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지적인 가족 코미디 에브리바디 올라잇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에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여기 커플이 있다. 그들의 두 아이, 어여쁜 대학생 조니(미아 바쉬코브스카)와 10대 소년 레이저(조쉬 허처슨)는 큰 말썽 한번 안 부리고 성장했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 이는 언제든 작은 불씨 하나만 타오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는 희미한 권태도 상존한다는 뜻이다.

이 커플, 의사 닉(아네트 베닝)과 조경 디자이너 줄스(줄리안 무어)에게는 하나의 변수가 생긴다. 이들은 각자 동일한 기증자에게서 받은 정자로 아이를 한 명씩 낳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그리고 이들 생활에 뛰어든 변수가 바로 그 정자 기증자, 철두철미 이성애자이며 한때 히피였고 지금은 오가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유쾌한 남자 폴(마크 러팔로)이다.

생물학적 아빠를 찾고 싶었던 조니와 레이저가 폴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고, 닉과 줄스는 혹시나 아이들을 빼앗길까봐 가슴 졸이지만 결국은 줄스마저 폴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가족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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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커플이라는 전제에 지레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레즈비언 커플의 특별한 삶이 아니라, 오랫동안 서로에게 충실하며 안정적으로 지내온 여느 커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위기와 변화, 감정의 파고를 세밀하게 파고든다. 심지어 무지하게 재미있는 지적인 코미디기도 하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호모포비아와 스트레이트 중심 사회에 대한 불안과 근심, 분노의 단계에 머뭇거리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차원으로 훌쩍 건너뛴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반드시 이성애자 커플과 그들 사이에 낳은 아이라는 가족 공식에 들어맞지 않는 현대 개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행복한 가정에 스멀스멀 기어든 고난을 어떻게 묘사하는지다. 대부분의 가족 영화는 그 ‘어떻게’의 문제에서 실패했고,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성공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2010년 선댄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현대 미국 중산층의 삶을 완벽하게 파고든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특히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블록버스터의 밀어붙이기 전략에서 점차 소외되는 작은 예술영화들이 한국에서 좀처럼 개봉하지 못하는 가운데, 초가을 무렵 이 수작이 소규모로나마 선보인다는 사실이 반갑다.


마루 밑 아리에티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사마 목소리 출연 시다 미라이, 카미키 류노스케, 미우라 토모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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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의 최신 장편 애니메이션. 어느 교외의 오래된 저택 마루 밑에는 인간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10센티미터 키의 소인들이 산다.

그들의 원칙이라면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는 즉시 그 집을 떠난다는 것. 14세 소녀 아리에티(시다 미라이)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인간 세상에 뛰어들지만, 작업 첫날 바로 인간 소년 쇼우(카미키 류노스케)에게 정체를 들킨다.


해결사

감독 권혁재 출연 설경구, 이정진, 오달수,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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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나가던 형사였지만 지금은 흥신소를 운영하는 강태식(설경구). 평범한 의뢰라고 생각하고 급습한 불륜 현장에 여자 한 명이 죽어 있다.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 그때, 전화가 걸려온다.

살인 누명을 벗으려면 누군가를 납치하라는 지시가 들려온다. 경찰의 추적은 물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과 과거사까지 전부 알고 있는 상대방의 감시까지 피해야 하는 태식은 폭풍 같은 반격을 시작한다.


뮬란:전사의 귀환

감독 마초성 출연 조미, 진곤, 방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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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뮬란’은 이제 잊어도 좋다. 중국인의 손으로 직접 창조해낸 뮬란의 전설이 실사로 찾아왔다. 침략 전쟁으로 얼룩진 위진남북조시대, 각 부족이 풍요로운 위나라를 위협하고 전국 각지의 장정들은 군대로 소집된다.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소녀 뮬란(조미)은 아픈 아버지 몰래 남장을 한 채 참전하고, 뛰어난 실력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결국 장군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김용언 씨네21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