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꿈과 경제

[경제학 특강] 강함과 착함 사이에서 줄타기
기업의 존재이유는 돈을 버는 것이다. 뭔가를 시장에 내다 팔아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윤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경쟁자보다 가격을 낮추거나, 같은 값이라면 뭔가 더 큰 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기업만이 이윤을 누릴 자격이 있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일이다. 누구보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구보다 싼 가격에 팔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원가가 낮아야 한다. 원가는 높은데 값만 낮춰 받으면 손실을 면할 수가 없다.

큰 매력, 높은 품질, 낮은 원가 등 시장경쟁에서의 성공 요인들은 생산성 높은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같은 시간에 두 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원가는 낮아진다. 같은 원가라도 더 정교하고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구보다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 국가의 보호를 받는 공기업이 아닌 한 생산성과 경쟁력이 바로 이윤의 원천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정당하게 벌어들인 돈은 사회에 기여를 한 것에 대한 대가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누구보다 좋은 제품, 매력에 비해서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기여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돈을 벌고 있는 이유도 아이폰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고 있기 때문 아닌가.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기여도 생산성에서 나온다. 근로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각자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낼 때 비로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인 근로자에게는 높은 보수라는 영예가 따른다.

더 높은 생산성, 더 좋고 더 저렴한 제품, 그러면서도 더 높은 이윤, 투자자에 대한 높은 수익, 근로자에 대한 더 높은 보상… 시장에서의 성공은 이런 선순환의 구조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것이 강한 기업의 덕목이며 기여다.

그러니 시장에서 성공을 원한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본인의 생산성을 높임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여서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또 다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강한 것을 넘어 착한 기업이 되라는 요구까지 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 또는 사회 공헌이라는 것이 그렇다. 기업은 본래 투자자와 근로자,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진다. 사회적 책임이란 그것을 넘어서 지역 사회의 주민들, 학생들의 학비까지 도와주라는 요구다.

그런 것들이 당장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런 정도의 나눔은 기업 자신에게도 좋을 수 있다. 그것을 통해 근로자들이 자기 회사를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회사에 충성심이 생겨서 생산성이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감할 정도로 착하기를 요구받기도 한다. 경쟁자의 사정까지 봐주라는 것이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것이 난감한 이유는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한다는 기업의 본분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담합을 제재하는 원리에도 어긋난다. 담합을 제재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좋은 물건을 낮은 가격에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SSM에 대한 규제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이유로 제재를 하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기업 경영의 원리와 어긋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와 여론의 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사람은 그런 요인까지도 계산속에 넣고 준비를 해야 한다. 일종의 시장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착함을 요구받는다 하더라도 기업의 본분은 높은 생산성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내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학 특강] 강함과 착함 사이에서 줄타기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시장경제를 연구했으며, 2004년부터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