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의 달콤살벌 연애 코치

나는 10년째 연애에 대한 글을 쓰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확히 10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기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으니까. 그때 내가 쓰던 글과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을 가만히 떠올려 비교해보면,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아마도 남녀 간의 자유로운 성적 만남, 그러니까 원나잇 스탠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
[LOVE] 원나잇 스탠드, 그 달콤쌉싸래함
10년 전에만 해도 원나잇 스탠드란 극소수 사람에게서나 벌어지는 일이고 절대 하면 안 되는 사회악처럼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픽업 아티스트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나 마음에 드는 여자와 원나잇 스탠드까지 가는 방법을 공공연하게 알려주는 강의를 하고, 여성 잡지에서는 원나잇 스탠드를 하기 전과 한 후에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한다.

실제로도 원나잇 스탠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설문조사를 해도 거의 늘 과반수가 원나잇 스탠드에 대해 적어도 ‘호의적’인 답변을 남긴다. 한마디로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원나잇 스탠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10년 전만 해도 ‘후배위’라는 체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머 그건 너무 변태 같아”라고 말하던 친구가 많았지만 이젠 스스럼없이 “난 뒤에서 하는 게 제일 좋더라”고 말하는 쪽이 압도적이다.

적어도 섹스 취향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이 그 자리를 대체해가고 있는 것이다. 원나잇 스탠드 역시 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연말연시 여기저기서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섹시한 남녀를 만날 일도 그만큼 많아지는 때다. 오로지 원나잇 스탠드를 목적으로 이성을 만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맞닥뜨릴 것 같은 때다. 각설하고 원나잇 스탠드는 그 자체로 무조건 달콤한 일이다.

처음 만난 남녀가 마치 오래전부터 사랑해온 것처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드라마틱한 일인지! 손잡고 키스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지난한 과정 없이도 가식을 벗고 가장 친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극치의 순간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결과가 따른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같은 이야기야 당연한 것이니 제쳐두고라도(잘 알지 못하는 상대를 고른 물리적 상황에 대해서는 스스로 적합한 방어막을 쳐야 옳지 않겠는가. 우리는 성인이니까!) 하룻밤 극치의 순간을 함께한 남녀는 어쨌거나 해가 뜬 후에 찾아오는 감정의 편린을 소중히 주워 담든지, 세상이 절대 모르는 자신만의 감정 소각장으로 보내버리든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쾌락 중추에 가해진 강력한 자극에 ‘한 번 더’를 원하게 되는 남자도, 오르가슴 후에 뇌에서 분비된 옥시토신 호르몬 때문에 그 남자에게 애착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게 된 여자도 간밤엔 달콤했으되 해가 뜨면 뭔가 씁쓸해지는 뒷맛을 느낄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 오늘 밤 당신은 뜨겁고 짜릿한 그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당신은 그것을 즐기고 누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그 후에 오는 피할 수 없는 운명 또한 갖고 가야 한다. 누군가와 하룻밤 엮인다는 것의 의미를 당신과 너무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원나잇 스탠드에 대한 최선의 경우의 수가 아닌가 하는 달콤쌉싸래한 상상을 해본다.
[LOVE] 원나잇 스탠드, 그 달콤쌉싸래함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