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아리연합 ‘PEUM’ - 더후라이팬 이정규 대표

지난 2002년 홍익대 창업동아리 멤버 4명이 홍대 앞에 치킨집을 차렸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저질렀던’ 이들은 3년간의 테스트 끝에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5년이 지났다. 24세 대학생들은 30대가 되었고, 치킨집은 150개 가맹점을 돌파하며 프랜차이즈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바로 ‘더후라이팬(the Frypan)’의 얘기다.
[CEO 탐방] 큰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일단 저질러라! 망해보아라!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치킨집으로 유명한 더후라이팬은 그 흔한 광고 한번 없이 인기 외식 브랜드가 됐다. 이런 케이스는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다. 이 덕분에 독특한 ‘배짱형’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경영진들은 업계에서 ‘연구 대상’이 됐다. 소리 없이 성장하는 저력에 긴장하는 경쟁사가 적지 않다.

특히 큰 사업가를 꿈꾸며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더후라이팬은 일종의 롤모델이다. 서울 지역 16개 대학 창업동아리의 연합체인 피움(PEUM)과 함께하는 ‘CEO 탐방’의 첫 주인공으로 이정규 더후라이팬 대표는 ‘최적’인 셈.

보타이에 동그란 안경으로 멋을 낸 이 대표는 “동아리방에서 수다 떠는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하자”면서 9명의 멤버를 반갑게 맞이했다. 2010년 12월 3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만남은 간담회-치킨 조리 체험-맥주 파티로 이어져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CEO 탐방] 큰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일단 저질러라! 망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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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게 문제다.

흔히 ‘사업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첫 번째는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 두 번째는 머릿속에 생각만 맴돌 뿐 시작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훨씬 어려운 문제다.

무조건 저질러라, 멋도 모르고 창업하라고 말하고 싶다. 하찮은 아이템이라도 괜찮다. 경제 공부한다고 주식하는 것보다 창업을 해보는 게 훨씬 큰 공부가 될 것이다. 아마도 십중팔구 망할 것이다. 망해보는 것도 좋다. 단, 크게 망하지 않으려면 빚이 생기기 시작할 때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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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창업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처음 만든 낙지볶음을 잊을 수 없다. 공대에 진학했지만 학업보다는 요리에 매진했다. 운전면허증보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먼저 땄다. 군대에서도 취사병이었다. 대량 조리를 경험할 수 있어서 큰 공부가 됐다.

제대 후에는 TGI프라이데이스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로벌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경험했다. 복학 후 창업동아리를 만들어서 겁도 없이 창업을 했다. 주방을 좀 안다고 생각한 것이다. 2002년 홍대 앞에 ‘비어큐브’라는 치킨호프집을 차렸는데 다행히 장사가 꽤 잘됐다.

자신감이 생겼다. 프랜차이즈로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우선 공모전으로 스펙을 쌓고 프랜차이즈 기업에 입사했다(놀부 외식논문 공모전에서 회장상 수상. 돈데이, 에릭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근무). 학교와 회사를 같이 다녔다. 11년 반 만에 졸업했는데 정작 졸업식엔 너무 바빠서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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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치킨이었나. 가장 경쟁이 심한 업종 아닌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260개 이상이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 또 식자재가 표준화돼 있는 아이템이다. 계절 변수가 별로 없다. 시장이 크면 틈새시장도 크다. 그래서 여성을 위한 틈새 아이템을 개발한 것이다.

보통 치킨호프집은 남자 위주의 공간이다. 술로 불콰한 중년들과 기름 냄새가 섞여 있다. 여성들에겐 애인과 함께 치킨을 먹으며 데이트할 수 있는 세련된 치킨집이 필요했다. 치킨 업종 자체는 레드오션이지만 여성을 위한 치킨 시장은 아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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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나 모양이 독특하다. 처음 개발했을 때 ‘이거다!’ 싶었나.

절대 아니다. 집에 업소용 튀김기를 들여놓고 7개월 동안 닭을 튀겼다. 가족이 고생했다. 나중에는 무조건 맛있다고만 하더라. 프라이드치킨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3단 파우더링 기법이다. 파우더에는 6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KFC가 파우더의 성분을 공개하지 않듯, 배합비율 등 노하우는 회사 기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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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대상 마케팅 사업을 구상 중이다. 파트너, 직원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장사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사업은 혼자 하기 어렵다. 늘 내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 헤맨다. 더불어 그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사장이 돼야 한다. 카네기는 “너보다 훌륭한 사람을 고용하라”고 했다. 나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직원들을 위해 살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CEO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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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넘쳐 보인다. 나태해지지 않는 ‘열정의 분배’ 비법이 있다면.

어떤 것에 미치려면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이성을 가져야 한다. 기본이다. 더불어 시테크에 능해야 한다. 나는 스티븐 코비가 개발한 프랭클린 플래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다이어리엔 지나간 일을 적지만 여기엔 미래를 적는다. 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스타벅스와 나이키의 가르침도 기억할 만하다. ‘Love What You Do’, 그리고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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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무엇인가.

2011년 250개점을 돌파하는 게 단기 목표다. 전국 상권과 시장 내 경쟁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더 이상 점포를 늘리진 않을 것이다. 대신 지금은 말할 수 없는 목표가 몇 개 더 있다. 아마도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치킨으로 지구 정복’이라는 모토를 기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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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