가 저렴하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학비와 기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가운데 낙제율이 가장 높다.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공부 스타일이 미국 대학의 수업 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지역 전문대학은 이러한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지원하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대학들은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을 품어주기보다 제외시키는 정책으로 명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지역 전문대학은 그렇지 않다. 또 지역 전문대학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진다. 만약 편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충분히 상담할 것을 권한다.

편입을 위해 어느 정도의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지, 현재 자신의 학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카운슬러와 상담해야 한다. 어떤 학생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므로 급히 지역 전문대학 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거나 심지어 낙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낙제라는 의미는 돈을 지불하고 수강한 과목을 다시 수강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편입은 더 어려워진다.

편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지역 전문대학들의 명성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 한다. 몇몇 전문대학은 웬만한 시립대학보다도 편입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지역 전문대학들은 훌륭한 교육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UCLA나 USC 같은 4년제 주립대학으로 편입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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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학생의 편입 성공담]

집중영어 프로그램부터 시작, UCLA 편입 성공

ESL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만났던 한 한국인 학생은 상당히 모범적이었다. 이 학생보다 뛰어난 학생이 없었을 정도다. 영어 이름이 ‘제니퍼’인 이 여학생의 이야기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여러분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제니퍼가 산타모니카 지역 전문대학의 ESL 집중영어읽기 프로그램에 입학했을 당시 그의 영어 실력은 그야말로 ABC를 겨우 뗀 수준이었다. 오빠가 UCLA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으므로 미국의 교육 체제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겨우 두 학기가 지나자 영어 초보에서 본격적으로 전공 수업을 시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그러나 제니퍼는 정규 학과수업을 곧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무학점 체제의 집중영어읽기 프로그램에서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책을 읽고, 학생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와 주제를 토론하고, 이에 대해 논문을 써야 한다.

원래 제니퍼의 계획은 UCLA로 편입해 학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좋은 학점이 필수다. 그래서 평균학점(GPA) 4.0을 받을 수 있겠다고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학점이 부여되는 강좌를 듣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제니퍼는 집중영어읽기 프로그램에서 6개월을 더 공부하면서 읽기와 말하기, 쓰기 능력을 높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강의실에서 리더가 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제니퍼는 토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자신보다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을 도와 미국 대학의 강의실에서 요구하는 모습을 갖추도록 인도해주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최고의 학습 방법이다. 집중영어읽기 프로그램을 떠날 무렵 그는 어떤 강의실에서도 모범이 될 만한 능력을 모두 갖추게 됐다.

제니퍼는 평균학점 4.0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산타모니카 지역 전문대학 국제교육 담당 사무국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학생비자(I-20)를 소유한 유학생은 캠퍼스 내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제니퍼는 그 기회를 살려 사무국의 최고책임자에게 편입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 추천서가 반드시 편입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담당 교수의 추천서만 제출하는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제니퍼는 처음 계획했던 대로 UCLA에 입학했다.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굳건한 학문적 기반을 다질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준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영어를 배우고 학위를 얻기 위해 미국에 왔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국의 대학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미국의 대학 체제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미국에서는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많은 대학이 무학점제의 집중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본격적인 학과수업을 들을 수 있다. 토플 450점 이상을 취득할 만한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토플 점수는 좋지만 미국 공부 방식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봄 직하다.

집중영어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두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라. 첫째는 학생 중심 환경에서 읽고 쓰고 토론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골라야 한다. 둘째는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공부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다니고 싶은 대학에 영어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면 그곳에 등록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면 된다. 제니퍼는 오빠가 다니는 UCLA에 입학하기를 원했다. 산타모니카 대학은 UCLA 편입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에게 좋은 선택 대상이었다.
[Column] 나에게 꼭 맞는 대학 고르기
수잔 디렌데(Susan diRende)

미국 산타모니카대학 ESL 프로그램 교수. 저술가, 영화감독,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
수잔 디렌데 교수는 지난 12년 동안 한국 유학생을 가르쳐 왔다. 이 칼럼을 통해 미국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말하고자 한다.

일러스트 신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