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시청률 베스트5

‘드라마 폐인’을 자처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시보기는 필수, 밤새 무한 반복은 선택이다.

“당신의 연기에선 라벤더 향이 나”라고 말해주고 싶은 그 주인공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핸드폰을 쓰는지 기자 못지않은 정보 수집력을 자랑하는가 하면, 작가 뺨치는 실력으로 시청자 후기를 쓰기도 한다. 모두 드라마를 사랑하기에 가능하다.

당신을 각종 ‘앓이’에 빠트린, 추억 속 그 드라마는 무엇인가. 최근 10년간 시청자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드라마를 모아봤다.
[Record] 시청자가 사랑한 ‘전설의 드라마’는?
2000년 이후 방영된 드라마 중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본 드라마는 MBC ‘허준(2000년)’으로 조사됐다.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제공) 53.9%로 1위를 차지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인생과 동양의학에 관한 이야기로 이병훈 PD가 연출했고 전광렬, 황수정 등이 출연했다. 이때 황수정은 ‘예진 아씨’로 불리며 연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2위는 MBC ‘대장금’이 차지했다. 역시 이병훈 PD가 연출한 작품이다. 최고 시청률 1, 2위 드라마를 모두 연출한 이병훈 PD는 사극의 ‘마이더스 손’으로 불린다. 또 이영애가 주인공을 맡고 매회 다채로운 궁중요리를 선보여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했다. ‘대장금’은 아시아권은 물론 중동과 유럽까지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 드라마다.
[Record] 시청자가 사랑한 ‘전설의 드라마’는?
역대 시청률 3위는 MBC ‘진실’이다. 2000년 방영된 드라마로 최지우, 류시원, 박선영, 손지창 등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들이 출연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일본 니혼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어서 MBC의 ‘주몽’이 4위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10개월간 81회 방영한 드라마다. 주몽 역의 송일국에게 연기대상의 대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그는 그 후 한 법조인과 결혼을 했다. 또 연속 34주간 시청률 톱 1위를 고수했다. 역대 사극 시청률만 본다면 ‘허준’과 ‘대장금’의 뒤를 이어 3위다.

5위는 SBS ‘파리의 연인’이 차지했다. ‘파리의 연인’은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 신우철 감독이 참여한 작품. 강태영(김정은)이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를 만나 신데렐라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숱한 여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주며 각종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최종회에서 그 모든 것이 여주인공의 꿈이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파리의 연인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 신우철 감독은 ‘파리의 연인’ 인기에 힘입어 ‘프라하의 연인’ ‘연인’ ‘시티홀’ ‘온에어’, 그리고 최근 ‘시크릿 가든’까지 손을 맞잡았고 시청률 대박을 터트렸다.

흥미로운 점은 시청률 1~5위 중 사극이 총 3개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세 작품 모두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혼합해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또한 성이나 연령대별로 선호도가 조금씩 달랐는데 특히 20대 여성에게 인기 많았던 작품들 중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 있었다. ‘허준’에 이어 시청률 순위 2위를 기록했다. 2005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내 이름은 김삼순’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최근엔 ‘시크릿 가든’의 인기 후폭풍으로 ‘현빈 앓이’가 계속되면서 ‘내 이름은 김삼순’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한편 2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는 1위 ‘허준’, 2위 KBS ‘태조왕건’으로 조사됐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