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생, 185cm의 큰 키, 모델 경력의 늘씬한 몸매, 화면을 밝히는 훤한 인물. 이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이상윤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못된 생각을 했었다. ‘참 많은 엄마 친구 아들들의 열등감을 건드렸겠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신은 공평하다.

그는 까다로운 남자일 것’이란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신은 때때로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빚어놓은 조형물이 이상윤이다. 이상윤은 인터뷰 내내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배역 하나를 고를 때도 자신이 얻을 바와 포기해야 할 바가 명확했다.

“역시 명석하다”는 칭찬을 “인터뷰를 거듭하며 생각이 정리됐다”고 받는 겸손함까지.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서울대에서의 생활, 그리고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원래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런데 성적이 …. 막상 대학에 오니 다른 것들에 흥미가 생겨 한 학기 정도만 열심히 했을 뿐 그 뒤로 손을 놓았다.

학창 시절 킹카였을 것 같은데.

그런 건 체감하지 못했다.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학부로 들어가서 후에 전공을 선택하는 구조였다. 일단 1, 2학년 때는 몇 개의 반으로 나뉘어 생활을 했다. 어울려 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해서 킹카라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놀았다고? 입증할 수 있게 성적을 공개해달라.

아주 안 좋은 편이다.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을 당했다. 4번이나 학사경고를 받았다. 반성 기간을 갖고 다시 공부하려고 준비 중이다. (서울대 학사지도위원회는 연기활동 중 수업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이상윤에게 한시적 제적을 결정, 재입학 신청 시 허가하기로 했다.)

동아리 활동도 했나.

저학년 때는 안 했다. 나중에 공익 근무 요원을 하면서 동아리 사람들과 친해졌고 함께 어울렸다. 농구 동아리였는데 가입한 이유는 단순하다. 동아리에 가입해야 실내 농구 코트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다. 성적? 의외로 다른 팀 수준이 높더라. 중위권 정도였던 것 같다.

이상윤이 겪은 캠퍼스의 낭만은?

농구를 참 많이 했다. 친한 선후배들이 모여서 낮술도 간혹 마셨다. 학교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민속주점이 열린 시기가 있었다. 그러면 수업을 듣지 않고 돈 모아서 술을 먹었다. 많이 먹었던 건 아니고.(웃음) PC방에 가서 게임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스타와 커피 한 잔] ‘엄친아’ 이상윤, 그 섬세하고도 겸손한 매력
학생 이상윤이 했을 데이트가 궁금하다. CC였나.

CC는 아니었고 다른 대학교에 다니던 사람이었다. 학생 때라 돈도 없고 별다른 건 없었다. 영화 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차가 없어서 버스, 지하철 타고 가끔 공원도 갔다. 기억에 남는 건 서로 학교 구경을 많이 갔다.

같이 수업에 들어가서 놀고, 시험 기간에 시간 남는 사람이 학교로 찾아와 도서관에 자리 잡고 함께 공부하고 그랬다. 일반 대학생들이 하는 데이트랑 큰 차이 없었다. 실체 공개는 어렵고 여대를 나오신 분이란 것 정도만.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 데뷔 전과 후가 달랐을 것 같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데뷔하고 나서 지인들은 모두 졸업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수업만 듣고 나오곤 했다. 데뷔 전에는 활발한 학생이긴 했지만 나서지는 않았다. 앞에 나서는 학생 옆에서 일을 기획하는 위치 정도?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복학생 이미지에 좌절한다. 그런 건 없었나.

복학이 아주 많이 늦었기 때문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복학생 이미지를 보여줄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나 역시 비슷했다. 학회실 소파에서 낮잠도 자고 그랬다.

늦깎이 대학생이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솔직히 부담이 크다. 같이 수업 들어야 할 친구들과 나이 차이도 크고. 무엇보다 공부에 손을 놓은 지 너무 오래돼서 걱정이다. 기존에 배웠던 것도 생각이 안 나는데 다음 과정이 걱정된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안 한 지 8년은 된 것 같다.

졸업까지 1년이 남았는데 그 안에 학생으로서 이루고 싶은 게 있나.

대단한 건 없다. 평범한 학생으로 남고 싶다. 일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학문을 계속 이어가긴 힘들지만 그래도 전공한 학문이니 누가 물어보면 알려줄 수 있을 정도의 배움은 갖고 싶다.


이상윤은 MBC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서 형사 강신우 역으로 열연 중이다. 성은필(김갑수 분)의 의문의 죽음을 좇는 역할로 극 전개에 키를 쥐고 있다. 이 작품에 앞서 SBS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1년여간 출연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 출연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상윤은 배우로서 이 배역이 무척이나 탐났다고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곧바로 다음 작품을 선택했다.

주변에서 배역이 작다고 다들 말렸다. 그러나 신우는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인물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 제작진이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연기를 공부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전작과 비슷한 역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배역에 욕심났다는 것은 추구하는 이미지가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일단 남성적인 느낌을 얻고 싶다. 거친 느낌의 남자로서 섹시함을 찾아보고 싶다.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이런 부분은 부족하다. 이 부분은 생각보다 잘됐다’는 점을 얻을 수 있다.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배역이 있긴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도 촉박하고 해서. 마음을 비우고 있는 상태다. 일단 학업을 마치고 다양한 분야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연극에 대한 갈증도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에 대해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강한 역할에 대한 갈망은 늘 있다. 외적으로 강한 것도 그렇지만 내적으로 강한 모습을 지닌 남자 역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자면 ‘모래시계’ 이정재 선배님 역할? 다소 악하다는 느낌도 괜찮을 것 같다.


1981년 생
2000년 서울대 물리학과 입학

작품경력
- KBS ‘미우나 고우나’
- MBC ‘에어시티’ ‘사랑해 울지 마’ ‘맨땅에 헤딩’ ‘즐거운 나의 집’
- SBS ‘신의 저울’ ‘인생은 아름다워’
- 영화 ‘색즉시공 2’

수상
- 2009년 제36회 한국방송대상 신인탤런트상


글 김영환 이데일리 SPN 기자│사진제공 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