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코리아 도현준 씨
북적이는 강남 코엑스를 지나 아셈타워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 ‘로레알 코리아’, 여성가족부에서 인정받은 ‘가족친화 우수 기업’에다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동경의 대상인 이 외국계 기업의 입사 7개월 차 신입사원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문이 열리고 세련된 분위기의 로비가 보였다. 인터뷰이가 당연히 ‘여성’일 거라 생각한 기자의 눈에 앳된 한 ‘남성’이 들어왔다. ‘어려 보이는데? 인턴사원인가?’ 하지만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른다고 했다. 그는 ‘로레알 브랜드 스톰’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하고 정식 입사한 ‘능력자’였다. 1등 팀에게 인턴십 자격이 주어지는 로레알 브랜드 스톰 공모전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쥔 도현준 씨. 전 세계 36개국 1등 팀과의 경쟁을 위해 머물렀던 프랑스에서 그는 ‘로레알 입사’라는 목표를 정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6개월의 인턴십을 무사히 마친 그는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마침내 102년 전통의 ‘넘사벽’ 기업에 입성한다.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로레알 브랜드 스톰’은 국내에서 제일 큰 공모전이에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마케팅에 대한 재미도 알았어요. 국내 대회 우승 후 프랑스 본사를 방문했는데 그때 로레알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입사 욕심이 생겼습니다.”
대학 시절 농구와 술이 전부였던 그는 2학년 2학기 때 학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했다.
“제 자신이 논리적이고 문제를 푸는 데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금융 쪽으로 취직하려고 했어요. 군 제대 후 SIFE 학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케팅은 끊임없이 창의적인 발상과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전에는 몰랐던 적성이 나타나서 저도 놀랐습니다.”
학회 활동을 하면서 경영, 마케팅, 컨설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기회를 체험하면서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회 친구를 통해 ‘로레알 브랜드 스톰’에 대해 알게 된 것. 금융 전문가를 꿈꿨던 경영학도는 그렇게 ‘마케팅 세계’에 입문했다.
‘성실함’이 최고의 무기
로레알 코리아에 입사하기 위해선 100% 인턴십을 거쳐야 한다. 인턴십은 보통 1년에 2번 치러지는 캠퍼스 리크루팅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입사지원자는 게임 시뮬레이션을 시작으로 서류, 영어 면접, 그룹토론 등을 거친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마지막 관문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최종 인턴사원으로 선발된다. 선발 인원은 대략 1년에 30명 수준. 다른 방법으로 인턴십 과정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브랜드 스톰 공모전’이다. 이를 통해 인턴사원이 된 그는 6개월간의 인턴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턴십하면서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일개 인턴에게 웹사이트 리뉴얼과 같은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지 신기했어요. 그 당시엔 몰랐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를 믿어준 거죠. 일다운 일이 주어지니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어요.”
마지막 관문인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다.
“합류한 방법은 다르지만 워크숍은 함께 갔어요. 프레젠테이션 주제가 ‘메이블린 브랜드의 옐로 마스카라를 어떻게 홍보하고 알릴 것인가’였어요. 새벽까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다 보면 여자 동기들은 못 알아볼 정도로 엉망이 돼요.(웃음) 졸면서 파워포인트를 만들었어요. 함께 고생해서 그런지 많이 친해졌죠.”
워크숍이 끝난 후 사장과 면담이 이루어졌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 회사에 남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공모전에서 1등을 했다고 모두 채용되는 건 아니란다. 1등 팀으로 함께 인턴생활을 했던 3명 중 남은 사람은 도 씨 혼자다.
최종 관문 통과 비결로 그는 “마무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마지막 발표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를 창출하면서 그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는 게 중요해요. 브랜드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아이디어에 반영할 수 있어요. 성실해야만 가능하다는 걸 배웠어요.”
입사 후 6개월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그는 이제 갓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았다. 백화점 사업부, 시판 사업부, 헤어살롱 사업부, 병원약국 사업부 등 총 4개 사업부 가운데 병원약국 사업부 소속으로 신제품 ‘라로슈포제’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 맡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각 병원의 원장님을 찾아다니며 제품 콘셉트를 설명하면서 제품을 어떻게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설명해요. 현장 감각을 익히는 거죠. 프로덕트 매니저의 가장 큰 업무예요. 처음부터 무작정 실무에 뛰어들기보다는 현장과 오피스워크를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해요.”
그는 로레알 코리아가 자유롭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가장 잘 피력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닐까 싶어요. 임원에게 내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그래서일까. 앞으로의 목표 또한 다부지다.
“우선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싶어요. 현재 로레알 코리아에 14개 브랜드가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그 브랜드 전체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 게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넘사벽’ 기업을 넘으려면 ‘영어 능력과 경험’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영어는 기본이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요. 그래야 업무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특징과 장점 하나씩 만들어 오면 도움이 될 거예요.” ◆ 로레알 코리아 인재상
FACE - Flexibility(유연성)
- Autonomy(기업가 정신)
- Communication(의사 표현력)
- Energy(열정)
유연한 사고와 대인관계, 기업가 정신, 의사 표현력, 열정이 있는 사람이 ‘ 로레알’이 원하는 인재.
글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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