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미팅] 노동부 장관 청년들과 만나다
지난 6월 25일 오전 10시, 서울 신촌 기차역 옆에 있는 레스토랑 ‘민들레영토’에서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최근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노동부가 마련한 이날 행사의 타이틀은 ‘노동부 장관과 청년층 대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대학 창업 동아리 회장, 대학신문 편집장, 취업 준비생 등 젊은이 10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임 장관은 이날 참석한 젊은이들에게 “취업과 창업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어떤 의견도 좋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먼저 취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스펙’에 대한 문제부터 제기됐다. 임채용(경기대·관광 4) 씨는 “원래 ‘스펙’이란 전자제품 등의 규격이나 사양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뜻이 변질돼버렸다. 인간을 마치 소모품처럼 바라보는 풍조가 배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좋은 ‘스펙’을 쌓은 학생들은 너나없이 공기업, 대기업, 금융회사 등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만 들어가려고 한다. 자신의 적성은 안중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재희(명지대·사학 2) 씨도 “대학 5년생이란 말도 있듯 주위를 보면 어학공부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휴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데 다 그렇지는 않아도 오직 이력서에 써넣을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심하다”며 “요즘 기업들은 스펙보다 회사에 도움을 줄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한다. 기업이 진짜 원하는 인재상을 학생들에게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색미팅] 노동부 장관 청년들과 만나다
전문대 출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심각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서동선(인덕대·방송영상 3) 씨는 “종합대에 비해 전문대는 실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직업 교육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그런데 실제 취업 현장에서는 전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자격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서 씨는 방송계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며 “3년 전 한 외주제작사에 들어간 선배의 월급이 80만 원이었는데 지금도 그대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열악한 조건은 꼭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열해진 취업 경쟁 속에서 예전과 달라진 대학의 모습을 우려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남지은(건국대·법학 4) 씨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엔 몰랐는데 요즘 대학은 취업하기 전 잠시 통과하는 취업 예비기관이라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원래 대학의 존재 이유는 학문의 탐구 아닌가. 또 취업을 위해 사설 학원을 다니거나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 아무리 취업이 중요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고 말했다.

취업과 관련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한 학생도 있었다. 이채아(한국외대·경영 4) 씨는 “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용지원센터나 취업지원관 제도, 워크넷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가 많다. 더 많은 학생이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취업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사람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배지훈 씨는 “실업문제를 얘기할 때 ‘눈높이를 낮춰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데 저는 이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 말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못하다는 편견과 선입관이 깔려 있다. 중소기업은 규모면에서 대기업보다 작다는 것이지 결코 못한 기업이 아니다. 중소기업에서 자기 나름의 꿈을 펼쳐보려는 사람에게 ‘눈높이를 낮춰라’는 말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들릴지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