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나만의 실전 스타일이 필요하다-주식(stock) 이야기③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죠. 여러분의 가을걷이는 어떤지 참 궁금합니다. 이번 편지는 주식 이야기에 대한 마지막 순서입니다. 구체적인 실전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식의 속성에 대한 공부도 하고, 증시를 둘러싼 경제변수와의 관계도 살폈으니 이제 실전에 대해 살펴볼 차례가 된 것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주식 매매의 핵심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oney] 가치를 보는 놈, 차트를 읽는 놈, 테마를 따라가는 놈…
다수의 주식 관련 서적에선 장기투자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이것을 자신의 매매 스타일로 정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실전에선 잘 익힌 단타 매매가 무개념 장기투자보다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이를 실전에 옮기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입니다.

가령 차트 공부를 실컷 해놓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꽁무니만 쫓아다니거나, 기업 가치를 엄청 분석해놓고는 정작 매매할 땐 루머에 흔들리거나 갑자기 증권사가 소개하는 추천 주에 자금을 올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차트 매매가 자신의 스타일이라면 이것으로 중심을 잡고, 예상 기업실적이 포인트라면 이것을 핵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 저것, 요것, 그것을 모아서 한데 섞어버리면 남는 것은 혼란뿐이고, 엄청난 마이너스 수익률일 뿐입니다. 실전 주식 투자에 절대 선이란 없습니다. 나만의 스타일이 먹히면 그게 바로 선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크게 2가지의 실전 매매 스타일을 추천합니다. 하나는 가치분석(기본적 분석)에 입각한 중·장기 투자, 또 다른 하나는 차트분석(기술적 분석)에 바탕을 둔 비교적 짧은 기간의 투자입니다.

먼저 첫 번째 가치투자 스타일입니다. 가치투자는 ‘기본적 분석’을 기반으로 합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현 주가와 비교해 저평가 또는 고평가 됐는지를 파악한 후 저평가됐으면 매수, 고평가됐으면 매도하는 형식입니다.

이때 포인트는 어떻게 저평가(또는 고평가)를 측정하느냐인데요, 이 측정을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매출액증가율, 순이익증가율 등 다양한 재무분석 지표들이 사용됩니다.

이런 지표를 통해 현 주가가 저평가라고 판단된다면 매수에 돌입해 주가가 제값을 받을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치투자는 장기투자와 비슷한 말로 통용됩니다.

복잡하다고요? 그럼 일단 ‘PER’이란 지표만 이해해보세요. 별것 아닙니다. 단적으로 ‘올해 예상실적(수익)을 바탕으로 한 주가 평가’라고 이해하세요. A기업의 PER이 10배라고 한다면 이것은 현 주가가 향후 A기업이 10년간 벌어들일 수익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50배라고 하면 50년치를 미리 반영해 주가가 형성됐다는 것이죠. 바보가 아닌 이상 PER 50배짜리 주식은 사지 않겠죠. 50년치 수익이 이미 주가에 녹아 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혹자는 이런 주식을 더 선호합니다. 올해 수익으로 평가하면 50배지만 회사가 엄청난 신기술로 내년 50배 수익을 올린다면 그때 PER은 1배로 떨어지니까요. 그러나 가치투자자라면 이런 주식을 거들떠보면 안 됩니다. PER이 10배 미만 주식 중에서 동종 기업보다 낮은 PER을 적용받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가치투자의 대명사 워렌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사랑한다고 하죠. 이것은 코카콜라의 대박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향후 몇 십 년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치’ 때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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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족’이 되고 싶다면 ‘차트분석’은 필수!

둘째는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실전 매매 스타일입니다. 기술적 분석은 일명 ‘차트분석’이라고 합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면 배우 김상경이 “서류는 절대 거짓말을 안 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기술적 분석도 비슷합니다.

주식 차트에는 과거 시장참여자들이 당시 사고팔았던 가격대와 거래량(물량)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기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통계기법으로 향후 주가 패턴을 예측해 매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를 ‘심리전’이라고 하죠. 이때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읽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차트입니다. 가령 현 주가가 13만 원인 B기업 경우 과거 10만 원대에 주식을 매수한 사람(거래량)이 엄청 많다면 이때 10만 원은 의미 있는 가격대(또는 지지선)가 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매수 가격보다 싸게 주식을 팔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차트 매매는 빠른 호흡이 필요합니다. 한 기업의 내재가치를 살피기보다는 그 기업을 놓고 펼쳤던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죠. ‘단타족’이 되고 싶은가요. 그럼 최소 30가지의 차트 모양은 암기해야 합니다.

또 수십 가지에 달하는 차트이론 중 자신만의 차트 해석법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절매’에 익숙해야 합니다. 기술적 분석 매매는 지금 -2%로 손실이 났지만 내일 3%를 올려 최종적으로 1% 수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것을 못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주식 투자자가 되고 맙니다.

물론 실전에서 이런 가치분석 투자와 기술적 분석 투자 외에 다른 테크닉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굳이 한 가지를 더 꼽자면 ‘테마투자’ 혹은 ‘통찰적 투자’ 스타일이 있습니다. “향후 컴퓨터 바이러스 관련 주가 각광을 받을 것”이란 예측만으로 기업 내재가치나 수급과 관계없이 매매하는 태도입니다.

현재 실적도 나쁘고 비전도 없는 C기업을 외국인이 무서울 정도로 사고 있다고 할게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치투자자라면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차트 매매자라면 가격과 거래량을 분석한 후 추격 매수에 나서야죠.

통찰적 투자자라면 그 기업이나 해당 업종의 향배를 음모(?)론적으로 접근한 후 판단하겠죠. 뭐가 정답이냐고요? 안타깝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최악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은 3가지를 한데 모아 접근하는 매매 스타일입니다.

실전에 돌입하면 첫 6개월에 반드시 ‘나만의 스타일’을 확립하세요. 그러면 승리할 수 있고, 최소한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식이 더 이상 ‘홀짝 게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Money] 가치를 보는 놈, 차트를 읽는 놈, 테마를 따라가는 놈…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