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면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직무 경험을 쌓는 취업준비생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4875명 가운데 국내외 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이는 24.2%인 1180명. 4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 항목 중에서 인턴십 경험은 1순위나 다름없다. 직장 체험과 더불어 실무 능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궁합이 잘 맞는 신입사원을 고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울시 글로벌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7일 종로구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택시 콜센터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 마용비(중국), 후멍(중국), 마츠노 코우(일본), 토야(몽골) . 이들은 운수물류담당관에 배치됐다.
/허문찬기자  sweat@  20090707
서울시 글로벌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7일 종로구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택시 콜센터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 마용비(중국), 후멍(중국), 마츠노 코우(일본), 토야(몽골) . 이들은 운수물류담당관에 배치됐다. /허문찬기자 sweat@ 20090707
잡코리아가 지난 5월 대기업·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2009년 입사)의 스펙을 조사했더니 대기업 신입사원의 32.7%,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24.8%가 인턴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많은 수의 취업준비생이 인턴 경험 쌓기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영은 잡코리아 과장은 “인턴십 기회를 잡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인턴십 경험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턴십 경험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 이상 진행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것을 얻었을까.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인턴십 경험자에게 혜택을…정규직 전환 원해”
인턴십 경험은 취업문 뚫기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3.6%는 ‘인턴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26.7%로 적지 않았다.

주로 직무능력 향상, 직장생활 체험, 보수 등에서 만족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CAMPUS Job&Joy 6월호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났다. 당시 ‘인턴십이 직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이는 51.3%에 달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법. 인턴 경험이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10.3%)’ ‘보통이다(14.5%)’라고 대답한 이도 꽤 많았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제도의 효율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취업난이 심화되고 청년 실업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채용시장이 지나치게 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질문에 대한 의견도 극명하게 갈렸다.

응답자들은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효율성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38.1%)’에 많은 표를 던졌지만, ‘문제가 있는 제도여서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26%)’ ‘기업에만 효율성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22.7%)’라고 싸늘하게(?) 답한 이가 더 많았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효율성 없는 제도’라며 가차 없이 폄훼한 대답도 3.2%였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인턴십 제도에 대한 지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 정부는 청년인턴제를 도입·지원하면서 중소기업 등이 인턴사원을 채용할 경우 임금의 50%(최대 80만 원)를 보조하고 있다. 또 인턴십 종료 후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에도 일정 기간 임금을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6개월간 적은 임금으로 사용하는 단기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취업 컨설턴트 A씨는 “인턴사원을 6개월마다 채용, 빈자리를 메우는 식으로 운영하는 중소기업이 꽤 많다”면서 “이직률이 높은 곳에서는 새로운 인력 활용법으로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인턴제 지원을 받은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기업엔 별 제재가 없다.

인턴십이 사실상 장기간의 밀착 면접이며, 기업 입장에서 입맛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한 불평등한 제도라는 지적도 있다. 취업 컨설턴트 B씨는 “기업이 갑, 인턴사원은 을일 수밖에 없는 잔인한 구조”라면서 “인턴십 기간 동안 복사 등 단순 업무를 하면서 적은 보수를 받고, 이후 내쳐지는 수순은 88만 원 세대의 설움을 심화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인턴십 경험자에게 혜택을…정규직 전환 원해”
인턴십 경험자들은 이구동성 ‘혜택’을 부르짖었다. ‘신입사원 채용 시 인턴십 경험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88.9%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꼭 필요하다’는 답이 35.8%를 차지했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50.2%)’. ‘어떤 우대 혜택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인턴십 종료 후 신입사원으로 정식 입사하는 것을 원한다고 답했다. 삼성, 신세계 등에서 실시하는 채용 연계 인턴십의 확산을 요구한 셈이다. 이들 기업은 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인턴십 수료자 전원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형 과정에서 가산점 부여(27.2%)’ ‘서류 전형 면제(13.4%)’ ‘서류·필기 전형 면제(8.7%)’ 등의 혜택을 꼽은 이도 많았다. 인턴십 경험자에게 ‘혜택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90명(7.6%)을 제외한 나머지 절대 다수는 어떤 식으로든 특전을 주길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B 취업 컨설턴트는 “가령 X은행 인턴십 후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이가 Y은행에 지원했을 때, Y은행에서 환영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면서 “가산점을 주는 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턴십 종료 후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면 특히 동종 업계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인턴십 경험자에게 혜택을…정규직 전환 원해”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인턴십 경험자에게 혜택을…정규직 전환 원해”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