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채용시장 전망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실패의 기억은 뒤로 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할 때. 지난해 탈락의 눈물을 삼켰다면 올해 비장한 각오로 다시 한 번 취업문을 두드려보자.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두드리면 될까.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기’식의 운이 따르기를 기대한다면 곤란하다.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 지원할 회사를 미리 찜해놓고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있다. 새해 채용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 남보다 한 발 앞서 알아보는 노력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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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채용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경기가 좋아야 투자가 늘어나고, 투자가 확대돼야 인력 수요가 생기는 법. 경기와 채용은 별개가 아니다.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2010년 한국 경제는 ‘대체로 맑음’이었다. 투자·소비·수출 등 각종 실물경제 지표들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대비 약 25% 늘어났고 설비 투자는 20%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201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6.1%였다. 잡코리아가 조사한 지난해 하반기 채용 증가율도 전년 대비 13.5%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다소 유보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고용과 직결된 기업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비즈니스가 발간한 ‘대전망 2011’에서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설비 투자에서 큰 폭의 둔화가 예상된다. 수출 둔화가 관련 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투자증가율은 1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제조업의 고용 창출력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과학기술 관련 산업,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부문은 기업의 연구 개발과 컨설팅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고용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해 기업 투자에 따른 인력 수요가 2011년에도 이어질 예정이고 소비·투자 등 내수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민간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대기업의 채용이 늘어날 계획이다. 잡코리아가 국내 362개사를 대상으로 2011년 정규직 신입 채용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249개사, 전체의 76.4%가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

이 중 184개 기업이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채용인원은 총 2만656명으로 지난해 1만9353명보다 6.7% 증가했다. 여기에 아직 채용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77개사가 채용 계획을 확정할 경우 규모는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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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로 살펴보면 먼저 통신·전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통신 산업의 키워드는 ‘스마트’. 스마트폰을 필두로 각종 전자 기기에서 스마트 열풍이 지속되면서 관련 업체가 고용 창출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각 통신 업체는 물론 휴대전화 생산 업체와 부품 업체의 채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은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신기술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공정 기술 전환에 우위를 점하면서 본격적인 이익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구직자가 주목해야 할 산업은 바로 자동차 부문이다. 현대·기아차의 2011년 해외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량 1위를 기록한 K5나 2010년 9월 출시된 아반떼 등이 2011년 상반기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도 K5, 스포티지R을 중심으로 기아차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는 상황. 실적 상승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이에 따라 채용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종의 미래도 밝은 편이다. 달러화 환율 하락과 석유 소비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예상되고 면화, 고무를 비롯한 상품 가격의 구조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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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2011년 고용시장에서 IT·정보통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한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자동차 업종이나 기계·철강업, 석유·화학 업종은 맑음이라고 밝혔다. 반면 섬유·의류업과 유통·무역 업종에서의 고용은 올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채용인원 대비 2011년 채용 예상 인원을 조사한 결과인 채용 증가율은 기계·철강업이 14.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식음료·외식업도 12.1%로 비교적 높았다. 이외에 IT·정보통신(10.9%), 석유·화학(10.8%), 자동차·운수(9.7%), 건설(9.6%), 전기·전자(6.1%) 순으로 2010년 대비 채용이 호전적일 것으로 보였다.

공공기관, 2011년 1만여 명 채용

한편 공공기관에서는 경기 흐름과 관계없이 2011년 신규 채용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채용 예상 인원은 약 1만 명에 달한다. 7000명을 채용한 2010년보다 43%를 더 뽑는 것이다. 지난해 인력 채용에 인색했던 공공기관에서 2011년 문을 활짝 열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채용 소식이다.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한다면 특히 상반기를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전체 채용인원의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뽑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에만 총 281개 공공기관에서 6043명의 대졸 신입 정규직을 채용한다. 전체 9579명 중 63%에 달하는 인원이다. 상반기에만 신입 직원을 뽑겠다는 공공기관도 86곳이다.

가장 많은 직원을 뽑는 곳은 국민연금공단(347명)이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339명), 경북대병원(326명),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280명), 서울대병원(253명), 중소기업은행(200명), 경상대병원(184명) 순으로 대규모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신규 채용인원이 크게 늘어난 곳은 에너지 분야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다. 또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신규 채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국민연금공단과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은 하반기엔 채용 계획이 없기 때문에 관심 있는 구직자라면 상반기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공공기관에 입사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인턴십을 공략하는 것이다. 284개 공공기관은 2011년 신입 정규직의 20% 이상, 2000여 명을 청년인턴십 경험자로 뽑는다. 그간 공공기관의 청년인턴제가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진전된 부분이다.

기획재정부의 ‘2011년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운영계획’에 따르면 2011년 청년인턴 채용 규모는 284개 공공기관 정원의 4%에 해당하는 1만 명 안팎이다. 정규직 입사의 또 다른 방편이 된 만큼 선발 절차는 보다 깐깐해진다. 청년인턴십 기회는 만 29세 이하 신규 졸업자에게 우선 부여된다. 근무 기간은 5~12개월, 급여는 월 70만~100만 원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공공기관에 입사할 경우 연봉은 2000만~3000만 원 선. 기획재정부가 한국전력공사 등 80개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나온 수치다. 2011년 신입 연봉이 2000만~2500만 원인 곳이 38곳, 2500만~3000만 원이 33곳으로 전체의 81%에 달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대 45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할 것으로 조사됐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