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되기

일본, 중국, 동남아, 미국 등에 한국발 게임 열풍이 뜨겁다. 게임 산업이 시작된 지 20년도 채 안 된 한국이 온라인 게임을 장악하고 글로벌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많은 젊은이가 ‘유저’로서 게임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임 게임 ‘미르의 전설2’로 단일 게임 전 세계 누적가입자 2억 명(2005년), 세계 최초 동시접속자 80만 명(2008년)을 기록한 온라인 게임업체 위메이드의 성정국 게임 디자인 디렉터와 게임 개발자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게임 개발로 이제 딱 10년을 보냈다는 성정국 책임연구원. 창천, 미르의 전설2 등 대박을 친 온라임 게임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생각하는 게임 개발자는 어떤 사람일까.
[취업 특강]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재미난’ 직업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 책 쓰는 사람, 가수 모두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죠.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 수단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금 더 파고 들어가서 말하면 사람의 감성을 조절하고 자극해서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유저(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 운영자를 게임 개발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전혀 별개인 분야다.

“게임 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트워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툴 작업자 등이 모두 게임 개발자에 속해요. 소설 같은 경우엔 글만 있고 만화책은 글과 이미지가 있죠. 게임은 그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포함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세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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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세분화, 전문화된 분야를 찾아야 한다. 게임 개발자는 크게 게임 디자이너, 2D아티스트, 3D아티스트, 프로그래머 4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게임 디자이너는 쉽게 ‘세상을 창조하는 신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고 2D아티스트는 ‘미래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비주얼 예언자’, 3D아티스트는 ‘가상의 세계를 실존하게 만드는 사람’, 프로그래머는 ‘가상의 세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사’인 셈이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 언어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대 출신이 많아요. 2D나 아트 쪽은 미대 출신, 게임 기획자는 수치적인 부분 때문에 수학과, 시나리오 쓰는 국문과 출신 등 다양한 사람이 필요해요. 하지만 전공자를 무조건 우대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독서, 게임 온라인 커뮤니티, 동아리, 공모전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먼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경험을 한 사람에게서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소스가 나올 수 있죠. 고객들에게 감성적 코드를 어떻게 적절하게 조절해줄 것인지, 인간 심리를 어떻게 파악해서 어떻게 이끌어주고 그 느낌을 계속 이끌어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게임 개발자의 본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요즘 여섯 번째 게임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개발한 5개의 게임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중 2개는 ‘실패’로 평가한다. 이 과정을 거쳐 게임 개발자가 갖춰야 할 자질을 알게 됐다.

“전공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열정적인 마음과 유연한 사고, 끈기가 더 중요해요. 팀 프로젝트라서 했던 작업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은 오래 못 버티고 낙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개발자는 밤새 일하고 집에도 못 들어가는 고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요새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출퇴근이 정해져 있긴 한데 다른 직종에 비해서 자유로운 편이에요. 업무 강도는 다른 직종보다 센 편이지만 시기에 따라서 조절도 가능하고요. 예전처럼 밤새 일하지는 않아요.”

게임 업무는 프로젝트 팀별로 진행된다. 각각의 프로젝트 기간은 장르마다 다른데 5년이 걸리는 대작들도 있고 3개월 만에 끝나는 모바일 프로젝트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 게 사실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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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절대적인 리더가 있거나 팀워크가 좋은 팀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당연해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솔직히 스트레스도 많고 업무 스케줄에 대한 압박도 심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꿈을 계속 끌어준다고 할까요.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없는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희열, 나이가 들어도 왠지 소년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유저들이 즐거워하고 화내기도 하는, 그런 감정적인 표현이 전달되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걸 느끼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친구, 동아리 등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잖아요. 하지만 게임은 게임 속 세상을 내가 구성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어느 나라에서 서비스를 하든지 외국 유저들이 재미있어 하면 이것 자체로도 게임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산업입니다.”


**성정국

1977년 생
한국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2001년 미르의 전설2 게임기획
2002~2003년 미르의 전설2 기획팀장
2003~2004년 미르의 전설2 프로젝트 매니저
2007~2009년 창천 온라인 게임기획
2009~현재 창천2 게임디자인 디렉터
2007년 항공대 게임과 문학 특강 강사
2008~2009년 서울대 문학과 대중문화 특강 강사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