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하얀 거짓말’ 독일까? 약일까?

취업 그리고 거짓말
취업 관문에 들어서게 됐을 때 현명한 사람이라면 ‘내가 대학 4년 동안 대체 뭐하면서 지냈던 거지?’라는 자책감에 빠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신을 포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궁리한다. 어느새 어깨 위에 둥둥 떠 있는 검은 악마가 속삭인다.

“거짓말을 해! 네 비루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엔 하얀 천사가 속삭인다. “진실된 네 모습을 보여줘야지. 거짓말하면 큰일 나!”

아옹다옹 다투는 천사와 악마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구직자의 마음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검은 악마의 손을 잡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CAMPUS Job&Joy가 Daum의 ‘닥치고취업(cafe.daum.net/4toeic)’과 함께 실시한 ‘면접에서 내가 한 거짓말’ 조사에는 7월 5일부터 일주일간 145건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사실 취업을 위한 거짓말은 흔하다. 이력서 작성 시 외국어 가능란에 초급 일본어 정도 할 수 있어도 ‘중급’이라고 올려 적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실제 실력보다 올려 적을까 말까 고민한 경험 정도는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력서만 그럴까. 글로벌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의 면접에서 “어렸을 때부터 다른 나라의 사정에 관심이 많아 신문을 보아도 국제면을 유심히 보았으며, 세계 각지의 친구들과 펜팔을 했던 경험이 있고…”라고 운을 띄우거나, 창의적인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의 면접에서는 “매사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하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고…”와 같은 멘트를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얘기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인사담당자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내 과거를 확인한다거나,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밝혀질 리 없는 것은 거짓말해도 괜찮다’라는 인식, 분명히 옳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좁은 취업문 앞에 선 구직자들에게 거짓말의 유혹은 너무 강하다.

여기에 지금까지 삶에서 얻은 지혜인 ‘적절한 수준과 타이밍의 거짓말은 도움이 된다’가 작용하면 헤어나올 수 없다. 이때 생각한다. 플라톤도 취업할 때는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여기 거짓말의 유혹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구직자들의 사례를 공개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고 성공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사례1 기발한 거짓말 덕에 취업 성공!
첫 번째는 모 방송사 드라마PD 부문 면접에서 있었던 일이다. 묘한 경쟁심과 함께 긴장감이 도는 5명의 단체 면접. 면접관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슬펐던 일은 무엇이었는가”라고 물었다.

먼저 대답한 어떤 이는 “교환학생 시절 고국에 대한 향수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었을 때입니다”라고 했고 다른 이는 “IMF 시절 아버지가 실직해 온 가족이 힘들었을 때 괴롭고 슬펐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빠른 두뇌 회전으로 유명했던 이 사람은 생각했다. ‘여기는 드라마PD 면접, 좀 더 독창적이고 튀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그의 답변은 이랬다.

“자살했었습니다, 군대 맞후임이…….”

주어와 서술어의 도치법까지 차용해 충격을 배로 만든 그의 답변에 면접장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통했다!’ 생각하며 여기에 덧붙였다.

“전입 때부터 유달리 힘들어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꽤 아끼던 녀석이었는데… 세면장에서 군화 끈으로 목을 맨 것을 제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순간 다리의 힘이 풀리고… 그 이후 며칠 동안…….”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면접장은 안쓰러움과 동정의 분위기가 넘실거렸고 면접관은 측은한 눈빛으로 그를 격려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과는 합격. 지금은 인기 드라마의 보조PD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 사례는 자소서부터 시작된 거짓말이다. 그는 교외활동 내용을 묻는 자소서에 전통무예인 택견 동아리라고 적었다. 택견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은, 그저 친목 동아리에 불과한 모임이었다.

서류심사를 무사히 통과한 후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대학 생활에서 남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어서 ‘남들을 이끌어 성공했던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낸 자신이 그런 경험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 스친 것은 택견이었다.

“동아리 회장을 맡아 인기 없던 택견 동아리를 교내와 길거리 시연회를 열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회원 수를 늘렸으며 전국의 택견 동아리와 연계해 6개 대학 택견동아리연합을 만들어 1년에 한 번 교류했습니다”라는,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으로 마무리됐으면 좋았으련만 관심 있게 듣던 면접관이 “혹시 시연 한 번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나?”라고 주문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심신에 좋다는 기초 중의 기초인 택견 체조.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형태의 체조를 자신 있게 선보였다. 이어지는 멘트가 걸작 중의 걸작.

“업무 시 가끔 하시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습니다.”

이 회사가 제약회사였다면 안 뽑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명 약장수도 긴장되는 분위기에서 이런 멘트를 날리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합격. 하지만 현재는 이 회사에 다니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세 번째 사례는 인맥과 관련한 거짓말이다. 금융계 공채에 지원하면서 증권, 보험 분야 회사에도 복수로 지원한 사람의 사례다. 금융계 면접에선 사는 곳, 아버지 직장, 소유 부동산 등까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람은 인맥 부분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금융 분야 종사자의 이름을 이력서에 기입했다고 한다.

어찌어찌 서류는 통과했고 이제 면접. 그런데 면접관 중 한 사람이 자신이 기입했던 인맥 중 한 사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당황했고 면접관의 질문은 이어졌다. 어떻게 알게 됐느냐, 어디에 사시느냐, 조카도 알고 있느냐… 면접관이 정말 잘 아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누르고 순간 기지를 발휘해 대충 넘겼는데, 면접관이 믿었는지 결과는 최종 합격.

사례2 과감하게 진실을 얘기하니 먹혔다?

거짓말로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있다면,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 성공한 경우도 있다. 어느 구직자는 단체 면접에서 “자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이 중 누구를 뽑겠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른 지원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일하게 저를 뽑겠습니다. 모두 같이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것은 엄격히 경쟁이며, 다른 경쟁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제가 승리하고 싶은 경쟁입니다. 저는 저를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는 발언. 하지만 이 말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취업에 성공했다. ‘뽑으면 귀찮게 구는 사원이 되겠지만 열정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또 다른 구직자는 “3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맛있는 파스타 가게 주인”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합격했다.

보통 “이 분야에서 성공해 귀사를 세계 일류의 회사로…”와 같은 대답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인간미’를 드러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줄곧 꿈꿔왔던 것을 대답했다는 것이다. 재미있어 하는 면접관의 표정에서 합격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가 지원했던 회사는 유명 파스타 가게 앞에 있는 유수 언론사다.
사례3 거짓말 괜히 했어, 괜히 했어~

거짓말이 언제나 취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 무리한 거짓말은 화를 자초하기도 하는데, 재미있는 농담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면접관과 처음 대면했을 때, 면접관이 “식사는 하고 오셨어요?”라고 가볍게 물었다. 좀 튀고 웃겨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생각해낸 대답은 “네, 김칫국 마시고 왔습니다”였다.

어리둥절한 면접관이 무슨 말인지 묻자 “면접에 붙을 거라는 확신에 김칫국 마시고 속 차리라는 속담을 토대로 개그를 했습니다”라고 횡설수설해버렸고 당연히 농담은 불발, 결과도 낙방이었다.

김아라라는 이름을 가진 구직자의 경우는 가벼운 질문에 가볍게 대답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얼버무리다 실패한 사례다. “예쁜 이름인데 누가 지어줬나?”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당황했는데, 사실 이름을 누가 지어줬는지, 이 이름을 가지게 된 까닭도 전혀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거짓말은 다음과 같다.

“원래는 김아라가 아닌 김순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살 뻔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갓난아기였던 저를 보자 너무도 순하게 생겨 ‘순이라 지으면 딱이겠다’고 권유해 김순이가 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촌스러운 이름으로는 절대 살게 할 수 없어 급하게 아라라고 지으셨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왜 아라인지, 질문한 면접관도 면접을 보는 구직자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불합격. 차라리 솔직하게 대답했으면 중간은 갔을 뻔한 사례다.
[인사담당자 조언] 조건영 현대캐피탈 HR팀장

“거짓말은 용납 안 돼… 윤리성이 가장 중요”

거짓말을 보태서라도 자신을 돋보이고픈 구직자의 마음과는 달리 인사담당자는 ‘정직’을 가장 중요시한다. 한 대기업 인사팀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윤리성’이다.

거짓말 또는 과장과 허위를 섞어 대답하는 구직자는 대부분 면접 때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실제는 내성적인 성격인데 면접에서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외향적이라고 대답하는 구직자의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파악된다고 한다.

즉, 내성적인 성격은 보통보다 긴장을 많이 하기 마련인데, 다른 면접자와 비교해 지나치게 긴장을 한 상태에서 외향적이라고 대답해 보아야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인·적성 검사를 통해서도 거짓말을 알 수 있는데 유사한 내용의 질문에 일관적인 대답이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과장과 허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짓말이 허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조건영 현대캐피탈 HR팀장은 “신장, 체중과 같은 외모에서 약간 조정하는 것은 괜찮겠지만 그 이외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특히 경력 부분에서 허위로 대답하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성. 거짓말로 자신을 돋보이기보다는 거짓말을 통하지 않더라도 돋보이는 자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양충모 대학생 기자(연세대 사학과 4)┃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한국경제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