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_낮은 수수료. 운용 안정성…인덱스(Index) 펀드의 매력

불과 2년 전만 해도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국내 증시와 세계 증시가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무섭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2008년 10월 1000선이 붕괴됐던 코스피(종합주가지수)는 1900선을 가뿐히 넘어 여기저기서 2000선 고지 재탈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가 됐네요. 그래서인지 증권사 객장 분위기도 참 흥겹기만 합니다.

그런데요, 이런 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식 직접 투자자들의 맘은 편치 않습니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은 이번 상승장에서 배제됐기 때문이죠. 일부 펀드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료가 든 펀드수익률과 비교해 자신의 펀드수익률이 너무 뒤쳐지기 때문입니다. 아예 시장수익률(코스피 상승률)보다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아마도 이런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네요.
[Money]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시장수익률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시장 오른 것만큼만 수익 내면 좋을 텐데!”

이번 편지에선 인덱스 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개념은 간단합니다. 딱 지수(index)의 등락률만큼 자신의 투자수익률이 움직이는 펀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포인트는 바로 ‘지수(index)’인데요, 지수는 해당 투자대상의 평균적인 움직임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벤치마크(benchmark)와 같은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좀 어려워졌네요. 가령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투자대상은 바로 국내 증시입니다. 따라서 이때 앞서 말한 ‘지수’는 바로 코스피-정확하게는 코스피200-가 되고요, 국내 주식형 인덱스 펀드라고 하면 정확히 코스피가 오르고 내리는 것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시장에선 인덱스 펀드와 비교해 일반 주식형 펀드를 ‘액티브(Active) 펀드’라고 부릅니다).

주위에서 “좋은 펀드 좀 추천해달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럴 때면 전 서슴없이 “수수료 저렴한 인덱스 펀드면 다 좋습니다”라고 답하죠. 그럼 대부분의 사람은 실망합니다.

왜냐고요? 인간이라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고 할 때 최소한 시장수익률보다는 높은 성과를 얻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코스피가 10% 상승했다면 자신의 펀드수익률은 20%가 돼야 하고, 코스피가 10% 떨어졌다면 내가 투자한 펀드는 원금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죠.

솔직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야 제 펀드 포트폴리오는 거의 인덱스 펀드로 채워져 있지만 처음 펀드 투자를 시작할 때는 ‘굉장한(?)’ 액티브 펀드를 찾아내려고 무지 애를 썼답니다. 무엇보다 세계 증시의 역사를 보면 이런 사례가 분명히 존재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미국 피델리티 운용의 ‘마젤란 펀드’의 경우 피터 린치라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덕택에 13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29.2%를 기록했답니다. 10년 이상 거의 매년 약 30%의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환상적입니다.

마젤란 펀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존 네프라는 펀드매니저는 1964년부터 1995년까지 ‘윈저 펀드’를 운용해 555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올렸지요. 입이 딱 벌어집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지금도 제2, 제3의 마젤란 펀드, 윈저 펀드를 기대하면서 펀드 고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만약 5년 정도 기간을 두고, 여유자금을 갖고, 국내 증시에, 펀드(간접 투자)로 도전할 생각이라면 무조건 인덱스 펀드를 첫손에 꼽습니다.
[Money]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시장수익률만큼
사람보다 지수를 믿어라?

그 이유는 첫째, 주식 운용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잘 알다시피 펀드수익률 성과는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피터 린치나 존 네프 같은 펀드매니저는 정말 전설 같은 인물입니다.

현실을 보면 1, 2년 운용을 잘하다가도 이후 4~5년간 시장수익률보다 성과를 못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용 철학이 바뀌는 경우는 허다하고 운용 스타일이 바뀌는가 하면 아예 해당 펀드를 포기하고 슬그머니 다른 신생 펀드를 갖고 새롭게 수익률 경쟁에 돌입하기도 합니다.

둘째는 확률 때문입니다. 재테크가 확률의 싸움이라는 대전제를 믿는다면 펀드 역시 액티브 펀드 대신 인덱스 펀드를 골라야 한다는 뜻이죠.

존 보글 연구소는 지난 1970년 365개의 괜찮은 주식형 펀드를 골라 수익률 추이를 살폈는데요, 30년 후인 1999년에 그 결과를 보니 이 중 186개 펀드는 아예 없어졌고, 생존한 펀드 중 113개는 미국 증시보다 수익률이 낮았습니다. 그나마 47개가 비슷한 성과를 올렸고,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펀드는 겨우 9개에 불과했지요.

만약 1970년 당시 365개 펀드를 놓고 고민하는 대신 그냥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면 앞서 말한 9개 펀드보다는 못하지만 299개 펀드보다는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인덱스 펀드는 절대로 수익률 1등을 못합니다. 운용 구조상, 그리고 태생적으로 시장을 절대 이길 수 없죠. 하지만 시험마다 항상 상위 15~20% 안에는 듭니다. 그래서 확률적 접근으로 보면 인덱스 펀드는 상당히 우월합니다.

셋째는 낮은 수수료 때문입니다. 인덱스 펀드는 운용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시장(지수, 벤치마크)을 그대로 추종하기 때문에 펀드 자금을 시장 종목 비중만큼 배분하는 작업만 해주면 되죠. 이처럼 노력이 별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상당히 낮습니다. 보통 주식형 펀드 보수 및 수수료가 2~2.5% 수준이라면 요즘 인덱스 펀드는 0.5~1% 정도입니다.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나죠.

그런데 이를 1년이 아닌 3년, 5년, 10년으로 생각해보세요. 비용 부담이 적은 인덱스 펀드는 훨씬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엔 ‘진보된 인덱스 펀드(Enhanced Index Fund)’라고 해서 미미하지만 시장수익률보다 좀 더 높은 성과를 내려는 상품도 있습니다. 인덱스 펀드의 매력이 더 커지는 셈이죠.

저는 재테크 수단으로서 주식을 접한 것이 15년 정도가 되는데요,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낀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시장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과 ‘시장만큼만 움직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인덱스 펀드는 이런 깨달음을 현실화시켜주는 최고의 수단인 것 같습니다.

[Money]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시장수익률만큼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