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코리아

구글코리아는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외국계 기업이다. 지난 8월 10일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대학생 814명을 대상으로 취업하고 싶은 외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구글코리아를 고른 응답자가 23.1%로 가장 많았다.

구글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구글의 일일 지원자 수가 3000명이 넘는다. 하루에 들어오는 이력서 수도 1300개나 된다. 두말이 필요 없는 기업. 임정우, 황시내 대학생 기자와 함께 구글코리아를 탐험하고 돌아왔다.
[기업 탐방]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곳… 구글코리아에서 ‘놀다’
엘리베이터가 22층에서 멈췄다. 복도 왼편에 ‘구글’이란 낯익은 로고가 보였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구글코리아의 입구는 놀이동산을 연상케 했다. 알록달록한 소파, 테이블 위에 있는 사탕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는 구글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자유이용권을 받듯이 안내데스크 옆에 있는 컴퓨터에서 방문증을 프린트했다.

구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글러(Googler)’라는 단어를 이해해야 한다. 구글러는 구글과 문화가 맞는 ‘구글리(Googley)’한 사람들을 뜻한다. 구글의 인재상이기도 한 ‘구글러’는 ‘겸손하고 동료와 함께 일하며 언제나 서로를 돕고 수평적이고 오픈된 근무환경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사내 직원들끼리만 통용되던 ‘구글리’는 이제 ‘구글스럽다’ ‘구글리하다’ 등으로 파생돼 전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업 탐방]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곳… 구글코리아에서 ‘놀다’
구글코리아에서 점심 먹어 봤니? 안 먹어 봤으면 말을 말아! 호텔 뷔페 못지 않다고! <아래> 구글코리아에서 화상채팅을? 군대 간 남자친구만 빼고 다 할 수 있다.">구글러들이 일하는 사무실은 놀이터에 가깝다. 부서별로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갖가지 ‘아이템’이 눈에 띈다. 나이트클럽 분위기를 연출한 사무실에는 반짝이는 모빌들이 주렁주렁하다. 손으로 직접 만든 안드로이드 인형이 걸려 있는가 하면, 외국인 사원의 사무실에는 새끼줄에 빨간 고추를 엮은 금줄도 걸려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원의 사무실에는 드럼과 기타가 책상 옆에 있다. 취재진을 안내한 홍보실 김지아 씨는 “구글은 팀별 콘셉트에 맞게 사무실을 꾸미고 가장 잘 꾸민 사무실을 뽑는 이벤트도 진행한다”며 “주변 동료의 허락만 있다면 사무실에 애완견을 데려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의실은 크기와 특징에 따라 그 이름이 다양하다. 이를테면 구글의 사원들은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회의를 한다. 구글코리아를 돌아보는 동안 ‘신라’에서는 구글의 다른 해외 법인 직원들과 실시간 영상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3인 또는 4인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의 이름은 ‘베토벤’ ‘피카소’. ‘제주도’는 마사지 전용 침대가 있는 마사지룸의 이름이다. 구글러들은 1주일에 한 번씩 ‘제주도’에서 전문 마사지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카페테리아는 구글코리아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세계 최강이라는 복지 혜택과 열린 문화를 강조하는 경영방침이 이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와 놀거리로 가득한 카페테리아는 ‘만능 공간’으로 통한다.

유명 요리사가 직접 만든 뷔페식 식단은 직원들에게 매일 무료로 제공된다. 구글코리아를 방문한 지난 11월 11일 점심에는 훈제된 오리고기와 중국풍 요리, 채소, 갖가지 육류 등 20가지가 넘는 음식이 선보였다. 카페 안의 자판기에도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각양각색의 음료가 가득하다. 야근을 하는 사원은 자판기에서 캔맥주를 꺼내 마실 수 있다.
[기업 탐방]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곳… 구글코리아에서 ‘놀다’
카페테리아 안은 놀거리로 가득하다. 점심시간에는 포켓볼을 칠 수 있다. 당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점수 계산대와 큐대, 초크가 눈에 띄었다.

‘테이블 축구’는 구글러들이 열광하는 인기 게임. 점심 식사를 마친 구글러들은 축구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업무의 피로를 풀고 싶다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창문 앞에 마련된 자동 안마기를 이용하면 된다.

수평적 조직 문화는 구글러를 ‘창의적 인간’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반 기업의 관행인 포지션(지위)이나 레벨에 따른 차별적 혜택이 구글에는 없다.

모든 직원이 받는 복지 수준은 똑같다. 이는 미국 본사뿐 아니라 구글코리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원들은 이름에 ‘님’을 붙여서 서로를 부른다. 이러한 열린 기업 문화는 구글의 성장 동력이자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R&D센터 설립 후 한국화된 각종 서비스로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첫 페이지 검색창 아래에 7가지 메뉴 아이콘을 배치해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자”는 구글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유니버설 검색, 아이 구글 등의 인기 서비스에 한국적인 특색을 더해 국내 사용자들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2010년에 선보인 ‘순간 미리보기’는 검색 결과 홈페이지를 일일이 클릭하지 않아도 미리 볼 수 있는 구글만의 ‘사용자 중심 서비스’다.


구글은 지금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사투리도 검색 가능한 구글의 ‘모바일 음성 검색’

세계 유수의 기업이 벤치마킹을 할 만큼 구글은 시장 변화에 대한 ‘더듬이’가 잘 발달돼 있다. 2010년 구글은 ‘모바일 퍼스트’라는 경영 목표를 천명하고 스마트폰 검색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모바일 음성 검색’이다.

2010년 6월 선보인 ‘구글 한국어 모바일 음성 검색’은 문자 입력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모바일 음성 검색 서비스다.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의 빠른 데이터 프로세싱 기술과 정교한 음성 인식 기술이 결합된 모바일 음성 검색 서비스는 정확성이 뛰어나고 로딩 속도가 빠르다.
[기업 탐방]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곳… 구글코리아에서 ‘놀다’
한국어 음성 검색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에 이어 8번째로 출시한 언어다. 구글의 음성 검색에는 그동안 출시된 여러 언어의 음성 검색 서비스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모바일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 이해민 씨는 “모바일 음성 검색은 사투리 억양에도 문제가 없다”며 “애국가 1소절에 해당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도 음성 검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구글은 ‘음성 액션’이라는 음성 번역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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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윤나래 씨와의 솔직 토크!

“구글은 구글리한 인재를 원한다”

구글에 입사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면접만 10번 이상 봐야 한다는데, 그것이 사실일까.

인사팀 윤나래 씨에게 ‘구글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윤 씨는 “구글의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해당 직무 지식에 대해 최고임을 자부하는 인재만이 구글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Q 인재상인 ‘구글리’란 무슨 뜻인가요?

A 구글이 원하는 인재상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글 문화에 적합한 ‘구글리’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구글리’한 사람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열린 사고로 동료와 힘을 합해서 선을 이루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런 구글의 인재상은 엔지니어나 스태프 부서 등 모든 직군에 해당합니다. 구글 엔지니어링 부문 채용 과정에서도 기술적인 역량뿐 아니라 구글리 여부를 함께 평가합니다.

Q 구글 채용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구글의 채용은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 방식입니다. 주로 컴퓨터과학 및 전산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를 활발히 채용하고 있습니다.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부터 대학을 졸업한 신입까지 코딩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모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세일즈, 영업직의 경우는 공석이 생길 때 경력자나 신입사원을 충원하고 있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직무에 따라 다르지만 3개월에서 1년까지 팀 단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턴십은 정규직 채용과 같은 심사기준이 적용되며 엔지니어 부문의 난이도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입니다.

인턴이 프로그램 개발 업무에도 참여하기 때문이죠. 회의 중간과 마지막에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이 대학생이라면 학업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입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 탐방]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곳… 구글코리아에서 ‘놀다’
Q 채용 과정에서 면접은 몇 번 보나요?

A 인터넷상에는 구글 면접이 최소한 수십 번이라는 오해가 많습니다. 하지만 면접 전형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현재 엔지니어 인터뷰는 약 5~6번의 기술 면접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Q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이 필요한가요?

A 엔지니어의 경우 간단한 의사소통만 되면 지원이 가능합니다. 구글에 채용된 이후에는 원어민과의 영어 수업을 지원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면 됩니다.

Q 미래의 구글러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을.

A 구글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손꼽히지만 신입사원으로 들어오기에는 문이 좁습니다. 만약 구글에서 일하고 싶은 대학생이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처음부터 구글에서 경력을 쌓기보다는 주어진 일에서 열정을 다하는 전문가가 돼라’고요. 그렇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는 회사, 구글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기업 탐방 후기

임정우 대학생 기자 ­_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3

구글은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을 통해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인의 지적 향상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번 구글코리아 방문은 구글에서 일하고 싶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나는 언젠가 경험할 구글코리아의 입사 면접을 상상해본다. 그때 나는 “2010년 11월에 구글코리아를 방문했으며 탐방이 끝난 후 더 ‘구글리’한 사람이 됐다”고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구글코리아 인재상인 ‘혁신’과 ‘개방’, 그리고 ‘창의’를 갖추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황시내 대학생 기자 ­_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4
[기업 탐방]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곳… 구글코리아에서 ‘놀다’
비싼 화장품보다 피부에 더 좋은 것은 자부심과 열정일지도 모른다. 구글코리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피로에 지친 사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구글코리아는 자신이 맡은 일을 신나게 웃으며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40대의 직원들이 20대의 젊은 청년처럼 보였다.

구글코리아를 탐방하기 전에는 ‘구글? 좋은 회사지만 입사 안 해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탐방이 끝난 후 ‘저 회사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욕심이 생겼다.

평범한 사람이 최고의 인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하는 회사, 직장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사원을 이끌어주는 회사가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글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