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입사하는 법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금융, 인권, 보건 등 범세계적인 이슈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UN, OECD, WHO 등 국제기구는 당면한 과제를 발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안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공무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무대를 일터로 삼고 국익을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국제기구 입사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은 이유는 바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국제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에 준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우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었을 때 자긍심을 느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도전장을 내밀어볼 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청운의 꿈을 품은 이, 모두 주목해보자.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특히 1991년 UN 가입 이후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진출 분야도 원자력 개발, 아동, 난민 등 다양해지는 추세다.

2010년 7월 기준 총 50개 국제기구에 우리나라 국민 343명이 진출해 근무하고 있고 그중 국장급 이상 고위직은 22명이다. 하지만 한국의 위상과 분담금 규모를 감안하면 진출자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앞으로 국제기구 진출의 여지는 많다. 그렇다면 국제기구에 들어갈 수 있는 경로는 무엇일까.

국제기구엔 공채 개념이 없다. 해당 기구에서 결원이 생길 때마다 국제적으로 공모한다. 일종의 수시채용인 셈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사실상 국제기구로 곧바로 들어가기 힘든 편. 이들은 다음과 같은 경로를 통해 그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다.

▲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unior Professional Officer) 프로그램은 정부가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수습직원을 일정 기간 파견하는 제도다. 이는 사회 초년생이 국제기구에 들어갈 수 있는 지름길로 통한다.

외교통상부가 주관하는 JPO 시험에 합격하면 정부 지원하에 최대 2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끝난 후에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총 68명을 파견했고 파견 기간이 끝난 58명 중 48명(약 83%)이 정규 직원으로 채용됐다.

JPO 시험은 매년 한 차례 열린다. 공고는 2월 말~3월 초에 외교통상부 홈페이지(www.mofat.go.kr)와 국제기구 채용정보 홈페이지(www.unrecruit.go.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차 시험은 텝스(TEPS)로 900점 이상이 필요하며 제출자 중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2차 시험은 국제 현안에 관한 전문지식을 평가하는 영어 필기, 국어 면접, 영어 면접이다. 제2외국어 능력, 석·박사 학위, 전문 분야 자격증, 유관분야 근무 경력, 경연대회 입상 실적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매년 선발되는 JPO는 평균 5명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과 유엔 기여 정도가 비슷한 국가들의 경우 보통 30명 내외 수준으로 JPO를 파견해, 아직 파견 인원이 적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JPO 시험에 합격하면 본인의 관심과 경력 그리고 정부 정책에 맞는 국제기구로 파견된다. 한국인의 경우 UN 본부와 UNDP(유엔개발계획), IAEA(국제원자력기구), ILO(국제노동기구), FAO(유엔식량농업기구), WHO(세계보건기구), WFP(세계식량계획) 등으로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다.
▲ 유엔 국별경쟁 채용시험(NCRE)

유엔 국별경쟁 채용시험(National Competitive Recruitment Exams)은 분담금에 비해 UN에 진출한 직원 수가 적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규 직원 채용시험이다. 한국은 2001년 UN분담률이 상승하면서 과소진출 국가로 분류되어 2002~2009년 국별경쟁 시험을 유치했다. 올해는 12월 1일에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관련 분야의 학사 이상 전공자, 만 32세 이하 대졸자가 지원할 수 있다.

지원자는 영어와 불어로 작성한 지원서를 홈페이지(careers.un.org)에 제출한 후 서류 전형을 통화하면 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영어 또는 불어로 작성하며 총 4시간 30분 동안 치른다. 일반논문과 전공논문으로 나눠 작문 능력과 관련 분야 전문지식을 종합 검증한다. 기출문제 중 하나는 ‘UN이 개입해 자주 국가가 된 다섯 나라를 쓰시오. 이 과정에서 UN이 행한 역할을 평가하시오’였다.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뉴욕 UN 본부에서 면접을 시행한다. 모집 분야와 채용 직급은 매년 각 부서의 인력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올해는 행정, 인구통계, 경제, 인권, 법무, 라디오 방송제작, 안보, 통계, 웹디자인·개발 등 총 9개 분야에서 시험을 실시한다. NCRE의 공식 웹사이트는 www.un.org/ Depts/OHRM/examin/ets.shtml이다.

NCRE가 운영된 이래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총 12차례 시험을 유치해 총 59명이 합격했고 35명이 채용됐다. 그중 현직에 33명이 근무 중이다.
The United Nations headquarters is seen in this view looking south along New York's East River Monday morning, Sept. 5 2005. There is a growing sense of crisis as the U.N. prepares for history's biggest gathering of world leaders next week. (AP Photo/Michael Kim)
The United Nations headquarters is seen in this view looking south along New York's East River Monday morning, Sept. 5 2005. There is a growing sense of crisis as the U.N. prepares for history's biggest gathering of world leaders next week. (AP Photo/Michael Kim)
▲ 인턴십, 유엔자원봉사단 참여

최근 인턴십이 취업에서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듯이 국제기구 취업에서도 인턴십이 중요하다. UN 사이트(www.un.org/ youth)를 방문하면 여러 기구의 인턴십 기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뉴욕 본부의 경우 봄(1~3월), 여름(6~8월), 가을(9~11월) 세 차례에 걸쳐 인턴을 선발한다. 2개월 근무가 원칙이지만 근무 부서와 협의해 6개월까지 인턴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대학 재학생이라면 각 학교에서 마련하는 인턴십 지원 프로그램은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경희대, 경북대, 서울대, 한동대, 서강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에서 국제기구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학생을 지원한 바 있다.

정부에서도 연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제기구 인턴십 지원을 돕는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국제 환경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50명을 선발해 이 중 성적 우수자 15명을 UNEP(국제연합환경계획),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 보냈다.

인턴십은 최대 6개월간 지원하며 왕복 항공료와 월 100만 원 선의 체제비도 지급한다. 제1기 과정 수료자 중 14명이 11개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이 중 5명이 인턴 종료 후 컨설턴트로 계약했다.

유엔자원봉사단(UN Volunteers)에서 활동하는 것도 UN 정규직에 지원할 때 좋은 경력이 된다. 1970년 창설된 UN 자원봉사단은 현재 전 세계 150여 개 국가로 8000여 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봉사단원으로 선발되면 3개월~2년간 주로 개발도상국 UN 사무소 등에서 봉사를 한다. 봉사를 희망할 경우 유엔자원봉사단 홈페이지(www.unv.org)를 방문해 희망자 명부에 자신의 주요 이력과 관심 분야를 등록하면 된다.

▲ ‘공석공고’, 젊은 전문가 프로그램(YPP)

‘공석공고’는 말 그대로 빈자리가 날 때마다 지원자가 직접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 경로가 가장 일반적이고 뽑는 인원도 많다. 하지만 이를 통해 국제기구에 취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무엇보다 한 자리를 놓고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

이를 돌파할 해결책은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다. 국제기구는 다양한 전공을 필요로 한다. 성격에 따라 금융전문가, 법률전문가, IT전문가, 의료전문가, 농업전문가 등이 필요하다. 통상 경력 5~10년쯤 되어야 하며 국외에서 인정되는 경력이면 좋다.
그 밖에 젊은 전문가 프로그램(Young Professional Programme)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일부 국제기구는 젊고 능력 있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특별 프로그램 YPP를 운영하고 있다. JPO처럼 국제기구가 일정 기간 유능한 젊은이들을 수습직원으로 근무하게 한 후 실적과 능력에 따라 정규 직원으로 채용할지를 결정한다.

단, JPO와는 달리 국제기구가 직접 선발 업무를 담당한다. 각 기구마다 채용조건, 선발방식, 선발시기가 다르다. 현재는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지원 접수를 받고 있다. 채용 인원은 15명. 32세 이하 석사 학위자가 지원할 수 있다. 그 밖에 YPP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제기구는 UNESCO(유네스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orld Bank(세계은행),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UNDP(유엔개발계획), UNICEF(유니세프) 등이 있다.

▲ 국제기구 채용설명회

무엇보다 국제기구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외교통상부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외교통상부가 운영하는 국제기구 채용정보 홈페이지(www.UNrecruit.go.kr)를 방문하면 각 국제기구의 공석 정보를 비롯한 채용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질의응답 게시판이 있으니 궁금한 사항은 직접 물어볼 것.

2008년부터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를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UN 사무국, UNICEF, UNDP의 인사 책임자가 참여해 국제기구 진출 전반에 관한 Q&A, 이력서 작성법, 면접 준비 방법 등을 안내한다. 올해에는 지난 6월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또 기획재정부에서는 국제금융기구에 관한 채용설명회를 올 하반기에 개최할 계획이다.


[인터뷰]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이재성 씨
이재성 씨는 유엔 국별경쟁 채용시험(NCRE)을 통해 UN의 정규 직원이 됐다. 서울대에서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다시 법과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 이후 미국 NYU(뉴욕대) 로스쿨을 거쳐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내외 엘리트 코스를 거친 법무통인 셈이다. 그는 학부 시절 국제법 모의재판에 참여하면서 국제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러한 관심은 국제기구 진출이라는 꿈을 낳았다.

현재 국제사회에 기여하면서 명예와 자유를 모두 누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재성 씨. 그에게 UN에서의 생활을 들어보았다.

Q 맡은 업무는.

A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소재한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 (UNCITRAL)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사무국 기능을 UN 사무국 법률실 국제거래법부서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UNCITRAL 사무국 직원이자, UN 사무국 법률실 소속 직원이라 할 수 있죠.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담보거래와 관련된 업무입니다. 그 이외에 개별 국가 요청 시 UNCITRAL에서 채택된 협약, 모델법, 입법지침을 국내에 적용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또 국제거래와 관련된 세미나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Q UN 입사에 유리한 전공은.

A UN에 들어오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국제 평화와 관련된 업무보다는 실제 조직 운영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세계 평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기보다는, UN과 회원국들이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지요.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도 다양하게 뽑습니다.

나 같은 법률 전문가들도 있지만 정무, 경제, 경영, 통계, 인권, 회계, 보안, 행정, 인구통계, 웹페이지,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발하고 있어요. 단순히 국제정치를 공부한 사람보다는 이러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취업에 유리합니다.
Members attend the opening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s 61st session 12 September, 2006 in New York City. Over 120 goverment representivies are expected to attend the meeting.  Chris Hondros/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AND TELEVISION USE ONLY
Members attend the opening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s 61st session 12 September, 2006 in New York City. Over 120 goverment representivies are expected to attend the meeting. Chris Hondros/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AND TELEVISION USE ONLY
Q 업무 환경은 어떤지.

A 업무 환경은 대체로 좋습니다. 장점이라면 한 달에 2.5일씩 보장되는 휴가, 2년마다 주어지는 본국 휴가(여비 제공), 주택보조수당 및 자녀 교육비 지원, 연금제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에서 일한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에게 주어진 업무가 있고 이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막연히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만으로 진출을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 승진이나 부서 이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A
경력관리는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승진이나 부서 이동에서 ‘발령’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자기가 이동 또는 승진하고 싶은 자리에 공석이 생기면 이곳에 지원하는 다른 모든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어요. 저도 뉴욕에서 근무를 하다가, 비엔나에 공석이 생겨 지원을 통해 승진한 경우예요.

국제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참고해야 할 부분은 승진이나 부서 이동 시 내부 직원이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업무나 조직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석공고가 난 경우, 외부에서 지원할 때는 내부에서 지원하는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소지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Q 대우는.

A 연봉은 직급마다 조금씩 다르고 호봉에 따라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어요. UN 직원이다 보니 소득세는 면제받으나, staff assessment라는 항목을 두어 해당 출신 국가의 기여금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UN에서 관리하는 별도의 연금제도에 가입이 되고, 휴가는 매월 2.5일씩 연 30일입니다. 의료보험은 UN을 통해 가입하는 사보험이 있습니다.

Q 여성이 일하기에 어떤지.

A 여성이 일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서 본인의 전문성도 키울 수 있습니다.

Q 국제기구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A 우선 커뮤니케이션에서 기본적인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는 영어 또는 다른 UN 공용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UN이라는 조직에 들어와 그 문화를 이해하고 다른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과 업무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이 중요해요. 나아가 막연한 국제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해당 분야에 있어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막연한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준비와 꾸준한 관심이 있다면 국제기구 진출은 모두에게 실현 가능한 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외교통상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