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는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지식 콘퍼런스다.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가치 있는 지식은 공유돼야 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대학생들이 국내에서도 자발적으로 ‘TEDx’ 강연을 개최해오고 있다(‘TEDx’는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TED의 라이선스를 받아 개최하는 강연회를 일컫는다). 지난 2월 12일에도 TEDx 강연이 열렸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대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한 지식 나눔의 현장을 찾았다.
[현장 스케치]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지식 나눔의 장 'TEDx'
지난 2월 12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강당은 검은 정장 차림의 대학생들로 분주했다. “사회자 첫 멘트 다음에 회장님 인사말이 있을 거예요. 영상팀 다시 한 번 체크해볼게요.” 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날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35명의 ‘TEDx한강’ 팀원이었다.

‘TEDx’는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자발적으로 여는 TED의 지역 강연회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9월 TEDx명동을 시작으로 서울대, 연세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에서 콘퍼런스가 열렸다. TEDx한강은 지난해 7월 첫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대학생이 기획한 행사로는 여섯 번째다. ‘브레인 인큐베이팅 그룹’이라는 대학 연합 경영학회 학생들이 주축이 됐다.

콘퍼런스의 주제는 ‘Koreanish ; Fasten Your Seat’. 한국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였다. “1회 행사보다 전문화된 주제로 접근하기 위해 고민했어요. 스폰서 후원을 받아서 무대 장치에 신경을 쓰는 등 이전에 부족했던 부분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죠.” 행사를 총괄한 디렉터 김단비(이화여대 정치외교 4) 씨는 “체계적인 행사 준비를 위해 30명의 스태프를 따로 뽑았다”고 덧붙였다.
[현장 스케치]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지식 나눔의 장 'TEDx'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끼리끼리’ 문화가 한국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제로 한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의 강연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CJ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콘셉트 디렉터로 일하며 비빔밥 브랜드 ‘Bibigo’를 론칭한 노희영 히노컨설팅 대표의 사례 소개, 세계를 돌며 국악을 전파한 원장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장의 대금 연주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호진(일본 메이지대 경영 1) 씨는 “세계화의 법칙으로 글로벌 에티켓, 창의적 사고, 미친 실행력 3가지를 강조했던 서경덕 한국홍보전문가의 강연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지금까지 ‘글로벌화’라는 단어가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실질적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연사와 관객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강연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애프터 파티’가 마련됐다. 서경덕 한국홍보전문가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여서 참여했다”며 “대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와 실험 정신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단비 디렉터는 “행사가 끝난 뒤 강연 영상을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행사가 계속되어 더 많은 사람이 ‘개인의 아이디어를 널리 퍼트리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TED 강연의 취지를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 김보람 인턴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TEDX Ha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