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GE 리더십 챌린지 지상 중계

[Focus] “성공하고 싶니? 유리 천장 스스로 뚫어라”
'유리 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뜻이다.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고위직 중 여성의 비중은 낮은 상태다. 취업·인사 포털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전체 3만9140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3405명으로 전체의 8.7%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좁은 문’을 통과한 여성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뭘까. 글로벌 기업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여성 리더들이 그 비결을 이야기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 GE의 김혜경 부사장, 정태희 상무, 문선의 이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차세대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산학 협력 프로그램 ‘이화-GE 리더십 챌린지 2010’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소통과 협상, 경력 관리에 관한 비법을 전수했다.

여성 임원들은 하나같이 “여성이라는 한계를 스스로 만들지 말고, 꾸준히 경력 관리를 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 사회에 갓 발을 내딛어 임원으로 성장하기까지 갖춰야 할 덕목과,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요건 등을 역설했다.

“셀프 브랜딩,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
[Focus] “성공하고 싶니? 유리 천장 스스로 뚫어라”
“김연아는 움직이는 기업이에요. 가치가 5조 원이라고 하죠. 우리 모두에게도 가치는 있어요. 그것을 셀프 브랜딩(Self-Branding)하는 것이 곧 실력입니다.”

김혜경 부사장은 셀프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 직결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회사 회장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가치를 2분 안에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HR을 담당하는 정태희 상무도 “그것은 스스로의 장단점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눈과 본인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커뮤니케이션=리스닝’이라며 듣는 노력을 부단히 할 것을 주문했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으로는 대부분 ‘듣는 귀’를 꼽았다. 문선의 이사는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팀원 각자를 이해하고 개인이 원하는 것과 힘들어하는 부분을 공유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비전을 나누고 개인의 성향에 맞는 가장 적합한 직무를 연결해줘야 한다는 것.

“어느 자리에 있든지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리더예요. 그게 가능하려면 타인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조언을 할 줄 알아야겠죠.”

그는 주니어 시절에는 스스로의 성과에 따라 일하는 보람을 느꼈지만 리더가 된 후에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성장하는 것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같이 고민하고 비전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때 매니저로서 가장 기뻐요. 어딜 가든지 그런 희열을 느끼는 여성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여성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 것”
[Focus] “성공하고 싶니? 유리 천장 스스로 뚫어라”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충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특별히 여성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성의 강점을 살려 사회적인 편견이나 한계에 맞서라고 말했다.

유호정 과장은 “예전에 비해 여성이 일하기에 편한 환경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포용력과 경청하려는 태도, 또한 변화하려는 노력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선의 이사도 여성 직원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와 역량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저는 ‘WHY NOT ME?’라고 항상 다짐해요.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는 발상 자체가 스스로 만든 족쇄라고 생각해요. 탁월함은 차별을 압도합니다.

우리가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는 이원론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차별을 말하기보다는 탁월함으로 이를 압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더 좋은 상황 아닐까요?”

한편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위해 여성들이 감정 기복의 주기와 폭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여직원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것은 연습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이때 멘토를 활용하면 좋아요. 본인과 회사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배나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감정 조절을 하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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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혜경 GE헬스케어코리아 부사장

[Focus] “성공하고 싶니? 유리 천장 스스로 뚫어라”
Q
여성 리더의 성공 요소는?


A 내가 부사장인 것은 경력이 많아서일 뿐 더 똑똑해서가 아니에요. 능력은 다 똑같습니다. 저는 집안의 큰아들일 뿐이죠. 따라서 좋은 리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코칭을 잘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리더는 젊은 세대죠. 나보다 클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주고 그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코칭은 결국 후계자를 키우는 것입니다.

또한 꿈과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몰입을 해야 하죠. 지금도 저는 500명의 직원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Q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A 저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매기라면 첫째가 가족이고 둘째가 일이라고 말할 겁니다.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에요. 아이를 낳고 누구의 도움 없이 남편과 함께 육아를 해왔습니다.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에게 서운한 때도 있었지만 고생하면서 오히려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어요. 아침 식사도 꼭 딸과 함께하고 주말에도 가족과 모든 것을 함께합니다. 개인적으로 요리를 좋아하고 봉사활동을 자주 하는데 이 모든 활동을 가족과 함께하면 두 가지의 가치를 실현하는 셈이죠.

육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대화라는 점도 알았고요.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인재가 전부니까 아이를 많이 낳아 국력을 키워야 합니다.

Q 요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성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A
요즘 여성 직원들은 당당하고 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외국인과 일을 할 때 그들의 의견에 수용하는 처세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관철시켜 국가 성장 이외에도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여성이 됐으면 좋겠어요.

외국인들은 토론하는 문화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인재를 더욱 선호합니다. 똑똑하고 열정이 많은 한국 여성들이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하기를 바랍니다.

Q 취업 준비하는 여대생에게 조언 한마디.

A
요즘 대학생들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정석대로 교육을 받고 한국, 대기업에서만 성장하기를 꿈꾸는 것 같아요. 한 가지 길만 보지 말고 넓게 봤으면 좋겠어요.

좀 더 크게 보고 세계로 뻗어나가라는 것이죠. 우리나라엔 인재가 많은데 100% 활용을 못하고 있어요. 전 세계로 나가고 외국을 장악하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남녀의 구분은 없어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