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R&D 이한국 연구원

“제 선배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취직하고 싶은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면 직원들 표정을 잘 보라고요. 그래서 면접 보러 왔을 때 직원들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죠. 그런데 제 예상과 달리 직원들 얼굴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피곤이 묻어나는 얼굴도 적지 않았고요.”
품질테스트 및 공정관리 전문회사인 아프로R&D의 3년차 연구원인 이한국(29) 씨는 입사 초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결론적으로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뜻인데 왜 이 회사를 선택했을까.

“솔직히 확 끌려서 입사한 건 아니었습니다. 직원들이 워낙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해 보이기도 했고 회사 내부에 연구 장비만 잔뜩 쌓여 있는 등 끌릴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에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습니다.

힘겨워 보였지만 직원들의 얼굴에선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배어나왔습니다. ‘아, 이 회사라면 뭔가 제대로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연구원은 취업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 우연히 아프로R&D를 발견하고 지원서를 냈다. 2007년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잠깐 쉬는 중이었는데 많고 많은 기업 중에서 유독 아프로R&D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 연구원은 아프로R&D를 ‘기업을 치료하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제품의 품질이나 공정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은 이를 아프로R&D에 가져와 정밀진단을 의뢰한다. 이 회사는 각종 부품에 무슨 약점이 있는지를 검사하고 파악한 뒤 처방을 제시한다. 가공한 금속 제품의 강도를 테스트받기도 하고, 용접 부분의 약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물어오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LG전자, LG화학, 휴맥스, 이화다이아몬드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아프로R&D의 주요 고객이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기업 전문 병원’에서 일하는 만큼 책임감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에서 내리는 처방에 따라 한 기업의 생사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일의 성격 자체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치밀하고 꼼꼼한 분석은 필수죠. 이 때문에 입사 초기엔 밤샘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일을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회사 규모보다 비전 보고 입사”

아프로R&D의 직원은 현재 17명. 전형적인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적은 인원으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팀워크와 협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기업에 비해 복리 후생이나 임금 등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일을 배워나가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대기업의 직원들은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만 잘 알고 그 외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일을 하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중소기업만의 이점이 아닌가 싶어요.”

이 연구원은 회사의 장점으로 ‘남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를 꼽았다.

“인원이 적다고 반드시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정말 가족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일의 성격상 미팅도 자주 가지는데 이때 부하 직원의 의견이라고 소홀히 듣는 경우가 없어요. 아무리 사소한 의견이라도 끝까지 들어주는데 이런 ‘경청 문화’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취업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후배들에게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권유했다.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복리 후생 같은 요소를 무시할 순 없겠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이런 요소들이 직장 선택의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젊었을 때는 젊음을 무기로 이것저것 경험을 쌓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규모보다 그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커나갈 수 있는지, 즉 장기적인 비전이 있는지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2011년은 이 연구원이 아프로R&D에 입사한 지 만 3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일들을 겪었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보고서에 ‘이한국’이라는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올라갔을 때였다.

“하자 제품에 대한 검사가 끝나면 보고서를 내는데 그 보고서에는 항상 연구원의 이름을 기재합니다. 기자들이 자기 이름을 달고 기사를 내보내는 것처럼 우리 연구원들은 자기 이름을 달고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죠.

자기 이름을 내건다는 것, 간단한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명예가 함께 걸린다는 측면에서 결코 의미가 작지 않죠.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업무라도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 연구원의 좌우명은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되자’다. 각자가 자기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최고가 된다면 그가 몸담은 조직이나 사회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꿈이나 포부 하면 뭔가 거창하고 큰 것만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은데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고도 될 수 있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제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갈수록 제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웃음)”

아프로R&D는 어떤 회사?

‘기업의 문제를 치료하는 기업’

지난 2001년 설립된 아프로R&D는 기업을 치료하는 ‘기업 전문 병원’이다. 생산 제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각종 분석 및 시험 장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금속·기계·화학·물리·전기·전자 전문가들이 마치 ‘전문의’처럼 포진해 있다. 초음파 장비나 MRI 대신에 각종 분석 장비, 시험 장비 등이 갖춰져 있는 게 다를 뿐이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표면 및 단면의 조직 관찰과 성분 분석을 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을 비롯해 조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 열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 내구성 시험 장비(반복시험기, 낙하시험기) 등 다양하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아프로R&D에 신뢰성 테스트를 의뢰하는 것은 단순히 이 회사의 시험 설비가 좋거나 다양해서가 아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마치 응급실처럼 24시간 가동체제를 갖추고 있어 급한 의뢰는 밤을 새워가며 진단해 다음 날 아침에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해주기도 한다. 김형태 사장은 “이 같은 전문성과 신속성 덕분에 고객들의 의뢰가 이어진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성균관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딴 뒤 2001년 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 내에서 이 회사를 창업했다. 편한 연구원의 길로 갈 수도 있었던 김 사장은 “뭔가 국내 기업의 품질 향상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했다”고 말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정확하고 신속한 품질검사와 진단 처방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는 이런 비즈니스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판단해서였다.

김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기술표준원 부품소재 신뢰성 부문 기술위원, 대한용접학회 마이크로 패키징 전문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프로R&D는 지난 2008년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인정기구(KOLAS)의 인증을 받은 데 이어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시험분석실을 위탁 운영함으로써 공신력을 확보했다.

이한국 연구원은…

- 1981년 경기도 안양 출생
- 충주대 신소재공학과(옛 재료공학과) 졸업
- 학점 3.7(4.5 만점)
- 어학연수 : 2007년 6개월간 필리핀 어학연수


글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