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이 남자는 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 베리드

거짓말이 아니다. ‘베리드’는 95분 동안 오로지 ‘관’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암흑뿐이고 들리는 건 자신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그는 건설자재 회사 CRT의 이라크 주재지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다. 평소처럼 자재를 운반하던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서 습격을 받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땅 속 깊이 관 속에 갇혀 있다. 그의 옆에는 지포 라이터, 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그가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통로는 휴대전화뿐이다.

주인공 폴은 납치범에게 군인으로 오해받고, 미국 쪽 구조전담반이나 회사 측으로부터는 국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다. 저축액이라고는 700달러밖에 되지 않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라크까지 건너온 서민에게 69일 만에 전원 구조됐던 칠레 광부들 같은 미담, 영웅담, 혹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해피엔딩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소통 불능의 상황 속에서 홀로 울부짖는 카프카적 개인이 되어간다.

하나의 공간, 한 명의 배우로만 진행되는 이야기. ‘베리드’는 애초부터, 특히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기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타개책은 관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위험한 상황의 치밀한 설계와 수십 개에 달하는 카메라 앵글의 변화, 그리고 이 상황을 현실감 넘치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의 연기력뿐이었다.

생짜 신인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는 총 7개의 관 세트를 만들었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배우를 정면, 아래쪽, 옆쪽에서, 심지어 360도 회전하고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촬영한다. 덕분에 관객은 이 공간이 ‘넓은’ 것처럼 느끼게 되며, 동시에 지루함을 느낄 순간을 찾지 못한다.

그동안 ‘저스트 프렌드’ ‘프러포즈’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흥행을 기록했으며, 배우로서의 재능보다는 스칼렛 요한슨의 남편이라는 것 때문에 유명세를 탔던 라이언 레이놀즈가 모두의 선입견을 뛰어넘는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는 201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베리드’는 2010년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래 연말까지 온갖 영화제를 순례하며 “할리우드의 온갖 고예산 영화를 땅에 묻어버렸다(buried)”는 찬사를 받았다.


쩨쩨한 로맨스

감독 김정훈 출연 이선균, 최강희, 류현경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스토리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만화가 정배(이선균), 넘치는 창의력과 이론으로 무장한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최강희).

이 둘은 무려 1억3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팀을 이룬다. 뒤끝 많고 쩨쩨하기 짝이 없는 남자, “전부 내 경험담이다”라며 허풍을 떠는 여자의 공동작업은 첫날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세상을 놀라게 할 ‘19금’ 걸작을 내놓을 수 있을까.


김종욱 찾기

감독 장유정 출연 임수정, 공유

국내 창작 뮤지컬의 신기원을 달성한 로맨틱 코미디 ‘김종욱 찾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고지식한 남자 기준(공유)은 기발한 창업 아이템을 찾아낸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의뢰인들에게 첫사랑을 찾아주는 것. 무뚝뚝한 뮤지컬 무대 감독 지우(임수정)는 오래전 인도에서 만났던 첫사랑 김종욱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우가 시집가기만을 바라는 홀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기준의 사무실을 찾는다. 하지만 전국엔 김종욱이 너무나 많다!


투어리스트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조니 뎁, 안젤리나 졸리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수학 교사 프랭크(조니 뎁)는 기차 안에서 매혹적인 여인 엘리제(안젤리나 졸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도도하고 신비스러운 그녀는 웬일인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프랭크에게 관심을 보이며 동행을 제안한다.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는 것도 잠시. 곧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시와 추적이 따라붙으며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글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