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되기

[취업 특강] “확고한 목표와 비전 필요한 전문직”
한 포털사이트 질문 코너에 애널리스트를 검색하면 나오는 질문들. ‘애널리스트는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무슨 과를 가야 하나요?’ ‘나이 35세인데 애널리스트 가능할까요?’ 등등.

애널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무엇보다 고소득 직종으로 유명하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현직 애널리스트를 만나 그들의 세계를 들어봤다.

김동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를 ‘앵커’에 빗댔다. 주식시장에 기준과 잣대를 제시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뉴스 앵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는 주가를 맞추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펀드매니저가 하는 일이죠. 애널리스트는 이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간다는 기준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제시해줍니다. 시장에 많은 얘기가 떠도는데 그것을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링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애널리스트(analyst)는 영어 표현 그대로 ‘분석가’다. 펀드매니저나 투자자의 매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산업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해서 자료를 만들고 논리적으로 매출을 추정해서 수치화하는 일을 한다. 미래 주가 수준 값을 내고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작성된 리포트를 바탕으로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고객들을 만나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애널리스트는 증권 회사 소속이다.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금속, 은행, 증권 등 하나의 업종을 맡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애널리스트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정석대로 애널리스트 과정을 밟는 것. 또 하나는 일반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해당 산업의 애널리스트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전자는 증권 회사 공채나 수시모집을 통해 입사한다. 대우증권 등 큰 증권사는 매년 공채를 실시한다. 처음부터 1지망, 2지망 희망 분야를 물어봐 뽑는 경우도 있고, 공채 후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다시 리서치 사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증권사 공채 이외 수시모집도 있다. 애널리스트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이동이 잦은 편. 모집 공고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부족한 인원을 충원한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애널리스트는 훈련을 통해 양성되는 전문가인 만큼, 처음부터 준비된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공채로 증권사에 입사해도 처음 다른 부서로 배치되면 다시 리서치팀으로 들어가기는 힘든 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질로 ‘재무적인 능력과 분석력’을 꼽는다.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을 분석하고 그 분석에 필요한 평가 툴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말과 글로 자신의 논리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언어적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 유리하다.

대학 때 회계, 재무, 통계 등의 과목은 미리 수강하는 것이 좋다. CPA, AICPA, CFA 등 관련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증권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애널리스트 양성 과정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김 애널리스트가 제안하는 팁은 재무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저도 애널리스트의 목표를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어요.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지만, 요즘은 수시모집을 할 때 동아리를 통해 알음알음 모집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인맥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꼭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할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국내 대형사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도 문을 두드릴 수 있기 때문.

또 외국 자료를 해석하거나 기본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업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경영학을 전공하면 좋지만 절대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공대생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상대 출신은 기본적인 자질이 있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그만큼 심층 면접을 해요. 모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안 뽑아요. 오히려 비(非)상대 출신이 전공의 강점이 있을 수 있어요.

다만 이런 경우엔 재무적인 지식을 추가로 공부할 필요가 있죠. 산업을 아무리 잘 알아도 회사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모르면 기업의 가치를 분석할 수 없거든요.”

최근에는 경력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전자에서 해당 업계 출신 애널리스트가 늘고 있고 자동차는 거의 100% 업계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산업들이고 주식시장에서도 더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요. 기업을 분석하려면 기업과 관련 업계가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경력을 살려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재무적인 지식을 추가로 갖춰야 한다. 주식시장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주로 30대 중반, 5~6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은 편이다.

금융권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화려해 보이는 반면 노동 강도가 센 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라고 강조한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동기가 10명이었는데 지금은 저 혼자 남았어요. 그만큼 소신이 없으면 힘든 직업이라는 거죠. 매일 7시쯤에 출근해서 평균 밤11시에 퇴근해요. 새벽 2~3시까지 일을 하거나 날을 새는 경우도 있고,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을 해야 하죠.

그만큼 자기 시간이 없다는 건데 이걸 감수할 줄 알아야 해요. 진짜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은 건지 다른 이유 때문에 되고 싶은 건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도전하세요.”


**애널리스트, 이것이 궁금하다!


[취업 특강] “확고한 목표와 비전 필요한 전문직”
Q
연봉의 진실은?


A 애널리스트는 연봉 계약직으로 움직인다. 능력에 따라 스카우트되기도 하지만, 능력이 없는 경우에 재계약이 힘들 수도 있다. 따라서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억대 연봉이라 소문나 있지만 모두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편차가 심한 편이다. 능력이 뛰어난 경우엔 3년에 10억~15억 원씩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Q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차이는?

A 펀드매니저는 직접 돈을 굴리는 사람이고 애널리스트는 그 돈을 잘 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다. 펀드매니저를 하다가 애널리스트로 옮기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요즘엔 둘 사이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는 추세다. 펀드매니저보다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높은 편이지만 이 차이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Q 애널리스트의 재테크는?

A 애널리스트가 직접 주식 투자를 할 수는 없지만, 재테크엔 밝은 편이다. 매일 아침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미팅하며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다.

Q 애널리스트 퇴직 후에는?

A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고, 담당했던 산업의 기업으로 가기도 한다. 경제연구소의 연구직,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개인 사업을 하거나 자문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취업 특강] “확고한 목표와 비전 필요한 전문직”

**김동준 애널리스트


2001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2001~2004년 선도소프트 경영기획실
2004~2005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전기전자/인터넷/엔터테인먼트 RA(Research Assistant)
2006~2007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전기전자 업종 애널리스트
2007~2009년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통신서비스 업종 애널리스트
2009~현재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통신서비스/미디어 업종 애널리스트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