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Extra!

[English] ‘I live in 21’과 맨해튼 최고 부자 동네의 관계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 한 곳을 꼽기가 어렵다. 부자도 많을 뿐 아니라 palace궁전 같은 주택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당 가격으로 따지면 맨해튼의 Upper East Side(어퍼 이스트 사이드, UES)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다. 이곳에서는 방 4개짜리 아파트가 100억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흔하다(참고로 UES의 면적은 4.7㎢ 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zip code우편번호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왔다. ‘Beverly Hills(베벌리힐스) 90210’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되었는데, 90210은 바로 미국식 우편번호다. 맨해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의 우편번호는 10021이다.
[English] ‘I live in 21’과 맨해튼 최고 부자 동네의 관계
물론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기에 그 우편번호가 각광을 받는 것이고, 해당 지역 사람들이 pride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우편번호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두 가지 example예를 들어보겠다.

Full moon보름달이 맑게 보이는 어느 날 밤, 첼시에 있는 클럽에 간 적이 있다. 미국의 클럽은 각자 춤을 추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눈이 맞으면 함께 바에서 술을 마시는 ‘알아서 놀기’ 문화가 발달했다.

그날은 마음에 쏙 드는 여자와 술을 한잔 하게 되어 무척 신이 나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에게 어디 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녀는 “I live in 21(나 21에 살아)”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사차원적인 여자에 대해 expert전문가라는 소리를 종종 듣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여자는 처음이라 그녀가 필자에게 어디 사느냐고 물어봤을 때 똑같이 사차원적인 대답으로 맞불을 놨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무지개 건너 어딘가에)”라고. 그러자 그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smile미소를 던지며 자리를 피했다.

나중에 친구에게 내 sense of humor유머 감각이 미국에서 잘 안 통하는 것 같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친구는 낄낄거리며 원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사는 사람들은 누가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면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고 설명해줬다. 미국에서 16년 동안 살면서 그런 식으로 자기가 사는 곳을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또 다른 어느 날 아침, The New York Times(뉴욕타임스)를 읽다가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사람들을 furious분노하게 만든 어떤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연인즉슨, 우편번호가 모자라 기존의 우편번호 10021에 해당하는 지역을 10065, 10021, 10075로 나누기로 결정했는데, 10021에서 새 우편번호로 바뀌게 될 동네 사람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우편번호가 바뀌면 집값이 떨어지게 될까봐 걱정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동네 이름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편번호만 바뀌는 것뿐인데도 이 소식은 그날 evening news저녁 뉴스에까지 방송되었다.

한 가지 interesting point흥미로운 점은 현 뉴욕 시장인 블룸버그, 세계적인 방송 및 언론사를 지니고 있는 Rupert Murdoch(루퍼트 머독), 뉴욕주 주지사인 Eliot Spitzer(엘리엇 스피처) 등이 새 우편번호인 10075에 살게 됐고, 그 유명한 록펠러 가문의 직계승자인 David Rockefeller(데이비드 록펠러), 빌 게이츠 이전에 미국에서 가장 돈이 많았던 Ronald Perelman(로날드 페럴만), 유명배우 Samuel L. Jackson(사무엘 잭슨) 등이 10065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English] ‘I live in 21’과 맨해튼 최고 부자 동네의 관계
이렇게 큰 power권력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도 우체국의 결정을 조용히 따르는 반면, 그 밑에서 겨우 수천억 원밖에 없는 사람들이 심통이 난 것이다(뉴욕에서 부자로 인정받으려면 일단 원화로 조 단위에서 놀아야 한다). 이 기묘한 사건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구글에서 ‘upper east side, zip code, change(혹은 split)’로 검색해보기 바란다.

어디서든 부자 동네에 살면 그것을 꼭 show off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도 부촌에 사는 친구들이 자기 동네 이름을 힘주어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너 어디 사냐?”라고 묻지 않으면 섭섭해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다행히 아직 한국의 부자들이 “I live in 21”과 같이 기묘하게 대답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다. 아휴, 내가 괜히 무지개 건너편에 산다고 해가지고….


palace 궁전
palace는 대체로 castle(성)보다 화려하다. 왕들이 palace에, 영주들이 castle에 살았다. 사실 ‘타워팰리스’는 정말 잘 지은 이름이다. 그렇다고 ‘롯데캐슬’에 사는 사람들이 더 낮다는 것은 아니다.

zip code 우편번호
code는 ‘번호’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zip은 ‘우편’과 아무 상관이 없다. 바지의 zipper ‘지퍼’를 줄여서 zip이라고 부르고, 뭔가 총알처럼 빠르게 ‘휙 지나가다’를 zip by라고 표현한다.

pride 자부심
pride가 너무 강한 사람은 narcissism ‘자아도취’에 빠질 확률이 높고 pride가 너무 없는 사람은 self-hate ‘자기혐오’에 빠질 확률이 높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example 예
흔히 ‘예’를 의미하는 다른 단어로 instance가 사용된다.

full moon 보름달
‘반달’은 half-moon이고 ‘초승달’은 crescent moon이며 ‘달빛’은 moonlight다. 영어 표현에 once in a blue moon이 있다. 푸른 달을 그만큼 보기 힘들다는 뜻에서 ‘어쩌다가 한 번’을 의미한다. moon이 동사로 사용될 때도 있는데 He mooned the people in the park가 무슨 뜻인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까발렸다’는 뜻이다.

expert 전문가
expertise는 ‘전문적 지식·기술’을 의미한다. 필자가 대학 들어갈 때만 해도 expertise만 있으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라 믿었다. 살다 보니 expert보다 훨씬 잘나가는 amateur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 헷갈리는 세상이다.

smile 미소
미소보다 감정 표현을 자제한 ‘싱긋 웃는 미소’는 grin이다. 그렇다면 친구한테 몰래 장난치고서 혼자 짓는 ‘불순한 미소’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정답은 smirk다. 얼굴에 smirk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늘 머릿속으로 playful thoughts를 하는 사람이다.

sense of humor 유머 감각
humor sense라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sense of humor가 올바른 표현이다.

furious 분노한
furious는 angry(화가 난)보다 더 심각한 감정 표현이다. ‘분노한’의 유의어는 enraged, frenzied, infuriated, raging 등이다.

evening news 저녁 뉴스
‘새벽 뉴스’는 뭐라고 할까? 이것을 맞히면 영어감각 인정. 정답은 early morning news다. 알고 보면 참 간단한 표현이다.

interesting point 흥미로운 점
미국인은 That’s an interesting point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거 참 흥미롭구나”라는 뜻이다. 학생의 의견에 대해 interesting이라고 대답하는 미국 선생님이 많다. 학생이 틀리거나 이상한 말을 했을 때 That’s wrong이나 That’s weird라고 대답하면 학생이 상처를 받기 때문에 비껴가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power 권력
power가 있는 사람은 influence가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responsibility를 지니는 사람이다.

show off 자랑하다
“걔 너무 자랑해”는 He’s such a show off라고 표현할 수 있다. show off는 명사구로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English] ‘I live in 21’과 맨해튼 최고 부자 동네의 관계
이유진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뉴욕에서 태어나 콜롬비아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언어학을 부전공. 20대 초반 공대를 거쳐 의대로 진학했다가 결국 인문학을 택하는 여정을 겪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