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주식(stock) 이야기 ②

늦여름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어서 빨리 자리를 양보하라는 가을과 자신의 정열을 좀 더 불태우겠다는 여름의 힘이 맞물리는 이 시기는 마치 주식 매수자와 매도자가 힘겨루기 하는 모습인 것도 같습니다.

지난번 편지에서 주식의 기본은 결국 수급이라고 살펴봤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주식의 적정 가격이라는 것은 결국 시장의 매수자와 매도자가 만들어내는 가격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이번 편지에선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신호(sign)가 나올 때 사람들은 주식을 사려고 하고, 반대로 팔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강은구기자egkang@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강은구기자egkang@
일종의 주식 매매에 관한 암묵적인 약속이죠. 물론 지난 편지에서 말했듯 이 약속은 100% 맞아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증시에는 80% 정도의 확률로 통하는 몇 가지 신호가 존재하는데요, 이번엔 딱 세 가지만 골라서 파악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기업의 실적입니다. 즉, 해당 기업의 실적이 좋으면 매수자가 많아져 주가가 오르고, 실적이 악화되면 매도자가 증가해 주가는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실적’에 담긴 의미입니다. 이 실적은 결과로서의 실적이 아닌 ‘예상 실적’이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다음 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 같다, 내년 실적이 좋아질 것 같다, 그리고 3년 후, 5년 후, 아예 10년 후까지 실적이 더 개선될 것 같다는 전망이 팽배하고, 여기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 주식을 사려고 몰려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혹시 가치주와 성장주라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것도 실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성장주라는 것은 현재 실적은 별 볼 일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평가받는 주식입니다. 반면 가치주는 향후 대박이 터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꾸준히 매년 일정 수준 이상 실적을 낼 수 있는 주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적에 관해선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당장 다음 분기나 연간 실적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그 누구도 신이 아닌 이상 2년 후, 5년 후 상황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적이라는 투자지표는 주가 등락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지만 막상 현실에선 쉽게 적용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죠. 그렇지만 전 주식 초보자에게 가장 먼저 이 ‘실적’이라는 지표를 추천합니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기본기와 같은 훈련법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금리입니다. 앞서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은 주식을 살까(팔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떤 국가의 은행 금리가 연 15%라고 해볼게요. 이 국가 국민은 주식을 할까요?

위험과 도전을 사랑하는 몇 명은 모르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주식 투자 대신 은행 저축에 힘쓸 것이 분명합니다. 원금을 보장해주면서 매년 15%씩 이자를 주니까 말이죠. 그래서 보통 금리가 높은 상황에선 주식의 인기가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아 주가 상승도 제한됩니다.

반대로 금리가 연 2%도 안 된다고 해볼게요. 이때 사람들은 하나둘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저축을 하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오히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통 금리가 저점에서부터 조금씩 차근차근 올라갈 때는 증시도 따라서 상승하다가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인하) 국면에 접어들면 주가도 함께 하락하는 모습을 취합니다.
[Money] 중요한 건 ‘실적·금리·환율의 하모니’
환율 변화에 따라 주식의 매력도가 달라진다

셋째는 환율입니다. 잘 알다시피 세계경제는 미국 달러화라는 기축통화를 기준으로 모든 거래가 이뤄집니다. 석유 거래도, 농산물 거래도, 금 거래도 달러를 통해 이뤄지고요, 하물며 달러와 무관한 국가들의 무역 거래도 달러가 기준이 되지요. 그래서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선 환율이 항상 중요한 경제 변수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환율이 주식 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원화의 가치가 달러에 비해 엄청 낮아졌다고 해볼게요. 극단적으로 1달러에 20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합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주식을 사려고 할까요, 아니면 팔려고 할까요.

먼저 왜 이렇게 원화 가치가 추락했나를 살펴봐야겠지요. 그리고 국가 부도나 전쟁 같은 치명적인 사안이 아니라면 예외 없이 대한민국 주식을 사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주도형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곧 가격경쟁력이 확보됐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장사가 잘된다는 뜻이죠. 또한 엄청난 자금을 굴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익’이라는 보너스가 존재합니다.

1달러에 2000원 했던 환율이 대한민국 기업들이 장사를 잘해 달러를 많이 벌어들여 1달러에 1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과거 1달러(2000원)를 투자했다가 일정 기간 후 아무런 위험 없이 2달러(2000원)를 가져가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많이 하락했을 경우 향후 원화 상승을 노리면서 주식을 사려고 달려듭니다. 또한 이로 인해 주가도 상승할 경우가 많죠. 2009년 3월 이후 올 8월까지가 딱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원화가 강세를 유지한 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단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약화되고, 환차익을 올릴 가능성도 희박해져 외국인 큰손 입장에서 한국 주식의 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실적과 금리, 그리고 환율이라는 주식 투자자들의 세 가지 지표를 곰곰이 살펴보면 각각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금리가 오르면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환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또한 저금리 상황에선 기업들이 돈 빌리기가 쉬워져 경영에 여유가 생기고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실전투자에 나설 때는 이 세 가지 지표를 통합해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령 금리 인상 초기 국면에 아직 환율 하락의 여지가 남아 있고, 기업들의 실적도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면 그야말로 ‘풀 배팅’을 해도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9월, 대한민국 증시는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실적, 금리, 환율이라는 세 가지 지표에 맞춰서 한번 차분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가는 실제 어떻게 흘러가는지 맞춰보고요. 이 과정에서 여러분의 실력은 한층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Money] 중요한 건 ‘실적·금리·환율의 하모니’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