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 ‘마노아(manoah)’ 사장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과 돈, 피나는 노력으로 영어점수를 올려놓아도 원하는 직장에 입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400만 백수’는 이미 국가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 하지만 이런 현실이 ‘남의 이야기’인 이도 있다. 고졸이라는 핸디캡을 보란 듯이 뛰어넘어 리본아트 1인 기업으로 종횡무진 중인 김아름(29) 씨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좋아하는 일 마음껏 즐기는 난 행복한 사람”
리본으로 머리핀, 헤어밴드 등 각종 액세서리를 만드는 일을 하는 그를 사람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한국종합공예협회와 각종 여성단체에 출강하며 리본아트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 집에서 여는 홈클래스도 중요한 활동 영역이다.

최근에는 ‘마노아(manoah)’라는 상호로 온라인 쇼핑몰 진출까지 준비 중이다. ‘마노아’는 ‘휴식’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리본공예에 필요한 재료와 각종 부자재,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DIY세트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4년을 일했다. 취미로 리본아트를 배우기 시작한 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

“홈패션, 폼아트(Form-Art; 스티로폼을 주재료로 한 입체감 있는 광고물), 포장공예, 홈베이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격증도 세 가지나 땄지요. 그러다 보니 취미로 끝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해보자는 생각에 1인 기업으로 나서게 됐죠.”

김 사장은 전형적인 ‘기술형 창업’ 케이스다.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습득해 여러 분야로 ‘멀티 유즈(multi use)’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다. 그 역시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사업 아이템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발견한 후에는 이를 자신의 전문 분야로 특화시켰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좋아하는 일 마음껏 즐기는 난 행복한 사람”
리본아트 인기 강사…온라인 쇼핑몰도 공략

김 사장의 사업은 지난 5년간 조금씩 발전해왔다. 처음 홈클래스로 시작한 강의는 입소문을 타고 가지치기를 거듭해 지금은 강의료만 월 3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 강사’가 됐다. 아이가 쓸 물건을 직접 만들어주려는 젊은 주부, 창업 지망생 등이 그에게서 리본아트를 배운다.

“배우고 싶어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이들을 가르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나 역시 예전에 그랬거든요. 지금도 새로운 기술을 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해요. 새벽 2~3시까지 작업하는 경우도 흔하죠. 아무리 쉬운 기술이라도 손에 익숙하도록 연습하고 다른 기술로 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생소해 하는 분야인 리본아트는 지속적인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기법이 다양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 전문가라도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다고. 동대문시장 등 재료시장에 자주 나가 신상품을 체크하고 해외 잡지나 관련 사이트도 챙겨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눈앞의 이익이 아닌, 멀리 내다보는 사업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런 시간을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

“소비자 취향 변화나 트렌드 분석, 자료 수집 등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요. 나만의 리본아트 스타일도 다듬어야 하고요. 자재시장에 나가서도 어떻게 하면 남들이 찾지 않는 독특한 재료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까 고민해요. 그런데 이 모든 일이 무척 행복하고 즐거워요.”

자신의 일을 무척 아끼는 그의 모습은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라는 공자의 명언을 떠오르게 한다.

김 사장이 남들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는 동시에 자신의 기술을 가감 없이 오픈한다는 것. 대개 기술형 창업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기술을 100%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하고 있어요. 리본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죠. 또 수강생들에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모두 전수하려고 합니다. 아이디어가 신선한 수강생들과 진실한 교감을 통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도 해요.”

나이답지 않게 큼지막한 통에 비해 장래 희망은 소박하다. 우선 온라인 쇼핑몰 진출이 시급한 과제. 그 이후엔 더 많은 이웃과 아름답고 실용적인 리본아트를 나눌 계획이다.

“온라인 매장과 함께 나만의 공방을 만들고 싶어요. 시간을 쪼개 기술을 나누는 기회도 만들려고 합니다. 내가 가진 기술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은 봉사가 아닐까요?”

김아름 사장은

1981년 생
고등학교 졸업 후 회사원 생활(4년)
리본아트 강좌 수강 및 자격증 취득
2005년 홈클래스·여성단체 공예 강좌 출강 시작
온라인 쇼핑몰 ‘마노아(manoah)’ 오픈 준비 중
월평균 수입 300만 원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좋아하는 일 마음껏 즐기는 난 행복한 사람”
[전문가 조언] 기술형 창업에 성공하려면

여러 공예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팡팡’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

리본아트 같은 공예로 창업을 하려면 우선 기술을 습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성급함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갖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아름 사장과 같은 기술형 창업은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폼아트, POP, 초크아트(칠판 위에 글씨와 그림을 그리는 상업미술 분야), 포크아트, 리본공예, 포장공예, 설탕공예 등 다양한 재료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점포가 없어도 집에서 여유시간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여성, 특히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기술 기반 사업이기 때문에 창업 희망자의 센스나 솜씨에 따라 창업 준비 기간이나 성과가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과 대응력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라고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 사장은 이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품 판매와 함께 강좌를 열어야 하는 일인 만큼 창업자의 품성도 중요한 성공 조건이다. 자만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우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 사장의 경쟁력도 ‘열린 마음’이다. 열린 마음은 새로운 경쟁 상대를 양산하는 단점을 가지는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기술형 창업은 무점포로 가능한 일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수강 인원이 늘어나고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그때 매장을 오픈해도 늦지 않다.

또한 한 가지 분야에 매달릴 게 아니라 비슷한 공예를 함께 접목시키는 것도 좋다. 포장공예, 초크아트, 폼아트, POP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 기술형 창업 5계명 ◑

-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고 기술을 배워라.
- 한 가지 틀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라.
- 높은 수익보다 안정적인 수익에 집중하라.
- 트렌드에 맞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라.
- 비슷한 공예 분야에 관심을 두고 시너지 효과를 노려라.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