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 '돌풍' 대학생 작가들] 집요한 노력·끈기와 땀으로 책을 펴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 하지만 전문가도,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도 아닌 대학생이다. 포기해야 할까?

누적 판매 50만 부를 기록한 ‘언어의 기술’은 대학 1학년생이 쓴 고등학교 학습서다. 드라마 ‘선덕여왕’보다 1개월 앞서 나온 역사장편소설‘선덕여왕’은 저자가 대학 4학년 때 쓴 것.

630일간 자전거 한 대로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이야기를 담은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는 전문 여행가가 아닌 대학 휴학생의 작품이다. 출판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은 “출판의 길은 생각보다 넓다”고 입을 모았다.

“혹시 이해황 선생님 되시나요? 도와주세요. 언어영역 점수가 오르지 않아요.” 고려대 물리치료학과를 작년 2월에 졸업한 이해황(26) 씨. 그는 대학 1학년 때 수능 언어영역 학습서 ‘언어의 기술’을 출판했다. ‘언어의 기술’은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서 ‘언어영역의 바이블’로 통한다. 그의 책은 현재 누적 판매 50만 부로 고등학교 수험서 부문 베스트셀러다.
[출판시장 '돌풍' 대학생 작가들] 집요한 노력·끈기와 땀으로 책을 펴내다
‘언어의 기술’ 초판은 대형 출판사가 아닌 ‘학교 제본소’에서 인쇄됐다. 이 씨는 “원고를 보냈는데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했다”며 “1인 출판사 등록을 하고 학교 제본소에서 책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가 출판에 성공하자 여러 출판사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이 씨의 책이 ‘대박’ 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언어의 기술’에는 대학 입학을 위한 삼수 과정에서 다져진 공부 노하우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언어영역에도 일정한 출제 패턴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 수능에서 언어영역 점수가 4등급이었죠. 언어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점점 노하우가 쌓였어요. 세 번째 때는 1등급을 받았죠. 부문별 독해 방법, 매년 등장하는 출제 패턴을 알게 됐어요. 딱히 출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혼자 알기엔 아까운 공부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 씨는 “이외수, 홍세화 등 유명 작가의 글귀와 언어영역 문제를 연결해서 수험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했다”며 “문제집이라기보다는 단행본 콘셉트로 ‘언어의 기술’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고3 수험생들에게 모의고사 해설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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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학원 사학과에 재학 중인 신진혜(27)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책을 출판한 ‘베테랑 작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출판한 역사무협 소설 ‘월랑 바람의 전설’은 수십 개의 출판사를 두드린 끝에 펴낸 그의 첫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인 ‘발해의 꿈 대조영’은 출판사의 요청으로 집필했다.

대학 4학년 때 펴낸 ‘선덕여왕’은 MBC드라마 ‘선덕여왕’보다 1개월 앞서 출판된 소설로 장기간의 역사 고증을 거친 역사소설이다. 신 씨는 “‘선덕여왕’ 집필을 위해 관련 학과 수업을 빠짐없이 들었다”며 “중앙박물관, 유적지 등을 직접 찾아가 자료를 수집하는 등 7년의 노력 끝에 ‘선덕여왕’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선덕여왕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어요. 화석처럼 굳어 있는 존재에 온기를 불어넣고 싶었죠. 정치사적 접근보다는 그가 느꼈을 고독과 모성애 등 인간적인 면을 중심으로 글을 썼어요.”
[출판시장 '돌풍' 대학생 작가들] 집요한 노력·끈기와 땀으로 책을 펴내다
신 씨는 ‘선덕여왕’을 쓰기 위해 삼국유사, 삼국사기, 화랑세기를 주로 참고했다. 문헌 자료에는 인물의 출생 연도와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는 흩어져 있는 퍼즐을 맞출 때처럼 책을 읽었다. 그렇게 3년을 읽자 인물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신 씨는 틈만 나면 경주로 내려가 유적지를 탐방했다. 그는 주인공들이 생활했던 궁궐터, 말을 타고 다녔을 도로를 걸으며 떠오르는 스토리를 메모했다.

7년 동안의 자료 조사 끝에 등장인물의 출생과 특징, 사건 등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정리된 자료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벽에 붙여놓았다. 사건 진행 중에 죽은 인물은 빨간 펜으로 그었다.

신 씨의 ‘선덕여왕’은 MBC드라마 ‘선덕여왕’과 시기가 맞물려 함께 유명해졌다. 그는 “책이 드라마의 원작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드라마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궁금증 때문에 사람들이 책을 샀다”고 말했다.

역사학도가 장기간에 걸쳐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선덕여왕’의 인세는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를 꺼려한 신 씨는 “그저 용돈벌이 이상은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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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태현(29)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생 여행전문가다. 그의 여행 경력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 부산과 김해를 왕복한 것이 김 씨의 첫 번째 여행이었다.

2007년에는 오토바이로 전국을 일주했고 같은 해 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고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왕복했다.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김 씨는 조금씩 멀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아메리카 대륙을 자전거로 종단하기로 마음먹었다.

630일 동안 미국 LA에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까지 약 2만5000km를 자전거로만 내리 달렸다. 자전거 타이어를 58번이나 갈아 끼우며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김 씨는 2010년 5월에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를 펴냈다.

그의 책은 블로그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여행을 할 때마다 찍은 사진과 메모를 바탕으로 여행기를 작성해 블로그에 올려놨다”며 “오토바이로 전국을 누비며 찍었던 사진과 메모들은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하면서 올린 여행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블로그의 총 방문자 수가 9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9년 싸이월드 파워 블로거이기도 한 김 씨는 “방명록이나 이메일로 출판 제의를 받았고 관련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도 책을 내자는 문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630일간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디일까. 김 씨는 멕시코의 시골마을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출판시장 '돌풍' 대학생 작가들] 집요한 노력·끈기와 땀으로 책을 펴내다
“멕시코의 시골마을 외진 곳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지나가던 아저씨가 저를 보더니 ‘여기서 뭐하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자기 집으로 가서 자라고 먼저 제의했습니다. 아저씨를 따라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어요. 20가구 정도가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 보였습니다.

저를 발견한 마을 주민 모두가 제 주위로 몰려들었어요. 저녁 늦게까지 마을 주민들과 지내다가 다음 날 다시 길을 떠나려는데, 마을 주민들이 입구까지 배웅해주었습니다. 제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해졌었지요.”

김 씨는 대학생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즐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관심 분야를 찾아내 열심히 노력하고 진실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진정한 스펙”이라며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이 있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한다면 대학생들도 출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 이름을 건 책, 나도 할 수 있다! 나만의 책을 출판하는 세 가지 방법

매년 각 신문사와 문학잡지에서 개최하는 신춘문예에는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들은 최소 10 대 1에서 최대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책을 출판할 수 있다.

문예창작과 학생이나 뛰어난 글솜씨를 갖춘 대학생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일반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춘문예’는 그들만의 리그로 비치기도 한다. ‘신춘문예’를 통하지 않고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부터 나만의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지름길을 공개한다.

① 출판사 이용하기

각 출판사의 홈페이지에는 ‘원고 투고란’이 있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매주 원고 투고란에 접수된 원고를 확인하고 출판 여부를 결정한다. 출판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원고를 투고란에 보내고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검토를 부탁하면 된다. 출판사는 자신의 원고와 비슷한 주제의 책을 펴낸 곳을 선택해야 한다.

더난출판사의 관계자는 “독자 투고란을 적극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출판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기본 인세는 8~10%이며 학습지의 경우 5~6%의 인세를 받을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 평균 100만 원의 출판 계약금을 받는다.

② 블로그 이용하기

인터넷 매체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은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를 받는다. 특히 파워 블로거 출신은 출판사 러브콜의 1순위다. ‘베비로즈의 요리비책’의 저자 현진희 씨,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의 저자 김은섭 씨,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저자 이현우 씨는 모두 파워 블로거 출신이다.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의 저자 김태현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 열정을 쏟고, 그 열기의 기록을 블로그에 꼼꼼하게 남겨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1인 출판사’ 등록하기

‘언어의 기술’의 저자 이해황 씨에게 1인 출판사 등록과 출판 과정을 들어보자.

“해당 지역의 구청에 가서 ‘문화’가 붙은 부서를 찾아가세요. 출판사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신청하면 일주일 내에 ‘출판사신고필증’을 받을 수 있어요. 주민등록증만 가져가면 되고 등록비는 1만8000원 정도입니다.

출판사신고필증을 세무서에 가져가서 사업자등록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것도 역시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그 후 인터넷으로 ‘한국문헌번호센터’에 가입해서 출간하려는 책에 들어갈 ISBN 바코드를 받으면 출판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책 제본은 학교 제본소를 이용하면 저렴합니다. 소규모 서점에는 책을 넣기가 힘들어요.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 신간 책을 등록하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면 서점에 책을 넣을 수 있습니다.”


글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신진혜·김태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