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전역을 앞둔 군 생활 5년차의 김 중사(28)는 요즘 고민이 많다. 군대 밖에서는 지금 취업 전쟁이 한창이기 때문. 김 중사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은 ‘스펙’이라는 탄창에 영어점수와 자격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오지에서 근무하는 김 중사의 탄창에는 취업을 위한 총알이 없다. 이런 김 중사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5년 이상 군인으로 복무한 사람들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보훈처의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안성맞춤이다.
[예비역 카페] 제대군인 지원센터를 아시나요?
제대군인의 취업 메카,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

제대군인지원센터는 국가보훈처에서 전역 예정자 및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제대군인 지원 전문기구다. 2004년 서울 센터가 처음 생겼다. 2007년 3월에는 부산과 대전, 2008년 3월에는 대구와 광주에 지원센터가 설립됐다. 현재 전국 5개 도시에 5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제대군인지원센터 등록자는 3만여 명. 2006년 5월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지원대상자가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낮춰졌다. 5년 이상 복무한 제대군인이라면 누구나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역 복무 중인 직업군인도 해당된다. 지원을 희망한다면 제대군인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제대군인지원센터 홈페이지(www.vnet.go.kr)와 전화를 이용해 센터에 등록하면 된다.

제대군인지원센터는 매년 높은 전직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센터의 경우 2004년 124명, 2005년 566명, 2006년 1011명, 2007년 1538명, 2008년 1771명, 2009년 1799명이 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적극적인 취업 지원 서비스 덕분에 가능했다.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는 서울 센터의 취업 지원 서비스는 개인별 맞춤 교육과 컨설턴트로 이뤄진다. 이뿐 아니라 기업의 채용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제대군인 인재를 추천하는 ‘추천 채용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추천 채용 서비스는 취업 전문 정보업체인 스카우트 소속의 컨설턴트들이 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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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만남의 장’이란 소규모 박람회는 제대군인 구직자와 인사담당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행사다. 센터별로 연간 8회 이상 진행된다. 제대군인들 사이에서 이 행사는 인기가 많다. 서류 전형을 거치지 않고 인사담당자와 바로 면접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행 면접, 채용추천제도 등 제대군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제대군인지원센터에는 구직자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정부기관과 협회, 기업 등 여러 교육기관의 협조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센터와 업무 협조를 맺고 있는 교육기관은 현대건설 인재교육센터, LG전자 교육센터, 대우건설 직업훈련원, SIST쌍용교육센터 등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제대군인에게는 전문 창업 컨설턴트가 업종 선정부터 시장동향 물색, 아이템 검증까지 창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지난 2007년 12월에는 나모 웹 에디터로 유명한 ‘나모 인터랙티브’와 업무 협의를 통해 ‘제대군인 무료 온라인 창업교육’을 실시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문화에 취약한 제대군인들에게 인터넷 쇼핑몰 창업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서울 센터는 ‘창업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창업워크숍에는 창업을 희망하는 제대군인들을 위해 사업계획서 작성에서부터 상권 및 입지분석, 창업자금 해결방안 등 실전창업에 대해 교육을 실시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제대군인들을 위해 지방 센터에서도 필요에 따라 창업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이외에 기업 탐방, 견학 등을 통해 창업을 통한 사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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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미 취업상담팀 팀장

“제대군인 취업, 리더십만으로는 어려워”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젊은이들에게 취업 고지는 높기만 하다. 전역을 앞둔 직업군인이라면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자신의 군 경력을 어필하면서 적성에 딱 맞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면?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취업 전선을 책임지고 있는 ‘야전 사령관’ 이선미 팀장에게 취업 성공의 ‘맞춤 전략’을 들어보자.

Q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는 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A 처음 센터를 찾는 제대군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기업, 분야, 목표 등 구체적인 취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센터에서는 성격 진단, 흥미, 가치관을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 테스트를 통해 자기를 진단하고 뚜렷한 구직 목표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한 커리어 맵 작성을 도와주고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등을 함께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5년 이상의 중·장기 제대군인과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군 복무 기간이 짧은 제대군인들에게도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Q 군 복무 경력이 취업을 할 때 도움이 될까요?

A 제대군인이 인사담당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리더십’입니다. 특히 보험이나 마케팅과 같은 영업 부문에서 장교 출신을 선호하죠. 사람을 관리해야 하고 관계를 원활히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업의 조직 문화가 점점 수평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군 생활에서 얻은 리더십만으로는 취업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일반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제대군인들도 내가 왜 이 회사에 지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해요.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취업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제대군인만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A 요즘 기업들은 짧은 시간 안에 구직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압박 면접’을 실시합니다. 군 생활이 없는 구직자들의 경우 면접관이 까칠하게 나오면 금세 얼굴을 붉히곤 합니다. 군 경력이 있는 구직자들은 다르죠.

군에 중·장기로 복무한 제대군인들은 이러한 심리적 압박에 잘 훈련돼 있습니다. 또한 이직률도 일반 사원에 비해 낮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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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