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체험기] ‘용돈 벌이+토플’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졸업까지 12학점을 남겨두고 막연한 불안감과 부담감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워킹홀리데이’를 제안했다. 때마침 스펙을 쌓기 위해 연수를 다녀올까 고민하던 차에 이왕이면 영어를 배우면서 돈도 벌면 좋을 것 같아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다. 선배는 호주를 다녀왔지만 나는 전문 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후 캐나다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캐나다는 내가 원하는 북미식 영어를 구사하고, 미국과 가깝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토론토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고 밴쿠버에서 시애틀까지는 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여행이 자유로운 편이다.
[워킹홀리데이 체험기] ‘용돈 벌이+토플’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는 호주와는 달리 인원 제한이 있다. 나는 무려 8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토익 점수가 좋아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면 황색 피부를 가진 노동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여러 후기를 접하고, 인턴십을 하기 전 연수부터 시작했다. 12주 비즈니스 코스반에 등록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이 수업에 적응하기 위해 수능 시험을 준비할 때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12주가 흐르고, Dephne Flo wer라는 꽃 수입·도매 업체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Dephne Flower는 토론토 지역 공식행사, 개인행사 등에 꽃 장식 등을 납품하는 회사다. 토론토 일대와 근처 소도시, 리조트에까지 납품하고 있는 꽤 큰 곳이다.

면접을 치를 때 비즈니스 코스를 수료한 학교에서 작성해준 추천서를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다행히 면접관들은 업무상 필요한 영어만을 질문했다.

합격 후 처음 맡은 보직은 전화 세일즈맨이었다. 고객 리스트를 받아 재구매 일정과 의사를 체크해 해당 시기에 제품이 도착할 수 있도록 주문을 하는 일이다. 전화를 받는 모든 사람이 영어를 사용하고, 돈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더욱 긴장을 해야 했다.

한번은 결혼식에 쓸 백합 13묶음을 주문한 고객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30묶음을 주문한 것이었다. 뒤늦게 서둘러 추가분을 화물차로 운반하며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 일을 겪은 뒤로는 꼭 세 번씩 확인하고 주문을 넘기는 습관이 생겼다.

덕분에 전화 영어, 특히 듣기, 말하기가 많이 늘었다.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냈다. 점심시간에는 함께 식사를 했고 쉬는 시간이면 항상 수다를 떨었다.

캐나다의 국토면적은 러시아 다음으로 크지만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적으며, 그중 40%는 이민자로 구성돼 있다. 생각보다 백인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이민자들이 많아서 문화적인 충돌이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들이 내 심정을 알아주는 것 같아 좋았다.

3개월 동안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더니 일을 그만둘 즈음 회사에서 정직원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는 내게 큰 기회였다. 나는 인턴십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용돈을 벌면서 틈틈이 공부해 토플 점수도 올렸다.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지금은 캐나다, 미국 여행을 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체험기] ‘용돈 벌이+토플’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끝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현지에 온다고 일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위에도 아무런 준비 없이 와서, 어렵게 받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성격이 모나서도 아니고 사회 부적응자이기 때문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의식이 없었고, 기본 영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일을 하고 싶다면 출발하기 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란다.

워킹홀리데이는 30세 미만이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또는 방황하는 동양인으로 남지 않기 위해 목적과 목표를 확고히 하고,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