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인문학이 에너지다’

“매주 금요일 퇴근길엔 한 꾸러미 신문이 든 쇼핑백을 들고 집에 온다. 주말에 읽을 신문 스크랩이다. 주중엔 그냥 제목이나 중요한 줄거리만 읽고 신문기사를 찢어서 분류해놓는다. 파일 분류는 경영전략, CEO, 살아가는 이야기, 문학, 변화와 혁신…. 어림잡아 총 300여 장이다.

중요한 문장은 빨간색, 파란색으로 밑줄 치면서 읽다 보면 어떤 구절은 저절로 외워진다. 그것은 곧 나의 지식이 되어, 머지않은 장래에 월례사에 등장하고 각종 회의 때 마무리하는 대표이사의 한마디가 된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오 대표는 메모광이자 신문 스크랩의 달인이다. 신문 스크랩을 22년째 해오고 있다. 좋은 기사를 보면 집이나 사무실, 차 속, 비행기 속 어디서나 북북 찢는다.

특히 흔들거리는 차 속에서는 칼과 가위로 잘라내기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찢어서 접는다. 그리고 시간 날 때 파일에 분류해 보관하고 틈틈이 들춰 본다. 하루에 평균 5개 정도 스크랩을 한다.

대학 강의나 특강을 할 때 대학생들에게 신문을 읽느냐고 물으면 10명 중 한두 명만이 읽는다고 말한다. 신문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잊혀가는 매체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성공의 원동력으로 신문 읽기를 꼽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조차 신문을 지식정보사회의 ‘원전’으로 활용한다. 앨빈 토플러는 스스로를 ‘신문 중독자’라고 말한다. 미래학자답게 그는 신문을 통해 현실 흐름을 짚어내는 데 주력한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각국의 권위지 6~7개를 매일 정독한다.

“내 통찰력의 원천은 끝없는 독서와 사색이다. 책과 신문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해라. 나는 아침마다 신문을 읽느라 손끝이 까매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져 간다. 우리는 현재를 보고 미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최대한 미래를 상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Humanities] 신문 스크랩의 달인이 돼라
신문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보는 도구

신문을 읽는 것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찰이다. 신문을 통해서 사람과 사회 흐름,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내일을 살아야 할 어린이들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매일 6~7시간을 신문을 읽는 데 보낸다. 나에겐 신문이 곧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도구다. 신문 외에는 매일 전 세계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에 내포돼 있다. 미래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의견(opinion)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지구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사실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나는 특히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21세기는 경제가 정치를 넘어서고 있는 시대다.”

‘메가트렌드’의 저자인 존 나이스비트가 최근 중앙일보의 한 인터뷰에서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나? 남다른 비결이 있나?”라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존 나이스비트는 ‘마인드 세트’라는 책에서 “언론은 변화를 먹고 산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한다. 미래를 덮고 있는 커튼을 걷어내는 데 가장 필요한 원천은 바로 신문이다”라고 했다.

인문학이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원천이라고 할 때 매일매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망라하고 여기에 정보를 국가별 또는 글로벌 차원의 뉴스 가치에 맞춰 재가공해서 전달하는 신문만큼 인문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텍스트도 없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조차 신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텍스트가 아니라 세상을 통찰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인문학적 텍스트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학자뿐 아니라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인물들은 하나같이 신문 중독자다. 이들은 한결같이 미래의 핵심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문에 살아갈 지혜나 지식, 정보가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하루에 전 세계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미래사회를 예측한다고 한다. 세계 최고 부자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주주들과의 대화’ 도중에 필라델피아에서 온 주주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세상에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많지만 학교에서 다 가르쳐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을 읽어야 할까요?” 버핏은 이렇게 대답했다.

“일간 신문을 읽으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스포츠든 경제 뉴스든 관심 가는 분야가 생기게 마련이고, 더 많이 알수록 더 배우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세기적인 석학과 전설적인 부자들이 모두 “신문을 읽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인류 사회의 변화를 미리 알아내는 힘이나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힘은 바로 통찰력이다. 그 통찰력은 신문을 통해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길렀을 때 나올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빌 게이츠는 “우선 신문을 보면 어떤 기사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뉴스 가치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신문을 통해 기사를 읽으면 자신의 관심 분야 이외의 기사도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고 흥미 있는 기사를 읽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게 신문의 장점이라고 빌 게이츠는 말한다. “최소한 나는 일주일 동안의 신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읽는다. 신문이 나의 관심 분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과학면이나 경제면 등 관심 있는 기사만 읽는다면 읽기 전이나 후의 나는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기사를 읽는다.”

통찰력·발표력·글쓰기 훈련 ‘한번에’

요즘 기업에서는 발표력이 핵심 인재의 필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발표를 잘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미래 인재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발표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데 이때 신문 스크랩이 큰 도움을 준다. 기사를 고르면 반드시 큰소리로 읽어보는 것이다. 기사를 큰소리로 읽으면 발표력도 좋아진다.

기사를 고를 때는 뉴스 가치 중 먼저 ‘근접성’을 기준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근접성이란 자신의 관심사나 눈높이에 맞는 기사에 높은 뉴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컨대 평소 로봇에 관심이 많다면 로봇 기사에 눈길이 가고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경제 기사에 눈길이 갈 것이다.

이어 줄거리와 자신의 생각을 500자 정도로 간략하게 쓴다. 이렇게 하면 글쓰기 훈련, 나아가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할 수 있다. 스크랩을 노트북에 하는 것도 좋고 카페나 블로그에 하는 것도 좋다.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면서 코멘트를 곁들인다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생기고 안목이 넓어질 뿐 아니라 비판적 글쓰기의 능력을 키우기에 그만이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쓴 ‘앞쪽형 인간’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의 인간형에 대한 연구서다. 이 책은 TV나 시각 매체가 활개를 치는 시대일수록 왜 책이나 신문을 읽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떤 뇌를 더 개발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뒤쪽 뇌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당하는 곳으로 충동과 욕구를 느끼고 감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는 반면, 앞쪽 뇌는 뒤쪽 뇌에 저장된 정보를 종합 편집하면서 행동을 결정하고 충동이나 욕구를 조절하는 고차원적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은 감각적인 뒤쪽 뇌가 지나치게 발달돼 있는데, 공부를 잘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앞쪽 뇌를 발달시키는 훈련을 더 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20~30대는 대부분 ‘뒤쪽형 인간’이어서 평소 신문이나 책을 많이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부터 신문 읽기와 스크랩으로 뒤쪽 뇌보다 앞쪽 뇌를 발달시키는 훈련과 습관을 들인다면 보다 높은 목표와 꿈을 이루는 데 한발 더 바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Humanities] 신문 스크랩의 달인이 돼라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