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Book] 워킹푸어, 남의 일이다?
최근 인터넷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도 ‘워킹푸어(working-poor)’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만큼 국민들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워킹푸어란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나온 곳은 1990년대 중반 미국이지만,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워킹푸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일본의 경제전문가인 카도쿠라 다카시는 미국의 계층 간 소득 격차의 원인을 사회구조 변화라고 정리하고 있다. 우선 경제의 주도권이 고임금인 제조업에서 저임금인 서비스업으로 이동한 데다 IT사업을 대표적으로 전문직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비전문직과의 소득 격차가 심화됐으며, 외부에서 대량 유입된 이민도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 소득 격차가 확대된 주원인으로 인구의 고령화를 꼽을 수 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미국처럼 사회 변화에 따른 소득 격차까지 확대되면서 그 속도나 규모가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기 어렵다면…
[Book] 워킹푸어, 남의 일이다?
필자는 한국의 소득 격차 원인은 일본처럼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 세 번의 경제위기로 취약해진 경제 상황과 사회구조 변화, 거기에 저출산·고령화까지 가중되면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그 규모가 이미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커지고 있는 데다 증가 속도 역시 세 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타격을 입을 계층은 역시나 워킹푸어를 포함한 빈곤층일 것이다.

워킹푸어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기 때문에 저축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무리한 노동을 하는 까닭에 사고나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일시적이라도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빚을 지게 되면서 곧바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빈곤층으로 떨어지면 교육의 격차로 인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게 되니, 갈수록 탈출이 힘든 사회가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사람이 고민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게으른 것이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면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자수성가형 인물이 곧잘 나오는 걸 보면 개인적인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K. 쉬플러는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제안을 하고 있다.

필자 생각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을 계속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먼저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이 제로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저축을 해 비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일시적인 실직이나 의료비용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어떻게든 시간의 일부를 빼내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어떻게든’ 돈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워킹푸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것을 생각하기 힘들다.

현재 ‘워킹푸어’라는 제목으로 3권의 책이 출간돼 있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후마니타스)’ ‘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NHK스페셜 취재팀, 열음사)’ ‘워킹푸어(카도쿠라 다카시, 상상예찬)’. 여기에 ‘4천 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임인택 외 3명 지음, 한겨레출판)’을 더해서 읽어보길 권한다.

[Book] 워킹푸어, 남의 일이다?
권윤구


좋은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북코치. 인터넷 북카페(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